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베트남 국경넘기, 누워서 떡먹기?
유럽에서는 국경 넘을 때 여권에 나라간 출입국 도장도 안 찍어주는 곳도 있다던데(그만큼 유럽 시스템이 통합이 된 건가 봐요. 전 아직 유럽 못가봤어요. ^^) 아무리 세상 어느 곳이 그렇게한다 할지라도, 우리 한국인들에게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의미는 꽤나 흥분되고 설레이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육지쪽으로 국경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그걸 걸어서 넘는 것 = 황천길 건너는 것 이란 잠재의식 때문인지도... 암튼 국가 시스템이나 출입국 관리가 안정적이지 못한 곳을 갈 때는 더더욱 그러하구요.
근데 캄보디아-베트남 국경 넘기는 캄보디아-태국 국경 넘기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 정도의 난이도에요. 저희는 프놈뻰-사이공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경로였습니다. 난이도라고 할 것도 없는게...
프놈뻰의 여행사에서 베트남 사이공행 버스를 예약합니다. 여러 회사가 있는 데요 저희는 그냥 저렴한 까삐똘 여행사의 9$짜리 버스로 갔답니다. 우리나라 중고 버스인데 에어컨은 잘 나오고 한켠에 화장실도 설치했더라구요. 마이린(베트남계 회사)는 11$정도 하고 그 외의 회사들도 10~12$ 정도의 요금이었어요. 원하면 아침에 숙소로 픽업을 오니까 짐 들고 여행사로 오시기 힘든 거리에 있으시면 픽업 요청 하시면 되요. 물론 무료이구요...
아침에 사이공행 버스에 올라타면 차장이 여권을 다 걷어가요. 그때 그냥 내주면 됩니다. 국경에 도착하면 바로 옆의 식당에 점심 먹느라 승객들은 내리고 그 식당에서 이거 저거 시켜먹는, 그 사이 차장이 캄보디아 출국 수속을 끝내요. 하하 ^^ 나눠주는 여권에는 이미 출국 카드가 사라지고 캄보디아 출국 도장이 찍혀 있구요, 단 여권 스캔은 심사관 앞에서 여행자 각자가 일일이 줄서서 하는 건데 이 역시 어려울 건 하나 없어요. 스캔이 끝나면 다시 차장이 여권을 전부 수거하구요 차에 올라탑니다.
버스 타고 국경을 넘자마자(몇 십 미터 정도의 이동거리) 다시 내립니다. 이제 차장의 안내로 베트남 입국 사무실로 나란히 나란히 이동합니다. 이때는 소지한 짐을 다 이고지고 통과해야 해요. 입국 수속 창구 앞에 둥글게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베트남 입국 심사관이나 차장이 어설프게 이름을 불러줘요. 그럼 선생님 호명에 불려나가는 학생처럼 앞으로 딱 나가면 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을 받게 되구요,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이제 출입국 카드 쓰는 절차가 없어져서 무지 편하답니다. 그 후 가지고 있던 짐을 엑스레이 체크하고 나서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면 끝! 이에요.
한국인은 무비자니까 따로 비자피도 들게 없구요. 물론 15일 이상 체류시에는 한 달 짜리 비자를 들어오기 전에 다른 도시에서 돈 주고 받으셔야겠지만요... 참고로 프놈펜에서 한 달 비자수속에 38불 내외, 소요 시간은 24시간을 이야기하더군요.
국경에서 나즈막히 돈을 요구하던 캄보디아 공무원 같은 사람이 없어서 좋았어요. 그저 양치기를 따라가는 양처럼 조용히 따라다니기만 하면 상황은 이미 종료~ 베트남에서 출국해야하는 날짜를 볼펜으로 써주는데 그걸 보니, 무비자 15일이란 15박의 의미더라구요. 그러니까 1월 1일에 입국했으면 1월 15일이 아니라 1월 16일날 출국하면 되는것인듯...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오후 2시 반쯤 사이공의 데탐 거리에 도착하니까 시간은 거의 6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요, 중간에 점심 먹으라고 식당에 내려다주고 출입국 하느라고 시간이 좀 걸리고 한답니다.
하여튼 너무너무 쉬워서 오히려 민망(?)한 국경넘기 였습니다. ^^
캄보디아 국경 출입국 사무소 건물과 까삐똘 여행사 버스
베트남 출입국 사무소 앞의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