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및 캄보디아 여행 정보 및 간단한 후기 -2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글을 쓰니 간단하지가 않네요. 끊어가며 쓰겠습니다.
4. 인상
태사랑에서 하도 '베트남 사람들 끔찍했다' '최악의 경험이었다' 등등의 얘기를 많이 봐서 사실 걱정도 많이 했고, 그냥 익숙한 태국으로 바꿀까도 고민했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전 초반엔 거의 노이로제 수준으로, 베트남에서는 물도 깎아야 한다던데, 이 가격 믿을 수 있는 건가, 이 택시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고 엄청 고민했습니다만 남부여서 그랬던 것인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한번도 기분 나쁜 경험은 없었습니다.
어딜 가나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사기나 바가지는 있는 법이니까, 베트남에서 설사 그게 더 심할 지라도 그 때문에 너무 안절부절 마음 졸이면서 사소한 일에 신경 곤두서고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행하기 전에 현지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현지에서 너무 느슨해지지만 않는다면 베트남 여행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 선입견을 단숨에 부끄럽게 만든 한 경험을 소개할까 합니다. 무이네에서도 그렇게 오토바이를 빌려 화이트 샌듄으로 가는 도중이었는데요, 지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이네 지도는 정말 간단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길에 리조트가 한줄로 늘어서있고, 어촌 마을에 도착해서 좌회전만 하면 레드 샌듄과 화이트 샌듄까지는 직진만 하면 나타나는 걸로 그려져 있지요. 사실은 레드 샌듄까지 가는 데만 해도 갈림길이 하나 있어 물어보고 가야 하고, 화이트 샌듄은 생각보다 엄청 먼데다 오전엔 차도 오토바이도 거의 없어서 어디 물어볼 데도 없습니다. (아무튼 지도는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저희는 레드샌듄을 지나 화이트샌듄으로 가는데 인적은 점점 드물어지고 길은 가끔가다 오픈투어 버스 같은 것들이 지나갈 뿐 대체 지난 것인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다 오토바이 타고 냐짱까지 가겠다, 아니다 방향을 보니 호치민이다 별 얘기를 다 했는데.. 그렇게 갈팡질팡하다가 오토바이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는 아저씨 한 분을 보고 급하게 세워 지도를 들이밀고 물어봤습니다. 영어도 안통하고, 저희는 베트남어를 모르고, 지도는 영어로 되어 있고 그나마 길 옆에 모래무덤 두개 그림만 그려져 있는 (그다지 모래무덤 같이 보이지도 않는 그림)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그 아저씨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뭔가 감을 잡은 것 같더군요.
손짓 발짓으로 뭐라고 설명하는데, 앞으로 더 가야 있는데 앞에는 갈림길이 하나 있다, 거기서 좌회전을 해서 쭉 가야 한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대화를 손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도 운전을 좀 하는 제 친구가 추측한 내용이지 전 저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고맙다는 뜻을 표시한 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가는데 좀 있으니 오토바이를 탄 그 아저씨도 우리를 추월해서 어디론가 가더군요. 한참 올라가니 역시나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 갈림길에서 그 아저씨,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보고 활짝 웃으며 손으로 왼쪽을 가리키고는, 우리가 알겠다고 고맙다고 길을 꺾으니 아저씨는 유턴을 해서 온 길을 되돌아가는 거였습니다.
사실 그 갈림길까지 가깝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아저씨가 우리를 추월할 때도 어디 자기 갈 길 가나보다 했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나이도 5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말이예요…
여행객이 몰리는 지역의 상인들은 여행객이 봉일 수밖에 없고, 현지사정 잘 모르는 여행객을 이용하거나 등쳐먹는 나쁜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이런 점은 미리 주의하고 조심하면 많이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러니 베트남 갈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너무 나쁜 얘기 안좋은 얘기만 보고 멋진 나라 하나를 포기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이건 여행 정보라기보다는 후기네요.. ^^;;
5. 호텔
호치민 데탐거리(팜응우라오 지역)
리멤버호텔도 좋았는데, 방들 중 절반은 창문이 없다는 단점이 있더군요. 그 사실을 모르고 예약한 방에 들어가니 창문이 없는데.. 답답했습니다. 예약하실 때 미리 방을 창문있는 방으로 지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소 시끄러울지도 모르지만 습한데 답답하기까지 하면 기분이 좀 그렇고.. 아침에 햇살이 들어오지 않으면 일어나는데 지장이 있지요.
전 제 친구가 창문에 민감해서 여행을 마치고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호텔을 바꿨습니다. 20$이므로 가격은 주변 호텔보다 비싼 편이지만 나름 별 2개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주변이 조용합니다. Lac Vien 호텔이라고, 안락사가 있는 그 길에 있어요. 복무원도 친절하고, 시설도 나름 고급스러워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20$짜리 방은 창문이 없는 방도 있습니다. -_-; 창문 있는 걸로 예약하심이...
냐짱
Que Hong hotel
풀장과 테니스장이 딸려있는 별 셋짜리 호텔입니다. 비수기라 그런지 40$였구요, 바닷가에 있어서 다니기도 좋고 친절합니다. 대개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듯 한국인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이구요. 근데 더블침대라고 하더니 침대 두개를 딱 붙여놨더군요. -_-; 저희는 냐짱까지 밤기차를 타고 오느라 좀 지쳐서 과소비를 좀 했는데, 오전 9시에 체크인해서 다음날 12시에 체크아웃 했으니까 손해는 아니라고 자위합니다. ^^;; 운이 좋았는지 저녁에 풀장에서 베트남 현대식 결혼을 하는 걸 봤어요. 아마 냐짱에선 꽤 괜찮은 호텔에 속하나 봅니다...
Lemon Grass Inn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된 곳인데 (한국판 말고 신판에..) 냐짱 해안쪽의 신카페 근처에 있습니다. 15$였구요, 4층 이상에선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깨끗하고 해안에서도 가깝고 친절한데, 간판이 작아서 은근히 찾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몇번을 지나치고도 그곳이 그곳이란 걸 몰랐어요.
무이네
Sinh cafe resort
저희는 신카페 버스를 타고 무이네로 간 탓에 신카페에 내려선 가격이며 시설이며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그냥 신카페의 리조트에 묵었습니다. 방갈로 말고 빌라의 오션뷰로 방은 약간 작지만 깔끔하게 있을 건 다 있어서 (25~30$)신카페 리조트가 가격대 성능비로 상당히 괜찮긴 한데요, 문제가 .... 사람들 많은 동네(?)에서 좀 멉니다.
지도만 봐선 무이네가 참 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짜 크고.. 리조트 사이사이의 거리가 상당해서, coco beach나 그 밖의 큰 리조트들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가는 건 무리입니다. 저희도 걸어서 가다가 되돌아왔구요.. 그런데 윈드서핑이나 이런 장비를 빌려서 놀려면 그쪽으로 가야 하거든요..
그러므로 해양스포츠에 관심이 있으시면 역시 신카페 리조트가 있는 피싱빌리지쪽 말고 반대쪽으로 올라가셔서 숙소를 잡으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펍 같은 곳들도 그쪽에 더 많구요. 하이옌도 여기서 소개된 걸 봤는데, 다소 신카페쪽으로 치우쳐 있더군요.
물론 조용하게 휴식하는 게 목적이시면 신카페 리조트도 괜찮구요. 전 나름대로 만족했거든요.
6. 메콩 델타 투어 + 캄보디아 출국편
저희는 무이네에서 호치민으로 돌아온 후 이 투어에 참가, 캄보디아로 출국했는데요 이걸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틀짜리였는데 첫날은 정말 엉망이었어요. 버스만 서너번은 갈아탄 것 같고, 중간에 메콩강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처음엔 재밌었지만 그게 뱃놀이가 아니라 이동을 위한 수단이 되니까 정말 지루해지더라구요. 메콩강이 워낙 넓어서 수상가옥이라고 말해도 잘 보이지도 않고.. 플로팅 마켓은 그 시간에 마켓을 열 리도 없고, 과일 실은 배 몇대가 지나가는 그런 사기성 마켓이었습니다. --;; 그리고 코코넛 캔디 만드는 곳에서 코코넛 캔디를 파는 것을 구경하고..
공짜라는 점심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 맨밥에 스프링롤 3개, 그리고 돼지고기를 스테이크처럼 잘라서 삼겹살처럼 구워놨는데 가로세로 10*10으로 밥이 남으나 반찬이 없어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배가 고팠어요.. ㅠㅠ
점심을 준다더니 그건 첫날 점심만이었구요, 그날 저녁, 아침, 다음날 점심까지 모두 지정된 곳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고.. (사먹는 밥은 공짜밥보다 훨씬 맛이 있습니다, 이상해요) 델타 투어 및 다음날 프놈펜에 도착하기까지 계속 배가 고팠습니다. --;;
그런데 둘째날부터 좀 나아졌어요. 쩌우독에서 작은 배를 타고 무슬림들이 사는 곳에 가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데, 2명이 한 배를 타거든요. 이건 물도 튀기고 배도 흔들흔들 하고 뱃놀이 같아서^^;; 사공 아줌마와 언니들도 친절하구요.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에 캄보디아 보더를 지나 캄보디아쪽 마지막 선착장에 도착하기까지. 강가에 사는 아이들이 배가 지나갈때마다 반갑게 소리를 지르고 손도 흔들어 주거든요.. 이쪽은 강가에 꽤 붙어서 가기 때문에 사람들 사는 모습을 좀더 가깝게 볼 수 있어요. 목욕하는 모습이나 아이들 물놀이 하는 모습, 낚시.. 이걸 보니까 기분이 좀 좋아지더라구요. 그리고 흰 소가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멋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건 여기가 아니면 보기 어렵거든요..
다시 가겠냐고 하면 망설일 것 같습니다. 아니면, 쩌우독까지는 알아서 간 다음에 쩌우독에서 배를 타고 같은 코스를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덜 지치고 하이라이트는 오히려 이쪽에 있는 것만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