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와서 너무나 아름다웠던 '닉뽀안'
9월 10~13일까지 씨엠립에서 있었던 여행자입니다.
10일날 날씨는 3시경에 비가 잠깐 오다 말았구요. 11일 새벽에 비가 많이 와서
올드마켓 주변과 몇몇곳에 물이 많더군요.
저희 툭툭기사가 자기 자는 곳에 물에 잠겨서 비가 없는곳으로 피해서 잤다고
오늘 어디서 자야하는지 난감하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그말에 안쓰러웠는데
나중에보니 하루만 툭툭을 잡은 저희들을 다음날까지 동정표로 예약하려고 했던
약싹빠른 툭툭기사 더군요. ㅋㅋㅋ 가장이라 먹고 살기 힘들겠거니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비가 와서 유적보기를 포기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개인적으로 비가 와서 선선하고 땡볕도 아니었고 툭툭이로 달리면 바람도 상쾌하고
간간이 범람(?)한 도로를 물 튀기겨 건널때의 스릴감도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던 곳은 유명한 앙코르와트, 앙코르톰도 아닌
'닉뽀안'이었습니다. 닉뽀안은 원래 물에 떠있는 신전인데 비가 와서 그 신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신전이 아니라
신전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닉뽀안 입구에서 내리니 가는 길이 물에 차 있더군요. 그래서 포기하고 가려고 했는데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서양인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발목 정도 밖에 물이 차지 않는 듯 했으나 곧 그 외국인이 바지를
걷어올리며 본격적으로 빠지는데 허벅지 정도까지 물에 빠져서 걸어 나오더군요.
주저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생각에 바지를 걷어 올리고 들어 갔습니다.
그 때의 그 기분~~ 밑이 안보이는 길을 걸으며 겁도 났지만 물속에서 너무나도 신나게
수영하는 아이들을 보며 진정 정글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허벅지까지 오는 물길을 들어오다 보면 중간 정도에 나무계단위로 올라서게 되는데
그곳까지만 오면 발목까지 밖에 물이 차지 않아 유적 감상엔 지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희들은 마지막 날(12일) 자전거로 다녔는데요.
물길을 가르며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도 좋았고
물에 잠긴 올드마켓까지 물길을 헤치며 걸어가서 마신 앙코르비어도 최고였습니다.
또한 장대같은 비를 피하기 위해 사원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습니다.
씨엠립은 물이 금방 불지만 빠지기도 금방 빠지더군요.
지금 집으로 무사히 입성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닉뽀안가는 그 길에서 수영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합니다.
우기의 여행! 저에겐 너무나도 낭만적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프놈바켕은 우기엔 저녁 6:00까지만 볼 수 있습니다.
여섯시에 해가 질락말락하는데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준비해간 맥주도 못 마시고...ㅠㅠ(위험하긴 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우기엔 앙코르와트도 3층엔 못 올라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