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캄보디아 여행기(2)
2001/7/11
캄보디아의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 오토바이기사를 기다렸다. 싸렛과는 어제 봤기 때문에 어색함이 없는데 검게 그을린 한 청년이 내 눈길을 끈다. 피읍(Pheap)이었다. 26살.... 말이 거의 없구 영어가 잘 안돼 의사소통에 애로점이 있지만 가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해 맑게 웃는 머쩍은 미소가 참 선량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S씨는 싸렛뒤에 난 피읍뒤에.... 피읍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벌써 시내엔 관광객을 싣고 앙코르 유적으로 향하는 오토바이 행렬로 분주했다.괜히 앙코르유적 공부를 하지 않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는 만큼 보일텐데....(정말 지금에 와서 후회됩니다. 좀 더 캄보디아 공부좀 하고 갈걸.... 저의 경우엔 가이드북을 출국 바로 전 날 밤 사서 공부도 못하고.... 가이드북도 약간 정보가 부족하더군요. 꼭 미리 충분한 공부를 하고 가심이 좋습니다. 캄보디아의 경우엔 특히 더.... 저도 가기 전에 수없이 들었던 말인데 갔다와선 저 자신도 이런 말을 하게 되는군요. 현지가서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은 금물입니다. 정 시간이 없으면 자료래도 다운 받아가서 보세요. 참 첫날 사진 한 장 가지고 가는 것 잊지 마시고요. 앙코르유적 출입증 만들 때 필요한건데 사실 여권이면 족할 것 같은데.... 제 눈엔 여행자 주머니를 겨냥한 그들의 상술로 밖엔 안보이더군요.) 앙코르톰으로 향하는 중간에 앙코르왓을 잠깐 지나쳤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앙코르톰 남문 입구에서 우편엽서와 앙코르왓사진집(둘이 합쳐 2$)을 샀다. 앙코르톰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바욘상을 구경하는데 관세암 보살의 4면상 하나하나가 나의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원 곳곳엔 향을 피워 놓고 절을 드리는 곳이 있는데 경건한 마음으로 성지 순례의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조금 있으니 운좋게 가이드가 딸린 한국인 패키지 팀을 만났다. 눈치는 보이지만.... 헤헤.. 졸졸 따라다
니며 들었다. 바욘사원의 벽에 새겨진 사소한 조각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설명해 주시는데.... 말발이 장난 아니다. 무슨 약장수인지 알았다. 말발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무기다. 부럽다.
주변의 사원인 바푸온, 피미아나까스, 코끼리테라스, 문둥이 왕의 테라스, 쑤푸렛, 따께우, 따프롬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앙코르왓의 일몰을 보기 위해 갔다. (제가 알려드린 사이트 가보시면 적게나마 사원들에 대한 자료와 부조의 이해를 돕는 신화에 대한 설명등이 있습니다. 다운받아서 사원보면서 현장에서 보세요.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참!! 따프롬 가시면 사원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실겁니다. 나무의 나이가 예상외로
150년정도 밖에 안된거라더군요. 전 그 이상으로 높게 봤는데.... 나무 생장 자체가 상당히 빠른 열대 수종이라더군요. 같은 숙소의 산림전문가인 미국인이 말해준거라 아마 정확할 겁니다.)
싸렛에 의하면 30년간 지어진 건물이라던데.... 열대 밀림지역에 어떻게 돌을 옮겨 찬란한 석조 문화를 이루었을까?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찬사는 괜히 얻은 명성이 아니었다.
사원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곳에서나 피리나 사진집 혹은 우편엽서를 들고 다니며 파는 아이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철없이 순진하게 놀아야 될 나이에.... 쩝!! 그들은 아이이기에 앞서 아주 뛰어난 장사꾼이다. 아마도 쿠메르제국 시대의 대단한 상업꾼이었던 크메루 여자의 피가 흐르는 듯 싶다. 정말 물로 보면 안 된다 .부모님도 일찍부터 생업전선에 뛰어든 자식을 나무라지 않는 것을 보면 오히려 같이 장사를 하는 모녀 지간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다. 사실 처음엔 장사꾼으로서의 꼬마애들의 뛰어난 순발력과 영어실력에 놀랬다. 시내엔 꼬마애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교습 플랜카드가 보이는 걸 보면 이곳에서의 영어 열기는 우리나라 그 이상이다. 확실히 영어 말하기 수준은 우리나라 대학생 평균 이상이었다. 하지만 장사 이외로 화제를 돌리면 애는 애다. 서로 손 잡고 엄지 손가락으로 상대 엄지손가락을 누르는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천진 그 자체이다. 엽서나 사진집은 얼마에 사서 파냐고 물으니 처음엔 대답을 회피한다. 차츰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 세계에 어울리니 마음을 열고 말해준다. (참고로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사진집 2$, 엽서 1묶음 1$데.... 당연 구입가격은 이보다 쌉니다.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멜 띄우세요. 그들도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바욘 주변 사원인 피미아나까스 옆에서 앙코르유적 탁본을 샀다(1$에 2장) 탁본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이왕이
면 푸놈바켕가서 사세요. 물론 앙코르 유적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도요. 이곳이 더 저렴하더군요.
하루 종일 빠듯한 일정에 많이 걸어서인지 피곤이 몰려온다. 잠에 들자. 내일을 위해....
2001/7/12
새벽 5시에 일어나 푸놈바켕가서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하늘이 협조해 주지 않는다. 간밤에 비가 왔다. 피곤했던지 7시에 눈이 떴다. 아침을 서둘러 마치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반티아이쓰레이로 향했다. 현지인들은 반티아이쓰레이의 조각과 건축미를 상당히 높히 평가하고 있는 듯 했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에도 싸렛이 이 유적을 못 보고 가면 슬프다고 했을 정도 였으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Sorrow"란다. 솔직히 기대가 컸는데 별루 였다. 이 유적을 보기 위해 3배의 액수(15$)를 지불하다니 본전 생각이 난다.... 헤헤.. 어제의 충격과 감탄은 점점 사라지고.... 어느새 난 더 큰 충격과 자극, 신선함을 원하고 있었다. 익숙함이란 이렇게 놀랍고 때론무섭기까지 하다. 어제와 지금 느낌이 이렇게 차이가 나니 말이다. 먼저 와 있던 같은 숙소의 미국인 아저씨가 "Nice carving!!"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그런 것 같다. 조각의 섬세함은 단연 으뜸이다. 그래도 그 어느 유적지보다 여행 갔다 온 후에도 생생한 기억을 할 수 있는 건 다른 건축물과 차별화된 자주빛 색체가 아닌가 싶다.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10c(고려초)에 지어진 건물이니까 1000년 이상의 세월을 비바람에 견뎌낸 생명력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사원에서 한쪽 눈을 잃은 구걸하는 할머니가 수없이 지나친 불구자중에서도 왜 자꾸 머리속에 멤돌까? 유독.... 평화와 내전의 흔적이 혼재하는 곳....
다음 목적지는 2시간여 오토바이를 타고 간 폭포인데 그네들 말로는 칼스핀이라 한다. 최근에 관광지화된 지역이라선지 가이드북에는 소개가 안되어있다. 20여분여의 산길 트레킹을 하고 본 폭포는 실망 그 자체였다. 이게뭐야? 추리닝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어지는 불상사를 감수하면서까지 온 곳이 그저 평범한 3m도 채 안되는 폭포라니.... 우리식의 천지연 폭포나 정방폭포 등을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특이할 만한 점이라면 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새겨진 조각들....
하지만 시엠리업에서 폭포까지 오는 캄보디아 농촌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숙소에 가서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앙코르왓에서 조금 떨어진 푸놈바켕 (그들은 이곳을 마운틴으로 불른다. 말이 산이지 조그만 언덕이다.) 멀리 앙코르왓을 배경으로 일몰과 일출도 볼 수 있는.... 물론 서바라이도 보인다. 앙코르 유적지 최대의 전망대다. 입구에서 10분만 힘들게 오르면 정상에 오를수 있다. 저녁이 되자 입구에선 일명 거리의 악단이 캄보디아 금속악기를 이용해 연주를 하는데.... 마치 음악을 타고 찬란했던 쿠메르제국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그 금속악기들의 절묘한 화성과 울림속에서 앙코르를 완성한 크메르인들의 고풍스러움과 세련됨이 베어나온다. 우리의 궁중음악과 얼핏 비슷하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의 경치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구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다. 푸른 하늘에 잠겨 주변은 조용하고 평화 그 자체다 .바람도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누가 이 평화로운 곳에서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내전이 있었다고 믿을 수 있을까? 시원한 바람을 타고 감동이 밀려오는데....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난 왜 이리 아름다운 경치만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프놈바켕입구에서 캄보디아 티셔츠(2벌에 2.5$)를 샀다. 그 어둠속에서 티셔츠가 너무 맘에 들어 흥정을 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행 내내 번갈아 입었다. 물론 지금도 애지중지하면서 보관하고 있다. 기념품으론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캄보디아에는 태국만큼 관광객에 어필할만한 기념품이 풍부하지 않다. 해가 지니 금새 어둠이 찾아온다.
숙소에 들어와 게스트하우스 모터가이드들이랑 얘기하다가 잠을 청함.
* 요술왕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0-14 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