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에서 생긴 일
지난 1월 랑카위, 페낭, KL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는 재미에 푹 빠져 해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있어요.
말레이시아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워낙 발길가는대로 다니는 성격이라
가이드북도 하나 없이, 사전 정보조사도 없이 떠났지요.
저는 주로 카우치서핑을 이용해서 여행하는데 랑카위에서도 카우치를 구해서 숙박을 해결했답니다.
랑카위에서 만난 호스트는 아주 친절하게 랑카위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주시네요.
특히나 대중교통이 없는 랑카위에서 아주아주 저렴하게 오토바이를 렌트할 수 있게 소개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항상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어요.
랑카위 숙소가 있는 쿠아타운에서 체낭비치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합니다.
신나게 놀고, 아름다운 석양도 감상하고,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멈춰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뒤에 타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에요.
그러면서 오토바이 한대가 슝~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길래 저는 친구가 부딪힌줄 알고 괜찮냐고 했더니, 친구가 앞으로 안고 있던 가방을 채갔대요.ㅠㅠ
그 오토바이에는 인도계로 보이는 남자 3명이 타고 있었구요, 막 소리를 지르면서 쫓아갔는데
큰 길에서 좁은 골목길로 사라지는 겁니다.
오토바이 운전에 능숙하지 못한 저는 계속 소리 지르면서 쫓아가는데 역부족이었죠.
이미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들...
큰 길에서 우리가 소리치는 걸 들은 현지인 한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길로 들어와서는 무슨일인지 물어봅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 ;ㅁ'이;험'네호'ㅐㅕㅁㅂ['ㅈ대ㅔㅑㄱ
어두컴컴한 동네를 뒤지고 나서는 이곳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있어서 이미 멀리 달아난것 같다고 합니다.
친절하게도 그곳의 지명을 알려주며 경찰에 가서 신고부터 하라고 하네요.
오토바이 번호는 봤냐고 물어보는데 그럴 생각도 못했지요ㅠㅠ
가방안에는 아이폰 2개와 지갑, 새선글라스가 들어있었는데
항상 들던 여행자보험도 이번엔 안들고 그냥 왔는데ㅠㅠㅠㅠ
아시아를 1년째 배낭여행중인 독일인 친구와 안부를 주고 받다가 우리의 사고를 얘기해줬더니
자기는 이미 그 수법을 어딘가에서 읽었대요. 중요한 물건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며.
그래도 우리 둘이 무사한것만으로 감사히 여기며 그냥 잊기로 했어요.
여행경비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너무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넘치는 환대를 받으며 더욱 특별한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올해 여름에도 말레이시아를 또 간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