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를 정리하면서(13)팁
이번에도 욕 얻어먹기 참 좋은 주제입니다. 오늘은 다름 아니 팁이니까요.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에서 팁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줘야 한다, 아니다 안 줘도 된다.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한다? 몇 퍼센트를 줘야 한다 등등 말도 기준도 각자가 다양해서 정답이 없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팁이라는 것은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본다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안 줘도 될 것인 가? 등등 다양한 주제가 설 수 있는 내용입니다. 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 누구를 비난하거나 무시할 마음이 없음을 미리 밝히고서 시작하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툭툭이를 탈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와 왔으니 3일 렌트를 했습니다. 하루에 16$을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그리고 일정을 정한 후 3일을 이용했습니다. 이 기사는 유적지에 가도 계속 잠을 자서 제가 툭툭이를 찾으러 다녀야 했고, 항상 일찍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15$로 알고 있던 비용을 미리 1$ 더 받았으니 나도 굳이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사전적 의미처럼 별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팁을 줄 마음도 없었고, 그래서 뒤에서 무슨 소리를 하던지 신경 쓰지 않고, 3일째 되던 날 잔돈이 없다는 그 사람에게서 리엘까지 해서 잔돈을 다 챙겨서 계산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팁이라고 하는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여분으로 더 줄 수 있는 자가 자기의 마음으로 더 주는 것이지, 정해진 규칙처럼 얼마를 꼭 더 줘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니 주고 안 주고는 저의 판단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아는 분을 만나러 갔더니 역시 그 자리에 있더군요.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묻더군요.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고… 15$을 16$이라고 말하고, 항상 자고 있어서 내가 찾으러 다니고, 마지막에 잔돈이 없다고 말해서 내가 너의 리엘까지 다 챙겨서 갔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했습니다. 제가 준 가장 통쾌한 팁이었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은 제가 이런 말을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 이후로 길에서 봐도 못 본척하고 안 본척하고 지나가더군요. 팁은 역시 그 영향력이 강력한 것 같습니다.
한번은 미얀마에서의 일입니다. 독일 단체 여행객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끝내고 올라오던 중 바간호텔 프론트의 직원이 이야기를 할 기회를 줄 수 있냐고 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집에 초대를 하고 싶은데, 되겠냐고? 별다른 생각 없이 동의를 했고, 그 직원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자기 동생이 영어 가이드가 꿈인데, 혹시나 같이 대화를 할 시간을 내 줄 수 있는지 하고 물어 봤습니다. 바간에서 4일정도 체류를 할 예정인데, 그 동안이라도 괜찮다면 하겠다고 하니 엄청 고마워 하더군요. 그래서 4일 동안 본의 아니게 가이드를 동행한 고급스런 여행객이 되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설명을 했고, 사전을 들고서 단어를 찾아가면서 둘이서 마차를 타고 여행을 했습니다. 같이 밥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4일째 되던 날 내일이면 떠나니 저녁을 자기 집에서 먹자고 해서 집으로 갔습니다. 정말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말을 연상케 하는 밥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그 바닥에 놓인 밥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여자 동생의 꿈은 가이드라고 했습니다. 양곤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100$ 없어서 가지를 못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4일동안 나를 가이드 해준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봉투에 400$을 넣고서 풀칠을 해 버렸습니다. 당연히 얼마인지를 모를 테구요. 배낭여행객의 400$은 여유있는 분의 4000$에 해당하는 큰 금액입니다. 여러 대화가 오갔고, 저는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로 호텔까지 배웅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다음날 아침 호텔로 그 여동생이 왔습니다. 그 여동생이 봉투를 돌려 주면서 말을 했습니다. Mr. Kim의 봉투에는 자기가 상상도 못했던 돈이 있었고, 그래서 그 돈을 돌려 주기 위해서 자기가 호텔에 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주고 받고, 된다 안 된다를 반복하는 중에 고물버스가 왔습니다. 저는 만달레이로 가야하는 상황이니 버스에 탑승을 했고, 맨 뒷자리 창가에서 그 여동생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버스가 떠날 때 여동생을 불러서 봉투를 던져 버렸습니다. 최악의 수단으로 나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여동생은 봉투를 들고서 떠나는 버스를 보고 있더군요. 저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잘못 된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수단 외에는 남은 것이 없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만 해서 미안한 마음만 남았을 뿐입니다. 고은아를 닮은 그 여동생이 과연 지금 가이드가 되어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베트남에서도 커피숍에 가면 가끔 팁을 줍니다. 물론 시설이 좋은 커피숍이죠. 그래서 받는 잔돈중 몇 천동의 잔돈을 팁으로 주지 몇 만동씩 팁을 주지는 않습니다. 커피숍에는 워낙 손님이 많기 때문에 모았다가 직원들이 결산 후 분배를 한다고 합니다. 공평하게 나눈다고 하더군요. 참 사회주의 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은 직원들의 급여가 좀 작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팁으로 생활을 충당한다고 합니다. 좀 괜찮은 커피숍에 오면 베트남 사람들도 천 동 단위의 돈을 그냥 팁으로 두고 나오더군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고, 항상 차나 재떨이 등을 열심히 치워주는 직원들에게 주는 금액으로 작다고 생각은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주는 것으로 팁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그렇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더 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무하마드 유누스라는 은행가를 아시나요? 가난한 자들의 은행가라는 책으로 소개가 되었습니다. (책 장사는 아니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으니 빌려서 보지 마시고 꼭 돈 주고 사서 읽어보세요. 흐~~음. 꼭 동네 책방주인 같은 대사입니다. ^^;;;)그 분의 기사에 실린 대화 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 여러분은 팁을 주면서, 자신의 무의식중의 죄책감을 좀 덜어 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팁은 결코 그들의 가난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죄책감도 덜지 못할 것이구요 “ 우리는 그들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팁을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마움의 표시를 하기 위해서 팁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코 그 팁은 그들의 가난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 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왜 가난한 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은행직원이 대답합니다. “규칙입니다.” 그래서 유누스는 말합니다. “그럼 규칙을 깨면 되잖아요?” 모두가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잡기 위해서 이제는 우리가 규칙을 깰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팁이 규칙인지 아닌지는 저도 사람들이 말하는 상식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규칙이라면 깨면 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규칙이라면 더 공고히 지켜야 할 것이고요. 어른들(저를 포함해서)이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이제는 하지 맙시다. 세월호에서 얼마던지 느끼지 않았습니까? 결국 작은 사건이 될 것이 큰 사고로 변해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팁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택시기사에게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저는 불법 체류하는 모든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나름의 변명과 핑계를 대지만, 그것은 변명과 핑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스스로가 잘못을 알기에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비자도 뒷돈을 주고 하면 2년짜리 거류증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번거롭게 3개월마다 연장을 하고 외국을 갔다 와서 다시 비자를 신청합니다. 이유는? 이런 모든 편법들이 모두가 특정인에게 부를 편중되게 만드는 수단이상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제가 아는 베트남 불법 체류자는 10년을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자기 고향에 5층짜리 건물이 2채가 있습니다. 돈도 많이 벌어서 이제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군요. 이런 사람으로 인해 다른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오고 싶어도 못 오게 되는 상황이 유발 되었죠. 물론 지금은 다시 쿼터가 풀렸지만 말입니다. 대신 보증금 5000$을 건다고 하네요. 제가 베트남에 와서 중부지방에 놀러 가서 만났는데, 아주 편안한 삶을 살고 있더군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회를 박탈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 등은 그다지 느낄 수가 없었고요. 참 거나한 밥상을 너무나도 맛 없게 먹고 나왔기에 미안할 뿐이었습니다. 남의 기회를 박탈하면서 만든 부의 편중이 만든 밥상이라고 느껴서 그럴 것입니다. 남의 인생을 담보로 편하게 살고 있다고 표현을 한다면 과연 제가 너무 과장해서 느낀 것 일까요?
뜬금없이 불체자 이야기는 왜? 팁과 관련해서 확장을 해서 해석을 해 봅시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팁으로 지불을 했다면, 그것은 암묵적인 규칙이 되어 버립니다. 그 이익을 누리는 자는 결코 그 규칙을 깨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다른 분들이 틀림없이 그 규칙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옳다면 지키고 그르다면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팁을 받아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 주변의 사람들이 느낄 박탈감은 우리의 안중에도 없습니다. 왜? 내가 편하면 모든 것이 좋다는 무의식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박혀서 빠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을 뿐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죠.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을 이동시켰을 뿐임을 잊고 있습니다. 마음은 없고, 무미건조한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탈을 쓴 돈을 이동시킨 것이죠. 과연 여러분의 바람대로 그들의 생활이 나아졌을까요?
팁을 받은 그 사람의 하루는 풍요롭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내일도 풍요롭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생활도 풍요로워 졌을까요? 단언컨데, 더 빈곤해 졌을 겁니다. 당신의 선의(?)는 그렇게 더 많은 사람을 빈곤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해결책은? 예,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있어서 이렇게 저의 결론을 내립니다.
“공정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