02 / 04/19 무앙뇨이느아를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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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04/19 무앙뇨이느아를 떠나면서

김치아줌마 0 2588

 아침 7시 반!
강변 레스토랑에 앉으니 강 건너 편 산허리에 휘감긴 운무와 강변 마을에 자욱히 끼인 물안개가 선경 속의 한폭 그림 같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아! 아름다운 강변 마을이여!
 누가 이곳을 "떠오르는 샛별"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오늘 이곳을 떠난다.
 이미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불편하고 너무 적적하다.
자연의 아름다움 만으로는 우리를 붙잡기에는 역 부족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연인이나 다정한 벗과 함께 이곳에 오라!
그리고 속내를 털어 놓고 마음을 아낌없이 주고 받아라!

때묻지 않은 이곳에서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 지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전 9시 농키아우로 가는 슬로우 보트가 (25명 승선) 만원이다.

승선 인원이 오버 된 것 같아서 약간 겁이 나기도 했지만 우리가 탄 보트는 조용한 정적을 가르며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비자 기간이 임박하여 퐁살리를 지척에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09시 무앙뇨이느아를 출발한지 꼭 1시간 만에 농키아우 선착장에 도착했다.
몸 빠르고 힘 좋은 서양 아이들은 어느 새 배낭을 짊어지고 선착장 언덕을 오르고 있다.
우리는 끌개 가방에 짊어진 배낭하며 짐이 많아 끙끙거리면서 선착장 언덕을 오르니 썽태우 정기 버스는 만원이 되어 떠나 버린다.

너무 기가차서 황당해 하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비 정규 미니버스 한대가 오더니 호객  행위를 시작한다.

"아니 이게 웬 일이야?"
썽태우를 타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 정규 미니 버스는 썽태우와 요금이(14000k)동일하고 좌석만 차면 출발이란다.

새벽에 떡거이(도마뱀 처럼 생겼으나 몸체가 더 크고 흉물스럽다.)가 7번을 울었다.
  이곳 사람들은 떡거이가 7번을 울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속설은 캄보디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믿고 있었다.
 내가 앙코르 왓 구경을 갔을 때 창문 밖에서 제법 큰 소리로 우는 동물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니

 아! 저 울음 소리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떡거이 울음소리"라고 했다.

그 이후부터 나도 모르게 떡거이가 울면 "울음소리"를 세는 버릇이 생겼다.

 썽태우를 놓쳐 난감 했는데  고급 버스(이나라의 기준)를 타게 됐으니까 역시 "떡거이의 행운" 이구나 싶다.

우리는 오늘 방비엔까지만 갈 계획이라서 막 차가 5시니까 충분 할 것 같다.

 비 정규 미니 버스는 11시 10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
한 10분 쯤 갔을까  갑자기 차가 멈춰섰다.
아이를 안고 내 옆좌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운전기사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내린다.

길 옆 집안으로 들어가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니 젊은 남자가 세수를 하고 가방을 챙기는 사이 나이 든 여인은 마늘을 비닐 봉지에 담고 있었다.

차는 여전히 길가에 멈춰 서 있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기다렸다.
한 20여분 후에야 여인과 젊은 남자가 아무 말없이 차에 올랐다.

당연한 것 처럼....

그래도 누구하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 하였을까!
물어보나 마나다.
첫번째로 고함과 욕설이 난무 했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육탄전으로 운전기사 목덜미부터 웅켜잡고 죽일 x  살릴 x 하다
"누구 집 자가용이냐"고 야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네들은 배려 할 줄을 안다.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으면 차를 멈추게 해서 함께 가야 했을까! 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를 하고 기다려 줄 줄을 안다.

가진것이 없어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는 못해도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정들이 살아있는 곳이 라오스이다.
그래서 나는 라오스를 다시 찾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난 뒤 얼마를 갔을 까, 잠이 막 들려는데 차가 옆으로 움칠하는 느낌이왔다.
 딸 아이가 차에 받혔다고 한다. 이 일을 어쩌나!
나는 가슴이 철렁하고 소름이 오싹했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지만 나는 다리가 떨려서 내릴 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아이는 왼쪽 어깨에 찰과상 정도란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이것 역시도" 떡거이의 행운"으로 돌리고 싶다.

 딸아이의 의복이 너무 남루하다.
아픔과 겁에 질린 아이의  눈빛이 노루처럼 해맑다.
 계속 아픔에 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사탕 한웅큼을 쥐어주니 얼른 울음을 그친다.
역시 아이는 똑같다.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병원에 아이를 맡겨놓고 차를 몰던 기사가 대리 운전수를 불렀다.
그리고 내렸다.
얼마나 놀랬을까?

루앙프라방 북부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이다
썽태우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늦은 점심을 인도 집에서 (치킨커리와 샐러드, 밥 2개, 차이 냉커피 37000K) 먹었다.
여행사에 들리니 아직 연장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할수 없이 비엔짱 알디로 부쳐 주기로 약속을 받고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니, 차는 이미 만원이었다.

대절을 할려니 100불~150불이란다.
그런데 루앙남타에서 내려오는 버스가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앞으로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날씨는 덥고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 터미널 앞 G.H.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늦은 밤길이 안전하지도 못할 것 같고 오늘 기분도 그렇고 해서 내일 아침 6시 30분 첫 차로 떠나기로 했다.

 남부 터미널 건너편 HOUNG DOUANG CHAN G.H ( 더불 룸, 팬 4불)에 방을 잡았다.
새로 지은 집이라서 우선 깨끗해서 좋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 샤워를 하고 저녁은 빵으로 때웠다.

 왼지 오늘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떡거이의 행운" 에 감사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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