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의 그늘
10월 27일 저녁 7시
호치민과 프놈펜을 경유하는 베트남항공 편으로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으로 라오스에 입국했다.
작년 이맘때 불통이던 공항버스가 다시 운행한다. 미니버스에는 환전상이라는 젊은 여인과 나, 둘.
요금은 4만킵, 코로나 이전 보다 두 배 올랐으나 라오 킵 가치 반토막이나 이리 저리 같다.
왓미싸이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한국에선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가했던, 루앙남타 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기 위해 라오에어라인 모바일 앱에 접속했다. 착착 진행하여 순조롭게 발권하나 싶더니 결제에서 막힌다. 신용카드는 안되고 페이 어쩌구 하는 라오 페와 중국 유니온페이만 받는다.
10월 28일
일단 공항으로 갔다. 오전 10시.
루앙남타 행 비행기는 14시 출발이니 시간 여유는 있다. 매표 창구에 가니 이미 표는 매진이고 내일 표도 없고 월요일 표만 예약 가능하다고 한다.
루앙프라방 외에는 좌석이 항상 남아돌아 여차하면 공항에 달려가 표를 끊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혼란스럽다.
그동안 라오스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비행기 수요도 큰 폭 늘어났나?
주말 성수?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범 타이계 최대 명절 Loy Krathong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속철로 갈까나? 고속철은 역까지 이동 시간과 비용, 발권의 난해성으로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사실 비행기는 당연히 탑승하리라고 생각했다. 급한데 가릴 게 없다.
LCR tickets 이라는 모바일 앱으로 지난 4월부터 기차표를 발권할 수 있다. 여기서도 결제가 문제다. 유니온페이, 알리페이, 그리고 비자카드. 비자카드를 찾았다. 그런데 죄다 마스터즈, 한 장의 아멕스. 이런 된장.
북부버스터미널에 갔다. 이번 여행엔 20시간 넘는 로컬버스는 안타겠다고, 30시간 걸린 퐁살리를 비롯 쌈느아, 아타푸 같은 장시간 이동은 이제 그만이라고 다짐했지만, 결국.....
사전에 검색한 정보로는 17시에 슬리핑버스가 출발한다. 매표원이 오늘 루앙남타 행 버스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보통 라오스 시외버스는 출발 수 시간 전까지 승객 예매가 충분하지 않으면 배차하지 않는다.
내일 9시 반 보케오(훼이싸이) 행으로 가라고 하는데, 원래 계획한 일정에서 많이 어긋난다.
그래서 18시 발 루앙프라방 행 15인승 밴을 타고 가서 거기서 교통편을 알아보자고 마음 먹었다. 루앙프라방까진 얼마나 걸려요? 짱깨가 건설해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다섯시간? 아뇨 여덟 시간이요. 고속도로 안타고도 옛날에는 11~12시간 구비구비 걸렸는데 고작 4시간 절약?
6시 10분 전 기사, 차장 포함 정원 24명이 꽉차니 15인승 밴은 미련없이 출발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아마도 시속 120km로 질주한다. 이런 광속은 비교적 평탄한 지형의 남부 지방 도로에서도 상상할 수 없다.
근데 이도 잠시 1시간 반 쯤 달리다 방비엥에서 고속도로를 빠진다. 저녁 먹으러 빠졌다.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없나. 아니면 있더라도 가격이 공항수준? 모르겠다. 그리고는 고속도로로 회귀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고난의 행군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구 도로 8시간의 엄청난 주행이 시작되었다.
도로는 온통 움푹움푹 패인 웅덩이의 연속, 500m 미터 가다 200m는 웅덩이 밭, 바퀴가 빠지지 않게 도로 좌우를, 중앙성은 아예 무시하고 이리저리 춤을 추며 버스는 엉금엉금 기어간다.
좀처럼 차멀미를 안하던 나도 루앙프라방에 가까워질수록 시큼한 트림이 넘어오고 머리가 어지럽다.
새벽 4시 루앙프라방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그래도 10시간 구겨진 몸이 해방되니 살 것 같다.
로컬버스는 이제 포기. 여기서 루앙남타까지 10시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고속철과 고속도로 준공으로 노선이 평행하는 북쪽으로 가는 국도의 보수, 관리에 정부는 손을 놓았나 보다.
고속도로와 고속철은 라오스의 주요도시와 거리가 있다. 도심과 역이나 진입구 사이에는 대략 20km 정도 이격이 있다. 이는 중국의 편의에서 설계되어서 그런듯 하다. 다만 중국인이 많이 살고 경제를 장악한 우돔싸이는 근접해 있다.
북쪽으로 여행하시려는 분들은 우돔싸이를 중간기착지로 삼아 계획을 잡는 것도 생각해 보시기를
중국의 일대일로로 일견 관광과 경제가 활성화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체관광이 아닌 배낭여행 객으로는 교통편을 미리미리 정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이게 상당한 스트레스다.
라오스 북부 배낭여행을 슬기롭게 하기위해서는 많은 분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