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여행, 몇가지 팁들
앙코르 유적을 보겠다고 부랴부랴 달려들어 며칠이고 태사랑 게시판을 들이 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녀온지 한참 되었네요. 내 자유여행의 밑거름이 된 태사랑에 나만의 팁으로 보답하리라 다짐했건만, 사람이 또, 어디 갈 때 마음이랑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더 잊어버리기 전에 제가 궁금했던 것 중심으로 몇가지 올립니다. 저는 올 여름에 까오슝 찍고 씨엠립 들어가는 원동항공으로 3박 5일 자유여행 다녀왔습니다.
1. 까오슝 경유 원동항공 어떤가요?
- 아시겠지만 음식 별로고 비행기 후지고, 돌아올 때 특히 피곤합니다. 그치만 가격대비 그만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갈 때 밥 한번, 올 때 밥 한번씩 주고, 자리마다 베개와 담요가 있습니다. 자유여행객에게는 그 정도면 됐지요. 다만, 비지니스항공 업그레이드의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타보면 아시겠지만 좌석 간격이나 좌석 수준이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차이가 거의 없거든요. 오히려 제가 갈 때는, 꽉 차서 가는 비즈니스와는 달리 이코노미는 자리 여유가 좀 있는 편이라 팔걸이 올리고 두자리 차지하면 훨씬 편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에 앉았는데도 나중에는 이코노미 빈 자리에 갔을 정도에요.
2. 까오슝 공항에는 볼 게 있나요?
- 전혀 없습니다. 면세점이 있지만 살 건 없고요. 커피 판매점이 있던데 한산한 데 비해서 커피 맛은 좋았어요. 가격은 한잔에 3천원 정도? 달러로 계산합니다. 피곤하시면 그냥 탑승구 앞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쪽팔림에 민감하지 않으시면 누워서 자도 무방한 환경입니다.
3. 씨엠립 공항은 어떤가요?
- 생각보다 면세점이 아기자기합니다. 역시 살 건 없습니다;;; 그치만 카페 같은 것들이 여러군데 들어와있어서 중간중간에 시간이 뜨면 망고주스 마시면서 괜찮게 시간 보낼 수 있더군요.
4. 씨엠립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은?
- 먼지길을 한참 달려야 하므로 툭툭은 비추입니다. 가능하시면 현지여행사에 부탁하시든 호텔에 부탁하시든 하셔서 픽업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도착했을 때는 짐도 있고 하니까요. 저는 배낭 아니라 트렁크를 가져가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습니다.
5. 숙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 당연히 비싼 데가 시설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고급숙소에서 있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다른 동남아 섬 휴양지에 비해서 씨엠립 호텔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니므로 한번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게스트하우스도 지내기에는 썩 괜찮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숙소에서 죽치고 시간 보낼 것도 아니잖아요? 잠자고 씻기만 할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싼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이용하세요.
- 다만, 위치는 아주 중요한데요. 공항 쪽 호텔들은 진짜 움직이기 나쁩니다. 밥 한끼를 먹을래도 호텔 안 레스토랑 이용할 거 아니면 올드마켓, 시내 쪽으로 움직여야 되는데 그때마다 툭툭이나 차량을 써야 하니까요. 시내 쪽이라고 해도, 제가 볼 때는 day-inn 보다 더 먼 곳은 걸어다니시기 불편할 것 같아요. 데이인도 밤에는 주변이 어두워서 좀 그렇긴 했는데, 지도 보시고 데이인-레드피아노가 걸어서 최소 10분이라고 생각해보시고 위치 계산하시기 바랍니다.
6. 차량 이용은 어떻게?
- 먼저 가이드가 필요한지 어떤지 생각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유적지 볼 때 가이드가 꼭 있어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어느 카페에 가니 현지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분께서 자기 학생들을 가이드로 연계해주시더라고요. 아니면, 영어, 불어, 일본어 등은 현지인들 중에서 굉장히 유창한 가이드들이 많았습니다. 옆에서 보니까 저보다 낫더라고요; 하여간, 가이드를 쓰겠다 싶으신 분은 운전 가능한 가이드 하시면 겸사겸사 되겠지요?
- 저는 3일은 택시 타고 하루는 툭툭 탔습니다. 툭툭 탄 날은 앙코르왓 같이 가까운 델 주로 다녔어요. 좀 멀다 싶으면(반띠쓰레이나 톤레삽 쯤 되면 무조건) 택시 타셔야 됩니다. 길이 매끄럽지 않아서 30분 이상 툭툭을 타게 되면 유적에 도착했을 때 구경할 힘이 남질 않거든요.
7. 기사 등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있던데?
- 음. 제가 출발하기 전에 이우상님의 [앙코르왓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보고 갔어요. 올 봄인가 나온거라 나름 최신판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샀고, 가서는 다들 그렇게 하시는 것처럼 에이션트 앙코르왓 영어판을 추가로 샀죠. 두 권 다 추천입니다. 몇십만원씩 들여서 가는 여행 준비인데 책에 돈 아끼지 마세요.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만난 택시 기사는 이우상님 책에 나오는 사람이었어요.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었고 다 우연이죠 뭐. 책에는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묘사되었던데, 저희는 별로였습니다. 이 사람 참 얄팍하다 싶었어요. 씁쓸한 일도 많았고요. 그냥 안전한 루트로만 구하면 누구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또 나쁜대로요. 저는 운이 나쁜 편이었지만, 다 수가 생기더군요.
8. 현지 일정은 어떻게?
- 트래블게릴라 추천일정으로 다니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일정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먹는시간, 자는시간 줄여서 그만큼 한군데서 더 보았습니다. 패키지가 아니라 각 유적지에서 보내는 시간 컨트롤이 가능하니까, 기본 일정에 따르시되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시간을 좀 더 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현지 여행사의 도움을 받았는데, 어차피 툭툭이나 택시 기사들이 현지 여행사 루트에 익숙해 있으므로 그 스케줄을 약간만 조정하니까 괜찮더군요.
9. 일출과 일몰은?
- 여름에는 못 봅니다. 저는 앙코르왓 일출 보던 날 새벽에 비가 왔고, 일몰 보던 이틀은 구름, 하루는 폭우 때문에 그 유명한 일출 일몰 감동은 못 받았습니다;;;; 프놈바켕이 좋긴 좋더군요. 폭우 쏟아지는 정경이 좋았으니 제대로 일몰이 쏟아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름에 여행하시는 분들, 우산이나 우비(두꺼운 걸로, 얇은 건 폭우 맞으면 망가지거든요) 상비하시기 바랍니다.
10. 기념품은 무엇으로?
- 기념품 진정 살 것이 없더군요. 선물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태국이나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엮어서 가는 분들은 다른 나라에서 많이들 사오시더라고요. 저는 거의 못 사왔고요. 저 스스로를 위한 기념품으로는 사진을 잔뜩 찍었고, 식구들에게는 돌아올 때 씨엠립 공항에서 파인애플 와인을 샀습니다. 만원 안했던 거 같아요 가격은. 먹어보려고 했는데 모친께서 누굴 줘버리셨더군요. 맛은 장담 못..
11. 밤에도 안전한가요?
- 낮에는 물론 안전합니다. 어차피 큰 길이나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으로만 다니니까요. 그런데 밤에는 얘기가 좀 달라요. 사고가 나거나 무서운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로등이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아 그냥 걷기도 좀 겁나고요. 저는 툭툭 아저씨들이 말도 안되는 영어 하면서 큰 소리로 말 붙이고 툭툭이나 자전거 타고 따라오면서 이상한 소리하고 그런 게 다 무섭더라고요. 남자분들은 괜찮을 것 같고, 여자분 혼자나 소수로 다니시는 분들은 밤길이 아주 편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12. 음식은 어떤가요?
- 음식 좋습니다. 태사랑에서 식당 많이 뒤져서 가세요. 여기서 추천되는 식당들 다 출륭합니다. 저는 FCC, 레드피아노, 숩드래곤, 인도치네, 블루펌킨에 갔고, 메콩 뭐시긴가 하는 데서 압사라 춤에 뷔페 했습니다. 다 좋았어요. FCC가 다른 곳의 2배 정도 하는 가격이고, 압사라 부페는 10불 선이었던 것 같고, 나머지는 2인분에 10-20불 정도로 먹었습니다. 음식은 메뉴 보시고 영어로 씌어진 안내문 보시고 사진 보셔서 정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외국인 관광객들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라 평균 입맛에 맞습니다.
-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이나 셔벗 있으면 꼭 드시고요. 망고주스를 비롯한 과일주스 다 훌륭합니다. 아이스크림과 주스는 어디서도 후회 안 하실텐데, 저는 아이스크림은 인도치네, 주스는 블루펌킨이 좋았어요. 아 정말 최고. 가게를 통째로 사오고 싶었을 정도.
- 과일 사서 드세요. 센트럴마켓에서 사면 됩니다. 슈퍼랑 가격차이 많이 나니까, 꼭 중앙시장에서 사세요. 툭툭기사한테 과일 살껀데 센트럴마켓에 내려달라고 하시면 될 겁니다. 얼마 얼마씩 달라고 하니까 착하게 생긴 십대소녀가 저울에 무게 달아서 주더군요. 망고스틴을 세배쯤 더 먹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군요.
13. 더 할 이야기는?
- 저는 성격이 패키지 얌전히 따라다니는 성미가 못 되어서 자유여행으로 갔습니다. 앙코르 유적 코스는 자유여행으로 가기 딱 좋아서 후회는 없어요. 여기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현지에 한인 여행사들도 많고요. 대신 부모님이나 어른들 모시고 가신다면 어떻게든 패키지 가시면 좋겠어요. 덥기도 하고 많이 걸어야 해서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 정도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살이라도 어릴 때 가시기 바랍니다;;
- 음,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러실텐데 모르는 곳, 처음 가는 곳, 그것도 개발이 덜 된 다른 나라기 때문에, 가면서 여기서 컨택하는 한인 여행사를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툭툭이나 택시 기사를 너무 믿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잊지 마셔야 할 것은 그 사람들은 우리의 돈을 보고 사업(일)을 하는 것이지, 우리와 친분이 있어서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가 그쪽에게 얼마짜리 손님인지, 얼마까지 돈을 줄 생각인지를 생각해보시고, 그만큼만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실망을 많이 해서 그렇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다시 따져 보니, 자유여행객들 한 두 사람이라고 해봐야 숙소, 차량, 마사지, 압사라식당 예약 다 해서 한 사람당 10만원-20만원 정도 남겠죠. 온라인 입소문이야 무섭지만, 그래도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손님이고요. 대신 그만큼은 제대로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잘 요구하셔야죠. 여행할 때에는 속상하고 열받는 일들이 좀 있었지만,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그만하길 됐다 싶더군요. 처음부터 그런 마인드로 출발하시면 마음도 더 편하시겠죠?
아직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 준비 중이신 분들, 무척 부럽습니다. 분명히 좋은 여행이 되실 거에요. 건강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