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캄보디아 여행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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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캄보디아 여행기(1)

felicito 0 3365
2001/7/10
만남의 광장-북부터미널-아란-국경-포이펫-시스폰-시엠리업

어제 늦게 까지 술 먹고 짐 정리하다보니 새벽 2시다. (짐이 많은 분은 필요한 짐만 따로 빼고 나머지 짐은 그냥 만남의 광장 짐 보관소에 맡기세요. 5밧/1일이니까....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닌 듯 합니다.) 2시간 정도 잠을 청하고 새벽 4시 드디어 캄보디아로.... 근데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 될까? 그때까지 한참 배낭여행 회의론에 빠져있던 터라.... 그래도 방콕을 떠난다는 것에 위로 아닌 위로를 삼아야겠다. 사실 내가 좋아서 택한 길이니까.... 카오산에서 북부터미널로 가기 위해 미터택시를 기다렸다. 근디....!!

오늘의 에피소드(1)
한 택시기사가 다가오더니 어디가냐고 묻길래 "Northern bus terminal" 했더니 못 알아 듣더군요. 주변의 영어를 할 줄 아는 기사를 손짓으로 부르더니 자기네 말로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이해했다는 듯 택시에 타라고 하더군요. 아무 의심 없이 택시에 타서 한 1분쯤 가는데 자세히 보니 미터도 누르지 않고 가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따졌더니 이제까지 줄곧 미소로 일관하던 택시기사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목소리 톤 높아지고, 엑셀 심하게 밟고, 인상 험해지고, 완전히 순한 양의 탈을 쓴 늑대더군요. 미터없이 가면 얼마냐니깐 200밧이라구 하길래 그 가격에 절대 갈 수 없다고 차 세우라며 목에 핏줄 세워가며 소리쳤습니다. 한 5분 동안 신랑이가 오고갔습니다. 그 조그만 택시 안에서.... 짖어댔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적절할 듯 싶네요.^^ 옆에 동행한 S씨도 한 성품하더군요. 그 조그만 몸에서.... 그랬더니 이놈이 다시 우리가 처음 택시 잡은 카오산 그 장소로 백하지 않습니까? 그리곤 주변의 한패인 듯한 4-5명이 과자를 만난 잉어떼처럼 일제히 모여들더니 자기네말로 뭐라구 하는데 이에 절대 당황하지 마세요. 정말 약한 모습 보이면 안됩니다. 그러면 그들이 결국 포기합니다. 혼자였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 상황이더군요. 그 상황이 긴박했지만 나름대로 스릴은 있더군요.^^ 서로 승리의 쾌감에 젖어 키득거리는데 거울로 화난 우리모습을 봤다면 참 웃겼을거란 생각도 들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사기극에나 나올법한 일을 직접 경험하다니.... 조심하세요. 이 글 읽는 분도 사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헤헤.... 캄보디아로 가는 첫 항해는 이렇게 첫 걸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미터택시를 기다리고.... 새벽이라 그런지 미터택시지만 가격 흥정을 하더군요. 첨엔 100밧을 달라는데 80밧 말했더니 한참 머뭇거리더니 O.K.하더군요. 인상도 서글서글하구 친절하시길래 계산하면서 목캔디하나 드렸죠. 친절한 미소와 함께.... 그랬더니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길래 " 까올리 "라고 했죠. 이 정도면 작은 국위선양인가? 헤헤....
(카오산 주변에서 새벽에 북부터미널행 택시를 잡을 때는 일단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택시기사는 피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순진한 배냥객의 주머니를 노릴 가능성이 다분하니깐요. 인상이 안 좋은 듯 하면 그냥 택시흘려 보내시고 오히려 영어못하는 착하게 생긴 기사가 안전합니다. 북부터미널은 Northern bus terminal 하면 잘 못 알아 듣고 현지어로 "콘송 머찟마이" 3번만 발음해주면 알아 듣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헬로태국
뒷장 부록에 나와있는 한-태 지명사전을 활용하면 좋겠죠. 참 80밧이란 요금은 정상가입니다. 100밧도 비싼 요금은 아니고요. 제가 치앙라이에서 북부터미널에 새벽에 도착해 미터택시를 탔는데 미터로 카오산까지 85밧 나왔으니까요. 지갑엔 1000밧만 있어서 이곳 저곳 헤메다 세븐 일레븐 가서 잔돈으로 바꾸고 많이 죄송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참 친절해서 음료수와 100밧을 드렸죠. 제가 그땐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기 때문에 죽기
전에 착한 일 한번 더하고 저승사자 만날 요량으로요....헤헤)

여느 터미널처럼 택시에서 내려 출입문으로 들어가 아란행 5시(180밧)표를 끊고(그 다음차는 6시 30분이니까 시간에 맞게 도착하시는 것 신경쓰시고요. 164밧. 여차해서 늦으면 1시간 30분 기다려야 하니깐요.) 지정된 버스를 타러 출구로 가는데 몆몇 현지인들이 이상한 눈으로 우릴 쳐다보는데 마치 다들 사기꾼으로 보인다. 과민 반응일까? 그만큼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하긴 방콕에 있는 동안은 주변 사람을 믿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도 사기에 대해 들은 게 많아서.... 평소 안 쓰던 인상도 써보고.... 다행히 10분전에 도착해 대기중인 버스에 타려는디....!!

에피소드(2)
아란행 버스 승차시에도 차는 텅비어 있는데 괜히 어느 한 놈이 순진한 S씨의 가방을 낚아채 짐칸에 실으려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렸죠. 그냥 들고 타도 된다고.... 그런데도 집요하게 달라고 하는데 안된다고 다시 거부하니 어디로 가버리더라구요. 혹시 알아요. 우리가 차에 타 있는 순간 우리의 눈을 피해 슬쩍.... 새벽이라 그런지 캄보디아 국경으로 가는 버스 안은 참 한산하니 조용했습니다. 버스가 떠나길 기다리는데 인상이 험학한 한 캄보디아인이 수 많은 버스의 좌석을 놔 두고 계속 제 옆에 앉으려는 겁니다. 다른 곳에 앉으라고 했더니 죽어도 제 옆에 앉을려고 우기는 겁니다. 사실 버스안엔 승객이 3명이었거든요. 이 놈의 잔머리 뇌세포를 관심법.... 헤헤..으로 헤아려 보니.... 아 글씨 제 지갑에 주파수를 마추고.... 결국 버스표에 있는 좌석번호를 보
니 전 9번.... 그 놈은 14번.... 헐~~~ 이제서야 그 놈.... 꼬리를 감추고 줄 행랑을 치더군요. 헤헤..

지금은 태국의 동부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4-5시간을 타고 아란에 도착 다시 뚝뚝(명수에 상관없이 50밧)을 타고 드뎌 국경에 도착.... 국경에서 비자(1000밧)를 받고 국경을 넘는데 육로입국은 또 다른 감격이 느껴진다. 쉽게 오자면야 그냥 카오산에서 여행사버스 타고 오는게 편하긴 한데.... 정말 몇 백밧 아낄려고 새벽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온 보람이 느껴진다. 그래도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왜 이리 여권과 지갑이 신경이 쓰일까? 그렇지 않아도 국경을 넘는 틈을 타 뒤를 돌아보니 어느 한 놈이 내 베낭의 뒷주머니를 뒤지려하지 않는가? 화 낼 수도 없는 상황이구.... 쩝!! 입국신고서 작성시 직원인척 하는 사람이 다가와 신고서도 작성해주는 친절을 베풀면서 나중엔 팁달라고 "칩.. 칩.."그러는데 냉정히 무시했다. 보건세니 뭐니 해서 돈을 뜯는 풍습은 없어진 듯 하다. 그래도 여행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나쁜 관례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캄보디아 국경의 모습은 짐과 사람을 싣고 나르는 픽업트럭의 행렬로 초만원이다. 옆도 안보고 분주히 짐을 나르는 국경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삶은 새삼 경쟁임이 느껴진다. 잠시 서서 쉬고 있으면 어느새 남루한 차림의 꼬마아이가 다가와 "One baht One baht please.."하는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음이 아프다. (괜히 돈 졌다간 주변에 아이들 벌떼처럼 모여 듭니다.) 국경통과의 짜릿한 순간을 느껴보려는 소박한 마음도 여행자의 지나친 이기심일까? 순간....!!

에피소드(3)
국경을 막 통과하자마자 각 픽업트럭 회사에 소속된 삐끼들이 벌때처럼 달려듭니다. 사실 그땐 시엠리업행 외국인은 우리 둘 밖에 없었으니깐요. 초과수요라고 해야 되나요? 별 아쉬운게 없길래 그냥 묵묵부답 포커페이스만 유지했습니다. 결국 삐끼들끼리 우리를 쟁탈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정말 살벌하더군요. 그들에겐 그런 것들이 일상인 듯 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눈동자 속에서도 삶은 경쟁으로 비추어 지더군요. 어찌 어찌하여 좀 파워 있어 보이는 A삐끼와 흥정을 하는데 픽업트럭 인사이드 200밧을 요구하는데.... 저희도 만만치 않게(불가능한 액수인줄 알면서) 100밧을 불렀습니다. 근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그런 정보를 어디서 들었냐는 식입니다. 30여분의 신랑이 끝에 결국 150밧에 인사이드 합의했습니다. 인제 차만 타고 가는 일만 남았는데 선불을 요구하더군요. 계산은 절대 미리 하지 마세요. 몇가지 주워 들은게 있어서.... 현지가서 후불로 주겠다고 했더니.... 또 트러블 발생.... 탔던 차에서 다시 내리게 됩니다. 오히려 이것이 시엠리업 있는 동안 큰 행운을 갔다 주었습니다. 다시 B회사 삐끼와 흥정에 들어가 미니버스 150밧에 결국 흥정을 마치고 국경 가장 안쪽에 있는 린다 투어 사무실에서 차를 기다렸습니다. (삐끼이름이 린다였습니다. 키도 150cm가량의
꽉 마른 외소한 몸에 선해 보이는 검은 눈이 남자인 제가 봐도 매력적입니다. 자기이름의 내력도 이미 한국인한테 들어 알고 있더군요. 한참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린다김 말입니다. 린다투어에서 계속 선불을 요구하길래 2명치인 300밧에서 실랑이 끝에 일단 150밧만 보증금조로 드렸는데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가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거라 결국 나머지 금액 150밧은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신다고요. 차츰 설명해드리죠. 결론만 말씀드린다면 개인당 75밧에 미니버스티켓 끊은셈이죠. 뭐 남들 200-250밧에 끊는 표를 이 정도에 구했으니 아마 기록일 듯 싶네요. 아침부터 고생하며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시스폰 휴게소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 일행은 미니버스도 아닌 픽업트럭 인사이드에 280밧에 구했다니 말다했죠.) 한참 기다리니 카오산에서 출발한 여행사미니버스가 도착하고, 차 안에는 7명 가량의 서양인과 일본인 남자 1명 그리고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의 메니저인 Haeng이 타 있더군요. 뒷좌석의 영국인 친구에게 가격 물어보니700밧(650 추가50)에 조인트 티켓 끊었다구 하더군요. 개인자격으로 직접간 저희 경우엔 교통비조로 320밧이 들었으니까 경비를 많이 줄인 셈이죠. 대충 380밧정도 아낀 셈인데 이 정도면 캄보디아에서 1일 오토바이기사 대여비와 숙박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액수(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 기준)니까 크다면 큰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경에서 시엠리업으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운좋게도 저희는 운전사 바로 뒷자석 전망좋은 곳(좌우 중앙 두루 볼 수 있는 운전사 뒷좌석 강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캄보디아의 파아란 하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황소, 검은소 그리고 인도에서나 볼 수 있는 흰소.... 소를 모는 목동.... 수상가옥.... 그리고 야자수 나무.... 상상이 되시는지? 차창밖으로 보이는 캄보디아의 풍경은 평화.... 자유.... 그 자체였습니다. (혹 픽업트럭에 타신 분들은 불편한 좌석에 신경쓰다가 이 멋진 경치를 놓쳤을 수도....) 왜 이리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정의 정화를 느낀다는게 바로 이런게 아닐 듯 싶군요. 시골 출신이라 농촌풍경에 익숙하지만 이국적인 캄보디아의 농촌 풍경은 정말 색다르더군요. 가끔은 그 평화에 몰입돼 잠도 오는데 그걸 참아가며 봤으니....국경에서 시엠리업까지의 길은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아시겠지만.... 거의 직선도로입니다. 아웃토반이 따로 없더군요. 그저 운전사가 핸들만 고정시켜 놓고 잠자도 될 듯 싶은.... 가끔은 무슨 시뮬레이션 게임기에 앉아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슷한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쭉 뻗은 직선 도로 위에서 계속 펼쳐지고.... 차는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제자리에 있는 느낌 말입니다. 이해가 되시는지? 앞좌석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도로 사정은 그리 듣던 바만큼은 나쁘진 않았구요. (제가 아마 픽업트럭에 탔다면 생각이 바뀌었을수도....) 지금도 곳곳에 도로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도로공사작업 중인 인부들이나 아이들도 외국인을 실은 차를보면 "할로, 할로"외치더군요.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가다가 차가 웅덩이에 빠지면 승객들이 차 밀고, 운 나쁘면 교량도 붕괴되고 픽업트럭 아웃사이드에 타면 날리는 먼지로 인해 거의 프리머드팩서비스^^를 받게된다는 식으로 들었는데.... 지상 최악의 오프로드의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은 이젠 아득한 추억으로만 간직하셔야 될 듯 싶습니다. 가다가 시스폰에서 식사도 하고 현지마을에서 잠깐 휴식도 취하는데..... 애들 참 귀업더군요.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시엠리업에 도착.... 미니버스는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가이드북에는 소개가 안 된 곳임)에 멈추고.... 날이 많이 어두워진 상태라 선택권이 없더군요. 방도 보고 이것 저것 살펴보니 그냥 만족할 만한 수준이어서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정합니다.(1일 1.5$) 차에서 내릴땐 스태프와 게스트하우스에 딸린 15명의 기사들이 반갑게 맞아주는데 이곳 주인장인 Haeng(헹)이 친절교육을 잘 시킨 듯 합니다. 방에서 여장을 풀고 있는데 Haeng의 동생이자 모토가이드인 Saret(싸렛)이 내일 있을 앙코르왓에 대한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해주고요. 아!! 피곤하다. 새벽 4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그 먼길을 왔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저녁도 굶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함.
첫날은 대충 이러이러했습니다.

쓰고 보니 여행기가 아닌 무슨 추적 60분이 된 듯 싶네요.^^

* 요술왕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0-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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