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lay Guesthouse 가지 마세요. 주인이 도둑질합니다..
절도사건이 일어난 날은 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Maylay Guesthouse.
안 그래도 좋지만은 않았던(...) 여행의 종지부를 찍는 역대급 거지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후로 여행은 개뿔.
집에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결국 비행기표 다시 끊어서 일주일 일찍 귀국했다.
유럽배낭여행 말미에 나도 모르게 소매치기를 당한 적은 있었다.
본 건이 더욱 충격적이고 경악스럽고 끔찍했던 이유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
심지어 그 범인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라오스 현지 부부라는 것.
아들도 딸도 할머니도 같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그리고 2014년도의 사건 사고를 털고 가기 위해 적.는.다.
솔직히 나는 도둑을 맞은 적도 처음이고..
그 도둑놈들이 워낙에 천연덕스럽게 굴어서 심증은 갔지만 마지막까지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도둑맞고 이틀이 지나서 튜빙을 하는데서 만난 이탈리아 여자아이가.. 이 숙소를 알더라..
거기서 도둑맞은 사람들이 올린 후기를 읽었다고.. 덕분에 나의 고뇌는 막을 내리게 된다.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을 의심할 것이 없이 그냥 이 부부가 맞구나.. 차라리 알고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2014년 11월 30일 오전.
혼자 더블룸에 들어갔고 체크인 당시 방은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체크인 할때 뭐가 필요하냐고 주인 아줌마한테 물어보니까 여권만 있으면 된단다..
리스트에 여권번호를 적어야한다고. 돈은 지금 내냐고 하니까 나중에 내도 된단다.
여권가방에서 여권만 빼서 아래로 내려갔다.
배낭 하나와 여권가방이 들어있는 여행가방 하나를 놓고 나왔다.
(여행가방 안에는 빈폴 여권가방이 들어 있었고 당연히 지퍼는 잠궈뒀다.)
원래는 여권가방을 매고 다녔는데..
이 가방 크기가 애매하게 약간 작고 재질이 무거워서 태국 나라야에서 가방을 하나 샀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다. 일이 될려면 그렇게도 되나보다.
평소와는 다르게 여권과 나라야 가방만 들고 내려왔다.
그래놓고 이내 언제나처럼 여권가방도 가지고 나왔다고 착각했다. 늘 들고 다녔으니까;;
나오자마자 점찍어뒀던 ATV 샵으로 직행했다. 대강 뭘 하고 놀아야하는지 일정을 정리해야하니까..
그리고 마사지샵에 갔다.
유명하다는 (그래서 비싼?!) 집이었는데 태국 사람도 아니었고 마사지 실력이 좋지도 않았다. 그냥 비싸기만..
그래서 돈을 지불하려고 보니까,
어라? 여권가방이 없다. 숙소에 두고 왔구나. 숙소로 뛰어 갔다.
대략 1시간 30분?만에 돌아간거지.
나라야 가방에 있던 소액권들로 큰 돈을 지불하고 나서 숙소에 가니까 방이 정리되어 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나왔을 때 처럼 가방 두개가 있는데 뭔가 쎄한 느낌.. 내가 이렇게 깔끔하게? 두고 갔던가..
뭔가 비정상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랄까??
여행가방을 열어보니.. 여권가방이 없다. 맙소사.
이 때의 기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바로 내려가서 아줌마한테 내 방 청소 누가 했냐니까 자기가 했단다. (메이드가 따로 있는데..)
맙소사다. 가방이 없어졌다고 얘기했더니 아저씨가 장황하게 얘기를 한다.
니가 어디서 물을 사거나 했다가 도둑맞았거나 잊어버리고 놓고 나왔거나 했겠지..
예전에 누구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누가 돌려줘서 찾았고 누구는 가방을 잃어버렸었는데 걔는 못 찾았고 어쩌고 저쩌고 요는 니가 잘 생각해보라고.
울상을 하면서 난 어디서 뭘 산 적도 없고 심지어 어디 앉아있거나 그런 적도 없다고 얘기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도둑놈들 앞에서 가방 잃어버렸다고 하소연을 했으니 들어줄리 만무하지.
완전 멘붕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사용할 여행경비(소액권 다 섞어서 480달러)랑
치앙마이를 떠나오면서 남으면 다음에 와서 쓰면 되지 하고 뽑아놨던 바트 무려 6250바트..
그리고 킵도 10만킵 지폐는 다 그 가방에 넣어놨는데.. 무려 60 만킵
물론 여행일기나 집 열쇠, 신용카드,
나올때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이나 선글라스 작고 비싼건 다 거기 들어있는데..
당시에는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고 돈-_-들만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 !!!
(워낙 돈이 많았으니까..)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ATV샵에 계시는 한국인 사장님에게 다시 달려갔다..
울상이 되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연발을 하면서 달려갔다.
사장님이 정말 고맙게도 일단 같이 가보자고.. 현지인이랑.. 같이 그 집에 돌아가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방에 돌아가서 현장검증?을 하면서 아저씨한테..
라오스말로 방을 누가 치웠냐고 하니까 이번엔 자기랑 자기 와이프 둘이서 치웠단다..(아깐 와이프라며?)
그 아저씨.. 얘기하면서 내 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 지금 쓰고 있으려니까 또 열받네 -_-
사실 그렇다. 나도 알고 있다. 여행자가 도둑질을 당하든 소매치기 강도를 당하든..
일단 사라진 물건은 영영 빠이빠이 해야하는거.
그래서 그럼 폴리스 리포트라도 써야겠으니까 경찰서를 가야겠다고 했더니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내일 아침 8시에 같이 가잔다.
그 때가 점심시간 쯤이었지? 피같은 일요일 ㅋㅋㅋ 라오스 방비엔의 첫 아침 ㅋㅋㅋ
숙소에 틀어박혀서 피해액수를 파악하고 (가계부가 핸드폰에 있어서 다행이야)
남친과 가족들에게 다 털렸다고 보고하면서 같이 액션플랜을 세웠다..
그 날 Maylay Guesthouse에서 잠을 자는데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다..
도둑맞은 건 맞은 거지만.. 이 집은 당연히도(!) CCTV가 없고 심지어 안에서 거는 걸쇠도 없다.
모든 열쇠를 다 들고 있는 도둑놈 집에서 자는데다 걸쇠도 없으니 이 사람이 언제 또 들어올지도 모르잖아..
물론 훔쳐갈 것도 없지만.. 다른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 문고리에 나무의자를 걸어두고 누워있었다. (-_- 잠은 무슨 얼어죽을)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된 나는 아침에 샌드위치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경찰서에 갈 채비를 했다.
아저씨만 가는 줄 알았는데 아줌마도 같이 나갈 채비를 하더라.
뒷 모습 사진 찍었다.. 얼굴 찍으면 죽을 때 까지(설마?) 생각날 것 같아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ㅠㅠㅠ
아저씨의 삐까뻔쩍한 도요타 자동차를 타고.. 어딜 한참을 간다.
여기가 경찰서라고 하는 곳에 들어가니까 친근하게 라오스 말로 뭐라 뭐라 한다. 뭐라 하는거야 이런 젠장.
나를 취조실=_=에 넣어놓고 난리를 친다. 돈을 왜 그렇게 많이 들고 다녔녜.. 왜 가방을 놓고 나갔녜..
폴리스리포트도 안 써줄거래 ㅋㅋㅋ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아녜ㅋㅋㅋ
얼마나 쥐잡듯이 잡는지 내가 도둑질한 줄 알았다. 아 진짜 그 경찰ㄴ... 쓰면서 또 열받네 -_-
보니까 영어를 좀 잘 하는 어린? 경찰은 - 다시 말해 짬이 안 되는 - 그냥 매뉴얼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이 많은 경찰은 그 도둑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 같았고, 그냥 나와 이 상황이 모두 마음에 안 드는 분위기였다.
여튼 딱히 양식도 없는 모눈종이같은 곳에 일어난 일을 영어로 기술하고
도난당한 물품들과 메일주소를 쓰고 지장을 찍게 했다. 내 여권도 카피했다.
물건이나 도둑 찾으면 메일로 알려주겠대.(너네가 잘도 찾고 잘도 알려주겠다.) 그게 끝..
리포트를 가져갈 수가 없다. 복사도 안 해준대..
나오니까 한시간이나 경과했고 삐까뻔쩍한 도요타 자동차와 도둑부부는 자취를 감췄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챔피언급 길치였던 나는 순간 당황하며..
시내까지 걸어가면서 진짜 어이가 없는 웃음을 허허허.. ㅋㅋㅋ
어제 오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경찰도 괴롭히니까 자괴감도 쩔고..
눈물을 훔치며 일단 숙소를 옮겼다.
방비엔에서 제일 높다는 호텔로.. 그리고 ATV도 타고.. 그 와중에 ATV는 너무 재미있었다 ㅠㅠㅠ
골방에 틀어박혀 울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떻게든 놀아보려고-_-? 노력했다.
그 슬픈 월요일은 누군가 결혼을 한 잔칫날.
밤 11시 좀 넘어서 결혼식 잔치 야외무대를 구경갔는데..
어맛? 그 도둑새끼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다. 속으로 젠장을 외쳤다..
다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 새끼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맥주잔을 들고 온다.
자기가 나를 오늘 아침 경찰서에 데려다줬다면서 스스로 공치사를 한다.
나보고 오케이?하면서 건배를 하잔다. 그러면서 숙소 어디로 옮겼냐고 물어본다..
그러면서 나더러 잔에 술이 없다면서 억지로 내 잔을 빼앗아 들고는
자기 잔에 있는 지가 마시던 맥주를 내 잔으로 따른다.
나는 정말 벙쪄서 이 놈이 뭐하는거지? 미친거 아니야? 생각했다. 와.. 진짜 해도 너무하지..
그러면서 오케이? 오케이? 웃으면서 오케이를 연발한다.
(내가 니 가방이랑 돈이랑 다 훔쳐갔지만 너는 괜찮지? 너 어차피 돈 많잖아?)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 보란 듯이 그러는데..
정말 어이가 없고 나를 가지고 노는게 뻔히 보이는데 눈물이 다 났다.
도둑맞은 날도 울지는 않았는데 그날 밤은 울다가 잠들었다. ...지금도 울컥하네.
도망치듯 비엔티엔으로 나와서 바로 라오스를 떠났다. 캄보디아고 나발이고 너무 무섭고..
빨리 안전하고 따뜻하..게 난방을 해놓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다행이었다.
일단 ATV 해피투어 사장님과 사장님의 유창한 라오스 어가 아니었다면..
나는 도둑놈들에 둘러쌓여서
밖에서 가방 잃어버리고 안에서 난리치는 모지란 한국 여자아이에 불과했을 것이고..
그나마 경찰서 구경도 못 했겠지. 정말 쌩판 모르는 곳에서 혼자.. 얼마나 난감했을까.
길에서 만난 한근씨는 오늘 들어간다면서 기어이 남은 킵을 적선하고 가셨고..
튜빙에서 만난 보라수영언니도 ㅠㅠ
정말 모든 것이 최악인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밤을 환히 밝혀주는 좋은 사람이었고..
뭣보다 베르디 아니었으면 나는 계속 찜찜한 마음으로 내 탓만 했을꺼야 ㅠㅠ
그리고 비엔티엔에서도 LK 렌트카 사장님이 운영하는 여행자 무료 카페(?) 같은 데서 하소연도 하고..
사장님이 확인증?같은 것도 끊어주셨다..
말을 빌리자면 요즘 라오스에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서인지 도난 사건 사고가 많다고.. ㅠㅠ
정말 다들 고마웠습니다 ㅠㅠ 많이 고마웠어요..
다음에 라오스로 가족여행가서 이 더러운 기억-_- 꼭 덧칠할게요.
라오스 도난 사건 사고에 대한 Tip!
이미 당신이 도둑질을 당했다면.. 그 물건을 찾겠다는 어리석은 희망은 가지고 있지 않겠지?
가지고 있다면 당장 버리시고.. 아니면 잃어버리기 전에 가방에 GPS를 부착하는 건 어떨런지..-_-;;
일단 기본적으로 가방을 쌀 때 돈을 좀 분산시켜놔라.. 나도 200달러씩 여기 저기 분산시켜놨었는데..
책에 꽂아놓은거 책 읽기 불편해서 여권가방에 다시 넣어놨었어 ㅠㅠㅠ
책에 계속 뒀으면 200달러는 더 건지는거였는데 ㅠㅠ
경찰서 가봤자 폴리스리포트? 그런거 없으니까 그냥 아무 카메라나 있으면 (없으면 빌려서라도)
조서 내용을 찍어라. 보상받을게 있다면..
영사관? 대사관? 연락해도 쥐뿔도 없다.
그냥 도둑맞은 사람만 멍청이 취급하고 어쩔 수가 없대.. 전혀 리액션 기대할 게 없더라.
얘가 도둑이라고 정말 훔치는 영상까지 갖다주면 뭐 "그러지 마세요~"라는 말이라도 하려나?
혼자 유럽여행 45일 다녀왔고, 혼자 중국 출장, 독일 출장 세 번 다녀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자 혼자 여행은 _-_ 안 하는걸로... 딴 사람은 모르겠고 난 안 하는걸로..;;;;
그리고, 사람들 진짜 왜 그러는건데? 절도는 범죄다.
악랄한 범죄자 탓은 안 하고 애꿎은 피해자더러 더 조심하지 그랬니 더 어쩌지 그랬니 왜그랬니.
아니 우리가 훔쳤니? 뭘 그렇게 잘못했니?
길에서 날치기 당해도 피해자 탓할거니? 묻지마 살인을 당해도 거기 있었던 피해자 탓이니?
도둑질을 당했다고 본인을 탓할 건 없다. 그냥 그 새끼들이 나쁜 새끼고 재수없게 걸린거다.
그래도 몸 건강히 무탈하다면 그걸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재수없게 걸리지 않게 더 조심하면 된다.
아.. 내년은 삼재에 아홉수라는데 큰일이네.. 이번 액땜으로 땜질 좀 됐을려나..
ps. 그 게스트하우스 도둑부부에게 복수하고 싶은데 어쩌지?
한 번 가보면 알겠지만 그 사람들 그냥 보면 겁나 착하고 좋게 생겼음...
진짜 다시 찾아가서 멱살잡고 죽기 전까지 패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