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잎에 싼 쫀득쫀득 찰진 아침 - 쏘이X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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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잎에 싼 쫀득쫀득 찰진 아침 - 쏘이Xoi

껌은 밥이다 0 3295
내가 하노이의 새벽을 보겠노라 벼르게 된 것도 하노이의 이른 아침 풍경에 감탄하던 언니 때문이었다...내일은 꼭 일어나 나가리라 결심하며 나는 언니가 놓고 간 아침거리를 풀기 시작했다...

넓은 잎은 바나나잎인 듯했고,풀어보니 요구르트를 떠먹는 미니숟가락과 함께 밥이 들어 있었다...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쭉하고 끈기 없는 쌀이 아닌 쫀뜩쫀뜩 찹쌀밥을 베트남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약밥처럼 반질반질한 밥 위에 한쪽은 땅콩과 오징어채 모양의 돼지고기가,또 한쪽은 삶아으깬 녹두와 함께 설탕이 뿌려져 있었다...낮에는 아무리 사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부지런한 사람만 먹을 수 있는 그 든든한 아침거리는 쏘이Xoi였다...

아직 안남미는 맛이 없고 금방 꺼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터에 만난 찰밥이라 쏘이는 보기만 해도 속이 꽉 차는 듯했다...그리고 달짝지근한 쏘이 한 덩어리의 효과는 실제로도 확실했다...주먹만 한 쏘이 한 덩어리로도 내 뱃속은 오전 내내 든든했으니까...

나중에 보니 쏘이는 내가 자주 먹던 두가지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야자열매와 함께 먹는 쏘이도 있었고 짭짤하게 삶은 계란과 먹는 것도 있었다...또 다양한 소시지들을 얹어서 먹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것은 '아이스 크림 쏘이' 였다...찰밥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것이다...

그렇게 위에 얹어지는 고명의 종류가 다양한 것이 하노이 쏘이의 특징이라면 호치민 쏘이의 특징은 밥 자체의 색깔이다...

진한 연둣빛,주홍빛,검은빛 물이 든 화려한 쏘이는 설탕만 조금 뿌려 밥 자체로 많이 먹는데,찜통마다 다른 색깔의 쏘이를 담아 멀리서도 눈에 확들어오는 쏘이 리어카는 유치원생 꼬마가 자랑하려고 열어 보이는 알록달록 크레파스 상자 같았다...그 예쁜 색을 바나나잎에 담아 한 손에 들고 먹을 때면 나는 잠시 부지런한 베트남 여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여기는 베트남 껌Com은 밥이다,진유정(성하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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