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버스와 택시 대절로 태국-캄보디아 국경 슝슝 넘어가기
요즘은 이 앙코르 왓에 대한 가열찬 열망이 조금(또는 많이?) 꺾인 듯 보이기도 하는데, 2000년대 초중반의 앙코르왓으로의 여행자들의 러시는 그야말로 대단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캄보디아 국경이 본격적으로 개방 된 후, 이 경이로운 건축물을 보기위해 흙먼지 뒤집어쓰고 덜컹대는 차에 실려다녔고, 운이 나쁘면 도로 중간에서 차가 퍼지기도 하는 생고생을 겪으면서 힘들게 오고 갔었죠. 게다 캄보디아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도 실랑이가 꽤나 있었다지요.
지금 현재(사실 변화가 생긴지는 꽤 되긴 했어요...)앙코르 왓으로의 여정은 거침없이 고고씽~ 그 자체입니다. 의견이 분분한 면이 있긴 한 데, 워낙 카지노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자들이 많아서 저희도 이번에는 국경행 카지노 버스를 이용해 봤습니다.
아침 7시에 카오산에서 택시를 타고 라마4세 대로의 쑤언 룸피니(룸피니 공원)로 가니 길이 하나도 안 막혀서 약 20분도 안 걸리고 택시비는 70밧 정도 나왔습니다.
룸피니 공원이 넓은 구역을 차지하고 있어 룸피니 공원 어디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카지노 버스 타는 곳을 찾아가기가 번거로울 수도 있겠습니다. 카지노 버스 타는 곳은 룸피니 공원 남쪽 라마4세 대로에 있습니다. 건너편에는 HSBC 건물이 크게 서 있어서 근처에서는 저절로 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바로 육교 아래에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므로 찾기는 쉬운편입니다. 만약 룸피니 공원 정문에서 내렸다면, 정문 앞 라마6세 동상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공원 담을 따라 살살 걸어가면 육교가 나옵니다.
간혹 카지노 버스가 대기 하지 않고 있을때도 있다는 후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조금 기다리면 온다는군요. 자료실의 방콕 지도(맵가이드)에도 카지노 버스 타는 곳이 표시되어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주위 사람한테 ‘아란’ 가냐고 물어보고 냉큼 올라타면, 안내양 언니가 자리를 배정해줄 거에요. 7시 반쯤 되니 사람이 얼추 다 차고 버스는 동쪽을 향해 달립니다. 요금은 아시다시피 1인당 200밧이에요. 차가 출발하고 좀 있으면 받으러 옵니다.
방콕 북부 터미널에서 아란 행 버스를 타고 갔을 때는 중간에 몇 번 서서 사람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4시간 30분 정도 걸렸거든요. 그에 비하면 카지노 버스는 정말 어영부영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갑니다.
우리 말고도 서양인 여행자도 있었고, 전혀 카지노가 목적인 아닌 것 같은 태국 사람들이 승객의 대부분이었어요. 정말 이 버스가 카지노 손님을 위한 버스인지 의문이 가더군요. 많약 그렇다쳐도 이젠 객이 많은 듯하네요.
룸피니공원 정문쪽에서 내렸다면 공원을 등지고 왼쪽을 보면 HSBC의 높은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앞쪽으로 가다보면....
육교 아래 쪽에 서 있는 큰 버스가 국경 가는 버스다.
버스는 아란 시내를 지나서 우리의 진짜 목적지인 국경까지 3시간 만에 데려다 줍니다. 국경 바로 앞은 ‘딸랏 롱끄르아’ 시장인데 사람들과 짐들로 좀 번잡하니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며 숨 한번 돌려도 괜찮구요...
세븐일레븐과 까씨꼰 은행(초록색 간판) 사잇길로 쭉 100미터 정도 들어가면 정면에는 태국 국왕사진이 걸려있고 왼쪽,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이때 왼쪽으로 90도 틀어서 씩씩하게 전진!! 하시면 큰 문 같은 게 나오고 그걸 통과하여 진행 방향 왼쪽에 태국 출입국 사무소가 있어요. 두리번거리지 않으셔도 그냥 다른 손수레, 자전거, 짐차 등의 행렬이 가는 방향으로 가시면 되는데 왼쪽으로 붙어 가면 태국 출국 사무실 나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태국 출국 절차를 마치면 이제 태국과는 굿바이~입니다. 도장 찍고 출국 카드 떼어가고 얼굴 사진 찍는 절차이지요.
이 사무실을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EXIT라고 써 있는 출구로 들어가면 이젠 캄보디아가 시작되는 커다란 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있는 천막에서 이제 캄보디아 입국 절차가 시작됩니다.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면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그 옆에 까씨꼰 은행이 있다.
정면에 보이는 이 길이 아니고 까씨꼰은행(녹색 K간판)을 보고 왼쪽길(뚝뚝있는 방향)
이 문으로 들어가면 세관인데 여행자들은 관계 없으므로 그냥 통과
왼쪽으로 붙어서 쭉 들어가면 출국 사무소가 나온다
1. 검역서를 씁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려고 해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헬로~ 하면서 불러세워요. 크게 어렵지 않은 양식의 칸을 채우면 노란 종이를 주네요. 검역서 쓰기 절차가 없어졌다는 말도 들었는데 지금은 또 있군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하나 봐요.
2. 비자를 받습니다. 검역서를 받은 후 건너편의 시원하고 커다란 건물로 쑝 들어갑니다. 비자 양식을 받아 기입한 후 사진 한 장과 여권, 그리고 수수료 20$를 창구에 건네주면 되요. 양식 쓰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데 캄보디아 주소 기입란에는 그냥 Siem Reap이라고 쓰면 됩니다.
창구 앞에서 직원이 비자 신청서에 사진을 스테플러로 찍어 주는 등 접수를 도와주는데 우리에게 주책맞은 낮은 목소리로 ‘원 헌드레드 밧’하네요. 아직도 이러긴가요?? 역시 낮은 목소리로 무심하게 ‘노~’라고 하면 머쓱한 표정으로 가 버립니다.
그렇게 접수를 하고 기다리면 사람이 없는 경우 2분 후 쯤에 비자가 붙어 있는 내 여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그럼 비자 사무실을 나와서 양 쪽에 카지노와 호텔들을 구경하며 다시 쭉쭉 전진하면 이제 길 오른쪽으로 캄보디아 입국 사무소가 나옵니다. 입국 수속를 밟는 줄을 서기 전에 이번엔 출입국 카드를 써야겠죠! 역시 양식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뭐 크게 복잡한 걸 묻는 것도 아니니까요. 뭐 입국 포인트인 뽀이뻿Poipet, 다음 목적지 씨엠리업Siem Reap과 그 다음 여정의 도시 영어 스펠링 정도를 알아 두시면 됩니다. 그리고 줄서서 창구에 여권과 함께 내면 스탬프를 찍어 줍니다.
그럼 모든 행정적인 절차는 끝이 납니다.
이젠 이곳 국경에서부터 씨엠리업까지 가는 일만 남습니다. 일반적이고 정석인 방법은 셔틀버스 타고 터미널 가서 타는 거에요. 그 요금은 기도천사님께서 이 게시판에 사진으로 친절히 올려주셨으니 검색해보심 되는데 택시의 경우 1인당 요금이 12$라네요. 버스는 9$이구요.
앞에서 쓰진 않았는데 사실 여기 터미널가는 무료셔틀버스 삐끼가 국경 넘을 때부터 따라 붙었습니다. 캄보디아 입국 수속하는데 게속 옆에서 도와주기는 하는데 신경이 좀 쓰이긴 합니다.
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국경에서 바로 택시를 대절해서 슝~ 하고 가실 분들은...
철봉 가드와 지붕으로 덮힌 이 셔틀버스 대기소를 나와서 스무 발자국 정도만 걸어 나가면 택시 호객꾼들 아저씨들이 우리를 향해 일제히 출격합니다. 일단은 택시 한 대당 35$ 부르네요. 우리(2명)는 호객꾼 아저씨에게 20$를 부릅니다. 호객꾼 아저씨가 ‘오~ 트웬티! 노~노~’합니다. 그래서 25$ 부르니 호객꾼 아저씨가 캄보디아 사람도 그 보다는 더 주고 탄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택시 탈 이유가 있겠나요. 그냥 맘 편하게 1인당 12$ 내고 터미널에서 합승 택시(두 사람이니 24$) 타고 가려고 발걸음 돌립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랑 같이 타는 불편함과 약간의 기다림은 있지만요. 아니면 요금이 더 저렴한 버스를 타도 되구요... 등을 돌려 다시 셔틀버스 정류장 쪽으로 다섯 발자국 정도 걸으니 달려와서
“오케이~ 미스터, 위 캔 고 나우~, 유 페이 씨엠리업!”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단 두 명 뿐이라서 빈 자리에는 씨엠리업으로 배달할 물품들도 같이 실었는데 뭐 크게 성가신 상태는 아니었어요.
국경인 뽀이뻿에서 씨엠리업의 올드마켓(프싸짜)까지는 2시간 걸렸습니다. 길이 정말 좋아졌더군요. 길도 길이지만 가장 문제가 되었던 다리들이 모두 튼튼하게 지어져서 우기에도 큰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타고 포이펫 -씨엠리업을 이동할지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다르니 어떤게 좋다고는 하기가 애매합니다. 함께 이동하는 인원이 몇 명인지 (한 명? 아니면 서 너 명? 인원에 따라 지불할 액수는 차이가 나니까요.) 흥정하는 게 정말 피곤하게 느껴지는지 아니면 해볼만 한지 (우리의 흥정도 채 1, 2분이 안 걸렸어요. 대안이 있으니 안타면 그만이겠지요) 하여튼 상황이 이러하니 내 취향에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가시면 좋을 듯 합니다.
지금은 12월 말... 여행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국경도 한산하고 출입국 절차도 예상외로 빨리 끝나고 예전의 그 혼란스런 느낌의 국경 넘어가기가 상당히 변모된 느낌이에요. 아침 7시에 카오산의 숙소에서 나와서 오후 2시가 채 안 되어 이미 씨엠리업에 도착했으니 그 다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그냥 그날이 운이 좋아 좀 수월한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의 국경 넘기는 어떠하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