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다바오 롱스테이 소개 1 - 지리, 기후, 역사
안녕하세요. 명입니다.
지금 제가 롱스테이중인 다바오에 대해 정보 공유 차원에서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다바오는 현재 필리핀 대통령인 두테르테가 1988년부터 시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다바오에 자경단을 만들어 범죄자를 총으로 쏴죽였다는 그사람이죠. 두테르테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바오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가장 큰 도시이고 필리핀에서는 세번째로 큰 도시이다. 마닐라 1등, 세부 2등에 이어 3등으로 인구는 145만, 거주민은 이백만으로 추정한다. 민다나오 섬 남부에 위치하여 태풍이 없다. 적도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태풍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적도 부근, 주로 필리핀 동쪽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동진은 안 하고 주로 서북진을 하는데 가끔 북진, 서진도 한다. 서진을 하게 되면 필리핀 중부 이북을 바로 때린다. 한반도까지 올라오는 늙은 태풍이 아니라 젊은 놈이 때리기 때문에 피해가 아주 극심하다. 하지만 다바오는 태풍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바오 앞바다는 늘 잔잔하다.
기후는 다른 동남아처럼 건기, 우기로 나눌 수 있지만 1년 내내 비가 조금씩 오고 5월~10월은 조금 더 오는 정도다. 동남아에서 가장 더운 4월도 최고 기온이 33도 정도로 조금 덥고 1월, 2월도 26도~30도로 조금 덜 덥다. 한마디로 기후 변화는 크지 않다. 그래서 살기가 좋다. 태풍도 없고 환태평양지진대에서도 살짝 비껴나 직접적인 지진 피해도 거의 없다. 일년 내내 덥지도 않고 강수량도 2,000정도(1,800mm) 되니 수량도 풍부하다. 당연히 농사도 잘 된다. 민다나오를 두리안의 섬이라고 한다. 필리핀 전체 두리안의 70%, 열대 과일의 40%가 민다나오에서 난다. 제철 과일값이 엄청 싸다. 망고, 두리안, 포멜로, 망고스틴 등 저렴한 가격에 원없이 먹을 수 있다. 자연 환경은 정말 좋다. 필리핀에서 가장 좋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필리핀이 스페인에 의해 식민지로 된 것이 16세기인데 민다나오섬은 19세기가 되어서야 스페인 놈들이 몰려왔다. 그전까지는 독립이라기는 좀 그렇고 자치권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 대부분은 이슬람으로 인종적 구성도 말레이 인종으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 더 가까웠다. 그러던 것이 미국이 스페인 전쟁의 승리의 댓가로 필리핀을 넘겨 받으면서 다바오 개척(?)의 역사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플렌테이션 농장이 들어서면서 민다나오 이외의 지역에서 노동 인구가 들어왔다. 이때에 일본 노동자들도 많이 들어오게 된다. 일본인은 70%가 오끼나와 사람이었다. 오끼나와 사람들은 처음에는 마닐라나 바기오에서 도로 공사등에 종사하다 다바오로 와서 마닐라삼, 코코넛 플렌테이션 농장의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1차 대전으로 로프 수요가 많아지는 등 경기가 좋아지자 다바오에는 만오천명이 넘는 일본인이 살았고 그들의 거주지를 민타루라고 불렀다. 일본학교, 일본어신문, 일본영사관, 병원, 상점등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의 영향력이 컸다. 당시 경제의 50%이상을 일본인이 지탱하고 있었고 이때 기초를 다진 농업이 이후 다바오 경제의 기반이 되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개시된 태평양전쟁때문에 미군과 필리핀인들이 일본인을 수용소에 강제수용한다. 적국의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경제권도 강제로 빼앗기게 되지만 곧 일본군이 다바오를 점령하면서 다시 전세가 역전, 일본인들에 의해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죽었다. 이때 반일 감정을 키운 다바오 사람들은 미국에게 자치권을 약속 받고 항일게릴라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미군이 다바오 상륙작전을 펼치면서 다바오는 2차 대전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가 되었고 수만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한 결과로 다바오에서는 반일 감정이 커지게 된다.
전후 대규모 농업 회사들의 본격적인 플렌테이션 농장 개발로 다시 필리핀 이북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유입되었다. 따라서 다바오는 다양한 인종적 사회적 구성을 지니게 된다. 키가 좀 크고 얼굴이 검지 않은 사람들은 루손 섬이나 다른 필리핀 북쪽 지역으로부터 이주해온 사람들이고 다바오 토착인들은 작은 키에 검은 피부, 짙은 쌍꺼풀과 입이 앞으로 좀 튀어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민다나오 섬에는 아포라는 큰 산이 있는데 여기에 게릴라들이 활동하고 있다 게릴라는 크게 두종류로 이슬람 반군 세력과 신인민군 세력으로 나뉜다.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무슬림들이고 신인민군(NPA)은 중국의 모택동주의-마오이즘-을 신봉하는 공산 반군 세력이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무장하고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민다나오 섬 일대에서 자치권에 가까운 세력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는 전투를 벌릴 정도로 세력이 컸고 1980년대까지도 위용을 자랑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세력이 약화되었고 현재는 전투다운 전투는 없는 상태이다. 다만 반군들이 외국인을 납치하여 몸값을 받아내거나 자치 구역안에서 자체 세금을 징수하는 수준으로 연명하고 있다.
보너스 사진.
저멀리 보이는 골프카트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다. 그가 탈 헬기가 오른쪽에 보인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의 근접 경호원과 수행비서들이다. 다바오시티골프장이라는 곳인데 1번홀 바로 뒤가 두테르테 부인(몇번째인지는 모르지만 3번째라고들 한다)의 집이다. 항상 오갈때는 헬기를 이용하고 1번홀이 헬기 이착륙장으로 쓰인다. 대통령 되기 전 시장 시절에는 헬기가 조그맣더니 이제는 커졌다.
두테르테가 집을 나올때 웬 노르웨이 애가 같이 사진찍자고 하더니 두테르테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정말 소탈한 모습의 대통령, 나도 찍고 싶었지만 때를 놓쳤다. 그의 서민적인 풍모는 결코 꾸미거나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