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라이, 자전거로 다녀오기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씨엠립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바라이를 다녀왔습니다.
검색해보았을 때 다녀오신 분들이 있는 듯 했는데, 어떤 길로 갔는지 어땠는지에 대한 글은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었었어요.
그래서 일단 감행했는데 결론은 잘 다녀왔다는 겁니다. 힘들긴 무지 힘들었지만 좋았어요.
그 전에 말씀 드릴 사항으로, 저는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며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입니다.
평소 여행 다닐 땐 가는 길을 tracking 하는 어플을 쓰는데 업데이트 된 어플에서 메뉴를 못 찾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기록을 못했어요. T_T 그래도 다녀온 길을 간단하여 지도에 표시해봤습니다.
파란색이 갈 때, 녹색이 올때 이용한 길입니다.
자전거 탈 때 가장 좋은 팁이 되었던 것은 방석!
저는 방석이 없어서 담요를 챙겨갔는데 이것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렇게 앉아있을수가 없었을 것만 같다는.. 엉덩이가 없어질 것 같다, 혹은 이 것은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하는 생각을 했다는 걸 참고하시길.
그리고 꼭 긴 팔 입으시고요. 장갑도 끼면 좋을 것 같아요.
National Highway 6을 타고 가다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호기롭게 출발했지요.
길이 차가 주로 다니는 길과 길가의 호텔 앞 길이 약간 분리가 되어있어서, 호텔 앞 길로 다녔어요. 사실 고속도로라 차도 오토바이도 너무 많아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에..
가다보니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어요. 보니 춘절이라 하는 행사였네요.
이번에 느꼈지만 씨엠립 사회에 중국자본과 사람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가게에도 춘절 맞아 음식을 차려놓은 집들도 많고, 중국계 캄보디아인들도 많은 것 같고요.
삭막한 도로를 쭉 달리다 보니 이게 오른쪽으로 꺾어서 직진만 하면 됩니다.
길에 접어드니 이제서야 자전거 탈 맛이 나는구나 싶습니다.
굉장히 천천히 가다가 쉬다가 괜히 지도 좀 보다가 엄청 느리게 갔는데도 한 시간도 채 안걸렸어요.
도착한 서바라이는 그냥.. 소양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예요.
사진을 이렇게 딱 찍고 나니까, 음 할게 없어요.
우리나라 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많이 오는데,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쉬다가 다시 금방 가시네요.
이제 그냥 돌아가야 하는건가? 하고 있는데, 제가 가는 길에 보았던 자전거탄 서양 언니 두 명이 뭐라뭐라 사람들한테 물어보더니 왼쪽편으로 가는거예요. (서쪽)
저기에 자전거 세우는 곳인가 싶어 그냥 따라가봤는데 사원 표지판이 보입니다.
지도에는 서바라이 도착 직전에 우편으로 Prasat Ka Ho라는 곳이 보여서 가려고 했는데, 진입하는 곳을 못찾고 지나쳤던 터라 한 번 가보았습니다.
신경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보이는 작은 곳이었지요.
잠시 쉬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인사도 건넵니다. (씨엠립에서 참 좋았던 게 인사와 미소! 였어요. :D)
제 앞에 왔던 언니들은 다시 길을 떠납니다. 서바라이를 한 바퀴 돌 생각인가?
서쪽만 가도 3키로인데..
(제일 신기한 건 우리가 500ml짜리 물병들고 다닐 때 1리터 1.5리터 큰 물통을 들고 다니는 것.ㅋㅋㅋ)
저는 레이트체크아웃 요청했더니 어렵다며 1시까지 그나마 늘려준 시간까진 도착해야 했기에 다시 길을 돌아갑니다. (그냥 체크아웃 미리 할걸, 돌아가면서 아쉬운 순간이 많았어요. 앙코르벌룬도 못타고, 해자에서 여유롭게 쉬지도 못하고.)
서바라이 도착한 지점 양쪽으로는 먹을거리 파는 곳과 기념품 상점이 있는데, 그쪽을 조금 지나치면 사람들이 차나 오토바이로 많이 와서 주차해놓고 어딘가로 내려가더라고요. 그래서 오는 길에 기웃거리다 자전거를 세우고(주차비? 2000리엘) 내려가려고 하니, 자리세가 있대요. 3$.
저는 어차피 혼자서 오래 있기도 뭐하고, 잠시 쉬었다 가기엔 비싼 것 같아서 10분만 있을 건데 너무 비싸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일단 한 번 보라고 하시기에 따라 내려갔더니 이런 곳이 나옵니다.
이런 방갈로들이 잔뜩 들어서 있고, 먹을 것도 팔고, 물놀이도 하고 그래요. 동행이 있었다면 먹을거 싸가지고 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할 걸, 그게 진짜 아쉬웠네요.
보면 볼수록 참 사람이 만든 곳이 크기도 참 큽니다. 이걸 누가 저수지라 생각할까요.
잠시 쉬다 다시 출발합니다. 지도 상에는 분명 나온 길이니 가면 시내 나오지 싶어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주차관리하는 청년에게 손짓발짓해서 이 길로 가면 씨엠립 타운 나오는 것 맞냐 물어보니 맞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평탄한 길을 좀 가다보니 곧 모래가 폴폴 날리는 길이 떡하니 나옵니다.
이때 또 후회한 것이 일반자전거 빌린 것..
아이들 만나면 주려고 노트랑 펜 같은 것을 가져갔는데 둘 곳이 없어서 바구니 달린 걸로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가면서 줄 아이들을 만나기는 커녕 짐만 되었네요. 그냥 MTB 빌릴 걸.
지도 상으로는 평온하게 생긴(?) 직선 길이고, 거리로 해도 아주 멀지 않은 구간이지만 저 곳을 자전거로 달리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건가
넘의 나라에서 길을 잃는건가
체크아웃도 아직 안했는데
저녁에 비행기 타야하는데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까
그런데 지금 내가 어디라고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까
...
힘들어서 이때는 찍은 사진도 없네요.ㅋㅋㅋ
길가로 논밭이 펼쳐지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도 종종 만나요.
한 번 타볼까 했던 앙코르벌룬.
안 좋은 평이 90%긴 하지만 한 번쯤은 타볼만 하다 싶었는데, 한낮이라 덥기도 하고 현지물가 생각하니 15분에 15$ 지출하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체크아웃 하기로 한 시간이 임박하여 흑흑.. 그냥 사진만 찍어봅니다.
그렇게 또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다보니 표지판이 보입니다.
씨엠립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분명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앙코르왓 옆 길로 가고 싶어서 지나치고 쭉 갔더니 아차.. 매표소에서 부릅니다. (제 입장권은 전날 만료)
제가 그냥 이 길로 시내 가려고 한다고 지도 보면서 설명하니, 사원 구경은 이미 다 한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사원 들어가지 말고 그냥 지나쳐서 가라 하시더라고요. 다시 돌아가서 빠져나가야 할 판이었는데 다행입니다. 휴
해자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도 저렇게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늘에서 쉬엄쉬엄 책이라도 한 장 읽고 싶었지만, 이즈음엔 이미 체크아웃하기로 한 1시까지 30분 남짓 남았을까 할 시간이라 역시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1시에 딱 도착하여 직원에게 좀 씻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기에 씻고 나오니 2시.. 아까 물어봤던 직원은 없고, 다른 사람이 너 왜 1시에 나가랬더니 늦었냐며 원래 돈 내야하는데 봐주겠다고 합니다. 어떤 직원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해보지만 점점 제 목소리도 쪼그라드네요.ㅋㅋ
자전거 자체도 정말 오랜만에 탄 데다가 이런 거리를 자전거로 가본 건 정말 처음이었고요, 한동안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가볼만했다 생각해요. 특히 시간을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시간에 쫓겨서 아쉬움이 남네요.
다음에 씨엠립에 가게 되면 천천히 자전거 타고 사원 돌아보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서바라이에 또 가게 되면 그땐 먹을 것도 잔뜩 가지고 가서 소풍처럼 놀고도 싶고, 해자 앞에 앉아 여유롭게 쉬고 싶기도 하고-
전에 다녀온 제 친구는 너무 너무 덥고 그냥 돌덩이 밖에 없다며 다신 가지 않겠다 하던데. 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기억이 많아 나중에 다시 꼭 가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