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앙코르 유적과 어우러지는 즐거움. 먹고 감동하고 취하는 도시
정확한 정보라기 보다는 그냥 이런저런 느낌이니까 너그러이 봐주세요.
수 년 전의 씨엠리업 여행의 기억을 헤아려보자니, 전반적으로 불편함과 고생스러움이 잔뜩 배어나는 여정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앙코르의 유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지만요. 그런 만만치 않은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이 위대한 건축물을 보기위해 그 정도쯤은 기꺼이 참아내는 것이 여행자가 가져야 될 당연한 덕목이었어요.
물론 그 시절에도 돈을 넉넉하게 쓰면 좋은데서 먹고 자고, 자가용으로 앙코르왓을 드나들 수는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배낭여행자들 에게는 녹록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씨엠리업은 앙코르왓을 보기위해서 불편과 수고로움을 견디던(?) 시절과는 꽤나 바뀌어있네요. 저희가 머물렀던 숙소(툰보레이 호텔)도 그러하듯 번듯한 시설에 와이파이가 되고 아침식사도 제공하는 중급 호텔이 14~20$ 정도입니다. 밧으로 환산하면 420~600밧 정도인데 시설을 감안하면 만만한 물가라고 볼 수도 있을 듯...(그러고 보니 태국이 너무 올랐나요?)
예전에는 6번 국도의 스타마트가 그야말로 이정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번듯한 슈퍼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스타마트에서 내렸고 그 근처의 롱라이브 게스트 하우스(현재도 5$/10$)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고 역시 그 길목에 (타플로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도 두 세 군데 있었지요.
하여튼 지금은 시바타 대로(씨엠리업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에 커다란 규모의 슈퍼인 앙코르 마켓, 얼마 전 개장한 현대적 쇼핑센터인 럭키몰 등이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럭키몰 일층에는 큰 슈퍼마켓이 있구요. 사실 럭키몰 자체는 입점한 업체가 아직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슈퍼 하나는 군계일학입니다. 럭키몰 1층의 슈퍼에는 소주가 단돈 1.4 $고 한국 제품들도 심심찮게 보여요. 그리고 여타 작은 슈퍼들에 비해서 럭키몰이 저렴합니다.
시바타 대로의 상가
6번국도에서 시바타 대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나오는 럭키몰
저녁이 되면 낮 시간에 앙코르왓을 순례했던 여행자들이 모두 시내로 나와 허기진 위장을 먹고 마실 거리로 마구 채우고 있습니다. 맥주 값도 무지 싸요. 생맥주(드래프트 비어)가 한잔에 0.5$(15밧이라는 경이적인 가격)입니다. 근데 해피아워 적용 가격이고 음식은 맥주처럼 싸지 않고 중급가격을 유지하네요. 그러고 보니 맥주로 꼬시고 음식으로 이문을 남기는 건가요? 쩝...-_-;;
유적을 하루 종일 걸어 다녔을 테니 발바닥도 욱씬댈테죠. 그럼 군데군데 있는 닥터피쉬에 발을 맡겨보세요. 씨엠리업은 지금 이 닥터피쉬 열풍입니다. 단 용기가 있다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기 닥터피쉬들은 왠지 다른곳의 피쉬들보다 몸집이 좀 큰 종자의 물고기 같아요. 지 본분을 잊어버리고 민망하게도 몸집이 엄청 커져버린 애들도 있는데 그건 거의 길이가 8~9센티에 이릅니다. 이렇게 큰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어항에는 어디 무서워서 발이나 집어 넣겠나요. -_-;; 그러니 잘 골라야겠죠. 제가 본 곳은 20분에 2달러 정도였어요.
마사지는 거의 일률적으로 한 시간에 5$인데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마사지 집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이 그냥 올드마켓 부근과 시바타 대로를 걸으면 호객꾼이 적극적으로 이끕니다. 사원 순례로 지친 근육을 푸는데 좋겠군요.
식당 수족관이 아니라 닥터피쉬임...
올드마켓 북쪽에 있는, 숩 드래곤 식당과 레드 피아노 식당을 잇는 펍 스트리트는 저녁이 되면 마치 카오산 중심부 같은 광경을 펼치고 오후 6시를 즈음해서 이 거리에는 탈 것들의 진입이 금지됩니다. 꼭 이 펍 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도 잔잔한 펍 골목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골목 안쪽의 식당과 바 들의 조명은 상당히 스타일이 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런 골목길사진을 한 장 찍고 싶을 정도로요. 펍 스트리트(사실 길이는 백 미터 남짓 되는 짧은 거리에요)의 서쪽 끝 편에는 저녁이 되면 바비큐 식당들이 연기를 무럭무럭 피우고 있는데, 소, 돼지, 닭, 생선 등등의 바비큐 재료가 쭈욱 진열돼요. 고등어는 5$, 붉은 민물고기는 7$, 짤막한 폭립 한 개 1.5$, 제일 저렴한 볶음밥은 1$ 뭐 이렇습니다. 노점 식당인 걸 감안하면 바비큐는 좀 비싼거 같아요. 그리고 생선도 그다지 신선하다고 보기는 좀 어렵네요. 이런 노점 식당의 볶음밥과 볶음 국수는 거의 일률적으로 1$입니다. 양도 많아요. 그러고 보니 태국은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음식양이 좀 더 작은 것 같아요.
바비큐 노점
나이트바자
식당가의 작은 골목안
더운 날씨에 여행자에게 보약으로 다가오는 한국 음식의 가격도 굉장히 저렴한 곳이 있어요. 위치는 시바타 대로 중앙의 최고급 숙소인 호텔 드 라 뻬(hotel de la paix)에서 북쪽으로 한 200미터 정도 올라가면 대박 식당 이라는 한식당이 있습니다. 간판 자체도 크지 않고 식당 입구도 약간은 좁은 편인데 삼겹살 뷔페 4$라는 안내문이 지붕 차양막에 반쯤 가려져 있어요. 8가지의 밑반찬과 겉절이와 상추쌈, 1인당 한 공기의 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식당 밖의 숯불에서 구워져 접시에 내오는 삼겹살이 무한 리필입니다. 그야말로 식탁에 반찬들이 쫙 깔려요. 4$면(원래는 메뉴판에 7$로 표시되어져 있음) 밧으로 단돈 120밧입니다. 술은 소주 4$(120밧)/맥주 3$ 정도군요. 이 정도의 음식을 먹기 위해 태국에서 얼마를 지불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가격이지요. 그 외 단품 식사나 비빔국수 5$, 라면이 4$, 전골이나 볶음류의 안주가 될 만한 정식 요리는 15~25 $의 높은 가격대를 이루고 있어요. 저희야 뭐 삼겹살 구이나 먹습니다. 주인분들이나 종업원이 친절해서 고기 접시가 비면 금방 가져다 주는군요. 약간 걱정이 되는 점은 씨엠리업이 전반적으로 불경기인지, 한국 식당중에 문을 닫은 곳도 좀 보이고, 이 4$짜리 삼겹살 뷔페도 일종의 바겐세일 상품이라 볼 수 있던데... 실제로 경기가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저는 원래 쇼핑은 잘 안하는 편인지라 쇼핑에 대한 호불호는 잘 모르겠어요. 서울에 있는 우리의 작은 아파트도, 콘도 같은 컨셉을 추구하고 있는 휑한 공간 이니 말 다했죠. 올드마켓이나 센트럴 마켓, 그리고 나이트 마켓에서 쇼핑해 보신 분들은 어떠셨나요? 여자 분들의 주의를 끌만한 반짝반짝한 것들도 많이 나와 있던데, 품질은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쇼핑에 안목 있으신 분들 좀 알려주세요.
예전에 도로 공사와 호텔 공사로 온 씨엠리업이 먼지바람으로 뒤숭숭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난리 북새통에 비하면 훨씬 많이 나아졌어요. 도로는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을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기준으로 봤을 때 흙먼지는 아직도 좀 많긴 해요.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와서 캄보디아의 얼굴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쓰레기도 그다지 잘 치우는 편은 아니네요. 기관지가 약한 분이라면 이 점이 좀 걱정은 됩니다.
도시 전체가 와글와글한 분위기구요. 하지만 오후 무렵에 올드마켓과 씨엠리업 강이 서로 닿아있는 풀밭 벤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면 제법 평화스런 무드도 느껴집니다. 강 건너 주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제법 운치 가 있었어요.
시엠리업강
뚝뚝 기사들의 호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분주합니다. 뚝뚝을 탈 생각이 없는데도 자꾸 말을 걸면 좀 성가시기도 하고 그래요. 근데 이게 태국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 면이 있어요. 적극적이긴 하지만 무례하거나 거칠지는 않아요. 뭐냐면 태국의 경우 헤이~ 유~ 이렇게 부르거나 거래가 성사 안 되면 리액션이 좀 불쾌하다거나 그런 면이 있었거든요. 특히 섬과 해변이 있는 남부 쪽이 좀 심해요.(이건 개인적인 경험이니까 전혀 동의 안하시는 분들도 있으실거에요. 그냥 넓게 이해해주세요.) 근데 여기선 어쨌든 헬로 써~(속마음이야 어찌되었든...)라고 부르고, 또 그렇게 극악을 떨지도 않아요. 좀 더 순수한 느낌입니다.
근데 태도가 그렇다고 해서 바가지를 안 씌우고 정직하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_-;; 노점에서 작은 만두찐빵 하나 사려고 했더니 1$ 불러요. 말도 안 되죠. 약간 큰 바게트 빵 하나에 2,000리엘(0.5$) 부르기에 1,000리엘 아닌가요? 했더니 그러라네요. 진짜 가격은 저도 모르겠어요. 500리엘 인지도... 외국인들에게 오버차지를 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합니다만, 그 태도가 극성스럽진 않다 뭐 이런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앙코르왓 안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구걸/판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때로는 진이 빠질 정도로 판매하고 매달리다가 안사면 욕으로 추정되는 말도 함...)한다던데, 씨엠리업 시내에서는 그런 아이들도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 해도 그냥 몇 마디 말 걸다가 스르르 사라집니다.
이제 씨엠리업은 앙코르왓이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과 함께... 올드마켓 부근의 저렴한 1$짜리 식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서양식, 인도식, 베이커리 식당 등에서 맛 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로 인해 먹는 재미도 제법 즐길 수 있구요(아쉽게도 가격이 마구 싸지는 않습니다만...) 적당한 가격에 머무르기 좋은 숙소들도 있고 도시 규모 자체가 작으니 시내의 웬만한 곳은 걸어서 다다를 수 있으니 이것도 제겐 장점이에요. 전 걷는 건 잘해서 괜찮은데 걷는 거 싫어하시면 좀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는 3일간 앙코르 유적 꼼꼼하게 돌아보기와 똔레쌉 다녀오기 등등으로 일정을 빼곡하게 채운 후 과제를 완수해낸 마음으로 뒤돌아 볼 것도 없이 서둘러 태국으로 돌아가거나 했는데, 씨엠리업의 이런 분위기라면 씨엠리업에서 좀 유유자적(?) 하면서 하루 이틀간 더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씨엠리업에 대한 느낌은 어떠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씨엠립,시엠립,시엠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