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보트와 스피드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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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보트와 스피드 보트

엄지연 3 3203
라오스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메콩강이다. 누런 황토 메콩강을 질릴 정도로 봤다.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 갈 때 슬로보트를 탔는데 정말 징했다. 슬로보트를 탈 것이냐 스피드 보트를 탈 것이냐 결정할 때 나름대로 정보를 찾는다고 찾았지만 충분치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대로 적어보겠다.

  메콩강은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 쪽으로 흐른다.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로 가는 것은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이다. 그만큼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것은 시간도 덜 걸리고 가격도 조금 싸다. 루앙에서 중간지점인 빡뼁 가는 것은 슬로보트로 10시간이 꼬박 걸렸다. 출발시간도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한다. 그런데 훼이싸이에서 빡뼁으로 온 사람은 정오 경에 훼이싸이를 출발했고 시간도 5시간 남짓 걸렸다고 한다. 거의 배로 차이 난다. 그 뒷날 빡뺑에서 훼이싸이 가는 것도 9시간 꼬박 걸렸다.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 갈 때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에 먹을 만한 식당이 있겠지 생각했는데 한번도 쉬지 않았다. 어떤 서양사람은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꾹꾹 참으며 갔다. 난 그 정도는 아니지만 허기가 졌다. 더 나쁜 것은 배 안의 화장실이 열악하고 개방되어 있어서 화장실 가기도 겁이 날 정도다. 그래서 물을 먹기도 그렇고 안 먹기도 그렇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먹을 것도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한다.

  뒷날 빡뼁에서 훼이싸이 갈 때는 거의 다 와서 시간을 좀 지체하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과자 사러 한 번 들르기도 하고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하기도 하고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하여간 저녁 때 국경 문 닫을 시간이 되고 나서 훼이싸이에 내려준다. 그러므로 태국 치앙콩은 라오스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나서야 갈 수 있다.

  조용히 생각을 해 보니 루앙프라방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훼이싸이를 간다해서 당일 국경을 넘을지 안 넘을지는 장담 못할 것 같다. 스피드 보트가 7시간 정도이고 중간에 빡뼁에서 점심을 먹으니까 한시간 더해서 8시간 정도 잡으면 오후 6시에 문 닫는 국경에 닿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경험이 있는 다른 님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슬로보트비는 선박사무소 칠판에 써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는 11만낍이었고(2002년 8월 기준) 내국인은 좀 더 싸다. 스피드 보트비는 보통 슬로보트비의 두 배를 받는다. 약 22만낍 정도이다. 여기서 흥정은 필수다. 슬로보트는 시외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스피드 보트는 배 주인이 흥정을 한다. 그래서 날씨와 요일에 따라서 흥정이 잘 되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월, 수, 금요일에 출발하는 슬로보트는 중간지점인 빡뼁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저녁 훼이싸이에 1박 2일만에 도착하지만 나머지 요일에 출발하는 슬로보트는 빡뼁에서 하룻밤, 또 다른 곳에서 하룻밤 해서 2박 3일이 걸린다. 그러므로 월, 수, 금요일에 슬로보트를 타면 메콩강이 조용한데 다른 요일엔 스피드 보트가 수도 없이 지나간다. 즉 화, 목, 토, 일요일에 루앙프라방에서 급하게 태국 치앙콩에 갈 일이 있는 배낭여행자는 싫어도 스피드보트를 흥정해서 타는 수밖에.

  슬로보트를 탈 때 아주 작은 허접한 종이티켓을 주는데 여직원이 뒷면에 볼펜으로 뭔가를 적는다. "No going on the roof" 지붕에 올라가지 말란다. 슬로보트 떠나기 직전에 작은 푯말을 보여주는데 거기에도 같은 문구가 있다. 자주 주입을 하는데 배가 떠나자마자 금발곱슬머리가 손가락으로 지붕을 가리키며 올라가겠다고 조른다. 이런 철없는 서양계 여행자들을 여행 내내 봤다. 표 검사는 그 다음날에도 하니 훼이싸이 갈 때까지 간수해야한다. 잊어버리면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는 난감한 일을 당하게 된다. 종이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배를 탈 때 무조건 일찍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슬로보트가 스피드 보트에 비해 크기가 넉넉하고 운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행자는 많고 배는 생각보다 작아서 10시간 동안 좁고 딱딱한 좌석에서 꼼짝못하고 앉아 있는데 진짜 고역이다. 지금도 미칠 것 같은 기억이 생생하다. 생각보다 작은 슬로보트 안에 배낭여행자들이 20명도 넘게 탔다. 하도 할 일이 없어서 세어봤다. 거기에 현지인, 말린 찰밥 통들, 여행자들의 어마어마한 짐 등등이 있어서 숨도 못 쉬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나 시디피, 엉덩이에 받칠 것이 필요하다. 뒷날 우리가 불쌍했는지 좀 큰배로 바꾸었다.

  스피드 보트 탄 사람들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우비를 입고 그 속에 구명조끼까지 입고 앉아있다. 그리고 짐들은 혹시 물에 젖을 것을 감안하고 꼭 싸 매야한다. 스피드보트 소리가 하도 커서 내리면 귀가 먹먹하고 이명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 된다고 한다.

  다음에 라오스를 또 간다면 배를 탈 때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여러 가지 물건도 챙겨가겠다. 기왕이면 강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3 Comments
M.B.K 2002.10.08 16:18  
  훼이싸이까지... 비행기 괜찮은것 같아요.. 스피드 보트의 2배 가격... 시간 한시간??
엄지연 2002.10.08 16:18  
  저도 동감입니다. 급한 사람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낫지요. 첨에 썼다가 지웠습니다.
anilhan 2002.10.12 16:13  
  하하^^ 슬로보트 옆으로 늘어진 나무의자!  쿠션준비하세요 정말 부럽더군요...준비한 사람들.. 인내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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