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를 정리하면서(3) 3팀의 노인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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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류를 정리하면서(3) 3팀의 노인여행객

조선소캬캬 6 3812

여기 베트남과 주변국 여행 중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재미있는 부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서양 여행객 중에서도 노인여행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젊은 서양 여행객들은 그다지 동양 여행객들과 대화가 많이 없는 편(물론 영어가 유창하면 예외)이지만, 노년층의 여행객들은 저의 입장에서는 참 수다스러운 여행객입니다. 아래에서는 제일 인상적인 세 팀의 노년층 여행객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혹시나 베트남에서 제2외국어로서 베트남어를 공부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분이 계시면 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달랏에서 만난 정년퇴직 캐나다에서 달랏으로 놀러 온 노년부부입니다. 두 분 다 맥주를 좋아하고, 정년퇴직으로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일년에 2번 여행을 다니시는데, 제가 달랏에 갔을 때 베트남으로 여행을 오셨습니다. 제 어머니가 칠순을 맞이했고, 예전부터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칠순이 되면 네가 동남아 순회공연을 돌게 하겠다는 몇 차례를 했고, 어머니는 그 말을 정확하게 기억을 하신 후 공연의 실행을 강요 했습니다. 완전히 저의 잘못된 입 놀림에 후회를 했지만 저의 약속을 지킨다는 신조에 따라 한달 동안 거금을 사용하면서 동남아 순회 여행을 했고, 달랏에서 캐나다부부와 같이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투어를 다니는 동안 식사나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 분들이 가장 유심히 들었던 내용은 아들이 어머니와 왜 같이 여행을 하는 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한 이야기는 옛날 한국에서는 70살까지 사는 부모가 많이 없어서 한국에서 부모가 70까지 살아 계시면 큰 잔치를 하고 오래 살아주신 부모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캐나다 아저씨도 참 신기한 내용이라고 하면서 어머니께 축하한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캐나다에는 없는 문화라고 하면서 다양하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에서도 서양 문화가 많이 들어오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에 참 안타깝다고 하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보다는 서양문화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 오히려 서양 사람들은 우리의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우리가 변화를 잘 못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일입니다.

 

지금 호치민 인문사회대학교에서 공부를 같이 하는 미국의 유쾌한 노인 분 입니다. 이분은 일년에 6개월은 미국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6개월은 호치민에서 이중생활(?)을 즐기시는 분 입니다. 이 분이 처음에는 말씀이 별로 없었고 항상 베트남어 공부에 열중하시는 분이라서 대화할 시간이 참 없었는데, 한 번은 수업 중에 선생님이 프린트 물을 안 가져 와서 30분 정도 출력을 해야 하니 좀 쉬다가 하자는 때에 대화가 시작 된 것입니다. 이 분과 대화 중에 이분이 미국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정년 퇴직을 했고, 베트남과 미국에서 6개월씩 이중생활(?)을 즐기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분과의 대화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항상 공원에서 베트남의 고학생 즉, 돈이 없어서 영어학원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과 4일을 공부하는 것을 돕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순히 공부를 도와준다는 내용이 아니라 자기가 더 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그분의 내용이었습니다. 화 목 토 일요일이면 23/9공원에서 오후 3시부터 공부를 하신다고 하더군요. 공부를 산책하면서 아니면 하이랜드 커피숍으로 가셔서 학생들이 원할 때까지 대화를 한다고 하더군요. 베트남 학생들이 영어로 대화를 시작하면 정말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대화(공원에서 잡혀보시면 압니다)를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하니, 그 분 말씀이 세상에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 피로는 쌓이는 게 아니라 피로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동양의 아니 베트남의 노인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태도에 아주 감동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자기의 교직에서의 경험을 활용해서 여기 베트남의 학생들을 도울 기회를 주니 자기가 오히려 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분이 가장 아끼는 것은 목과 팔에 한 싸구려 목걸이와 팔찌입니다. 왜 그렇게 소중히 여기냐는 질문에 자기가 베트남에서 같이 공부한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그 베트남 친구(?)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는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내용의 글이 적힌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을 줬다는 내용입니다. 작은 것에 이렇게 감동을 하고서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항상 하고 다닌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부는 독일에서 온 단체 여행객의 일행이었는데, 미얀마에서 만난 노부부였습니다. 그 단체 여행객들은 모두 독일어만 사용했는데, 유독 그 부부만이 영어를 사용했고, 같은 호텔에서 지내다가 식당에서 눈인사 한번으로 대화가 시작된 분 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한 가정이 같이 생활하면서 보통 고등학교 졸업 이후 또는 직업을 가지기 시작하면 독립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노인들은 노인들끼리 생활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독일 사회는 세금이 많지만 그러나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준비되어서 힘든 일은 별로 없다고 하시면서 자랑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은 왜 아시아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힘들게 노인들을 모시고 사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할 때는 독일 여행객들 모두가 두 분의 통역을 이용해서 대화를 참가했고, 저는 저의 부족한 영어를 이용해서 2시간에 걸쳐서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노인의 몫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힘든 것이 맞지만, 제가 설명한 것은 노인들이 집에서 자식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손주들도 돌보고, 자기가 하고 싶을 때는 가사 일도 돕는다. 가정의 한 일원으로서 지혜도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도움만을 받는 것은 절대로 아니며 자신만의 노력으로 틀림없이 가정의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양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노인을 모시는 풍습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가장 심하다고 하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독일 여행객들은 모두가 자기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에 대한 뭔가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여행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별다른 거창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으면서 주는 것은 부당하게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독립해서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하기에 그렇지 않은가 하는 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 유럽 애들 이야기로는 자기들도 용돈이 작다고 부모들과 실랑이를 벌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독립하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대신 한국의 부모처럼 자식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3팀의 여행객들에게서 공통으로 느낀 점은 수다스러운 노인 여행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피곤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돌아서 느낀 점은 정말로 말을 하고 싶은 데, 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다른 것을 보고 싶어서 출발했다가 세상은 같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누가 책에서 적었던 것을 봤습니다.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별 반 큰 차이가 없는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그런 곳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번에는 베트남의 지역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정리 할까 합니다. 참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고 잘못 이해 할 수도 있지만, 한번은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내용인 것 같기도 해서 시도를 해 볼까 합니다. 혹시나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를 하는 것이 있다면 반대의견 적극 받도록 하겠습니다. 잘못 알고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니까요.  

6 Comments
참수리 2014.04.02 18:26  
나이가 들면 외로워지는가봐요. 그건 인간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것이구요. 제가 와이프랑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적이 있는데 젊은사람들이 우리를 이방인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후부턴 그런거 신경 안쓰는 호텔을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슬퍼집니다 ㅠㅠ
조선소캬캬 2014.04.02 21:16  
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등한시 하는 세대관계가 되어버린걸까요? 더 슬퍼지기 전에 의사소통이 되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으면 좋을듯한데 말이죠. 말이 통하는데, 이해를 못하는 것은 과연 무엇때문인지 참 궁금합니다. 저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 세대로 들어와 버렸네요.

개인적으로는 앞 세대가 신뢰를 못 받는 일들을 많이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앞세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쪽으로 생각도 해 보구요. 서로가 이유를 알면 해결을 할 텐데... 알면서도 고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도 하구요. 서로가 자기가 옳다는 말만 하지 말고, 서로간에 대화가 진행되어서 멋진 해결책이 나와준다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될거라고 믿구요. 너무 슬퍼하지 말고, 노력을 해보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세상만사 2014.04.24 16:27  
집안에서 자기 자식들하고도 한시간 이상 이야기 하는 부모를 찾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하물며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려면 본인도 힘들고(뭐 이야기 해 줄게 있어야지. 그러니까 한 소리 또 하고 또 반복하고 - 에혀, 두번만 더 들으면 백번째다) 그 이야기 들어주어야 할 상대방도 힘듭니다. 특히 세대차가 나는 경우 상호 관심사가 다르니까요. 이 것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공부를 더 해야 할 겁니다.
조선소캬캬 2014.06.09 17:23  
역시 이 때도 많이 알고 가진 분이 양보를 하고 먼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하는 편 입니다. 새로운 생각도 많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지나간 것은 모든것이 좋게 보일수도 있지만, 결국 나쁜 것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naster 2014.06.09 13:01  
캬캬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을 쓰시는 재주를 가지셨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생각이란걸 해보았습니다
조선소캬캬 2014.06.09 17:24  
좋게 봐주셔서 그렇습니다. 나쁘게 보려고 하면 끝없이 나쁘게 보이니까요. 너무 감사합니다.
가끔 과찬을 해주시면 저도 좀 기분이 이상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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