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서 택시를 싸게 타는 방법
이라고 제목을 쓰긴 했는데요, 조금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비자 그렇게 어렵게 발급받고 나서 무지 힘빠지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들의 '악'을 그대로 두진 말자, 라고 다짐하고 택시 타러 갔었어요.
택시 타기 전에 무료 셔틀 타는 곳이 있거든요.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 돼요.
그게 말이 무료 셔틀이지 진짜 무료가 아니라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로, 택시비에 고스란히 그게 포함되는 거더라구요.
대충 여기서 조사해간 것도 있고, 2년 전에 갔을 때의 경험도 있고 해서
40달러 정도로 쇼부를 봐야겠다, 생각을 했죠.
근데 가자마자 65달러부터 부르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니 인심쓰는 척 하면서
그럼 50달러로 깎아주겠다고 하네요.
무슨 소리냐, 다들 40달러 정도면 타던데 깎아달라,
아무리 얘기를 해도 50달러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고 딴청이에요.
저희들, 밖에 나가서 알아본다며 밖으로 나왔죠.
밖에는 아무리 나가서 찾아도 택시 없다며 겁을 주네요.
일단 저와 일행 중 한 분만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찾고
나머지 분들은 택시 정류소(?)에서 기다렸어요.
저희가 말로만 나간다고 할거라 생각했는지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진짜로 나가니까 뛰어서 따라 나옵니다.
그러면서 라스트 프라이스라고 45달러에 해줄테니 타라고.
어차피 밖에 나가도 모두들 45달러 부른다고.
그냥 탈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저희 또 정의감(?)에 불타서
너네들 너무 괘씸하니까 우린 똑같이 45달러라도 밖에서 타겠다고
계속 가던 길 갔어요.
한참 가다 보니 그 직원들, 이번에는 오토바이 타고 쫓아옵니다.
45달러에 해줄테니 그냥 자기네꺼 타라고.
저희 당연히 무시하고 갔지요.
날은 뜨겁고, 바닥은 질퍽거려서 걷기도 힘들었는데
한 20분쯤 근처를 헤매다 보니 어떤 택시가 다가와서
어디 가냐고 묻더라구요.
씨엡립 간다니까 저희가 가격 흥정도 안 했는데 35달러 간다는 거에요.
저희 완전히 기뻐서 그럼 우리 일행들 더 있는데 택시 2대 더 섭외해 줄 수 있느냐, 물으니 그럴 수 있다면서 바로 친구들한테 전화하더라구요.
그렇게 택시 3대가 준비가 되었습니다만.
문제는 다시 시작됩니다.
저희가 나머지 일행을 택시 정류소에 두고 온 게 잘못이었죠.
그 일행들 데리러 갔더니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듭니다.
아, 그 일행들 데리러 간 것도 택시로 간 게 아니라 뚝뚝이로 데리러 갔었어요.
저희가 잡은 택시로 데리러 가면 뭔가 난처한 일이 발생할 것 같았거든요.
저희가 가려고 하니까 무료 셔틀 버스비 내라고 합니다.
그거 무료 아니라고.
그리고 뚝뚝이 따라오면서 저희가 섭외해 둔 택시 기사들과 만나더군요.
관광 경찰까지 따라 나섰는데, 그 경찰은 돈을 먹어서인지 이미 그 택시 정류소 쪽으로 팔이 기울었더군요.
말다툼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희들 못 가게 하려고.
저 사람들 우리 손님인데, 왜 니가 가로채 가냐, 뭐 이런 식으로.
저희들 역시 항의했죠.
우리가 왜 니네 손님이냐, 우리는 이거 타고 갈거다.
한참 그렇게 실갱이를 벌이다 결국 우리 택시 기사들이 그 쪽 회사에
5달러씩 주기로 쇼부를 봤습니다.
저희, 우리 택시 기사 아저씨들 착하고 고마워서 그 5달러 우리가 내겠다고 했죠.
그러니까 결국 한 택시당 40달러에 간 셈입니다.
택시 정류소에 있는 그 사람들, 정말 악당들입니다.
비자 발급대에 있는 사람들 못지 않은 못된 사람들입니다.
저희 기사님들 말씀이 그 사람들 마피아라고, 완전 악당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숙소에서 들었는데 거기서 그렇게 사기치고 등쳐먹는 거 걸려서 8명인가가 사형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러더라구요.
역시나 또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요
지금 시즌에는 35달러 정도에도 시엠립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구요.
그 대신 그런 택시를 타시려면 무료 셔틀을 타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씨엠립에서 국경으로 오는 택시 있는데요 그 택시를 잡아 타시거나
그냥 혼자 짐 들고 어슬렁 거리시면 알아서 택시들이 올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조금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걸 쓰다보니 제가 무슨 쌈닭이 된 것 같은 기분인데요
그런 작은 부분이라도 정직하지 않은 것은 용납하지 말자, 라는 것이
저희 여행의 컨셉(?)이었기 때문에 힘들지만 저희는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단지 5달러, 10달러를 아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앞서간 저희들이 이렇게 힘껏 싸워주면 뒤에 오시는 분들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캄보디아에도 '정직'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암튼 앞으로 가시는 분들도 화이팅 하시구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