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찾아 떠나는 즐거운 여행' 을 읽고
'신을 찾아 떠나는 즐거운 여행'
책 제목이 너무 거창한 건 아닐까?
신을 찾아 떠나기를 원하는 시람 이라면 인도나 일본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느낌이 솔직히 앞섰다.
그러나 한 페이지씩 읽어 갈수록 나는 이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 아닌 한정된 힌두신, 인도의 대서사시를 즐겁고도 가볍게 찾아 갈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어쩌면 간서치看書癡의 아류쯤 되는 것 같다.
어느 곳을 여행하려고 하면 사전에 그곳의 역사, 지리, 풍습 등을 스스로 만족할 만큼 공부를 하고 가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혼자 만의 개똥철학 일지라도 나름 '아는 만큼 보인다'知卽爲眞看라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 때문일지라. 그러기에 당연히 풍경이 좋은 휴양지 보다는 유적이 많은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점에는 이미 여러 출판사들의 가이드북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교통과 맛집 등을 주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최신의 장황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다고 논문을 옮겨 놓은 듯한 전문 서적을 보고 있자면, 일개 여행객의 입장에서 너무 딱딱하기도 하거니와 과연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곤 했다.
이미 동남아 여러 곳을 다녀봤고 동남아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었던 내게, 얼마 전 친한 후배가 건네준 책이 바로 ‘앙코르-신을 찾아 떠나는 즐거운 여행’이다.
여행 가이드북과 전문서적의 중간쯤에 위치 한다고 할까?
유적을 즐기고자 원하는 내게 딱 맞는 수준의 책이었다. 그간 몇 차례의 캄보디아 여행간 앙코르의 아름다운 부조浮彫들을 대략적인 이미지로만 받아 들이다 보니 반복 대는 조각들이 다소 지루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많은 사진과 보충 설명을 통해 부조의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확히 나의 아쉬움을 해갈 해주었다.
'둘러보기 팁'이나 '각 유적들의 단면도' 그리고 '캄보디아 여행 준비 팁' 등은 저자 본인의 수준에서가 아닌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아직 가보지 못했던 외곽유적들의 책장을 넘기고 있을 무렵에는 이미 나의 마음이 그 곳에 가 있었다.
가볍지도 않으며 딱딱하지도 않다. 실속이 충분하면서도 편안히 읽어 내려갈 수 있고, 앙코르 유적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입문서(入門書)로도 손색이 없는 책.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느낌이다.
이미 나의 여권에는 캄보디아 비자가 7장 붙어 있지만,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무지無知해서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만나기 위해 또 다시 항공권을 찾아봐야겠다.
머지 않은 어느 날 斑白의 中年이 이 책을 들고서 '앙코르 왓', '바이욘 사원'의 부조를 하나하나 관찰하게 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