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라오스 국경넘기/ 훼-싸완나켓까지의 어이상실 개고생 행진곡
‘집 나오면 개고생’이다 는 이야기가 한때 유행했었는데, 이날의 경험은 ‘정말 그 말이 맞도다!!’ 하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열의가 부족 할 때는 더더욱!!!
프놈펜에서 호치민(사이공)으로 들어올 때는 누워서 떡먹기 정도였잖아요. 훼에서 라오스로 나가는건 - 고난과 역경이 우리와 함께 하사~ - 였습니다. -_-;;
이쪽 국경, 그러니까 라오바오를 넘어가는 구간은 여행사들의 농간이 장난 아니라는 후기 들이 많았어요. 일단 다이렉트 버스라고 해서 높은 요금을 받아 챙긴 후, 여행자들을 짐짝처럼 여기저기 형편없는 로컬 버스 등에 팔아넘긴다는 거였지요. -_-;; 일단 국경 저 멀리 보내버리면 뭐 다시 찾아와서 항의를 할 것도 아니니까요.
훼에서 라오스로 나가는 건 이 게시판에서 기도천사님이 피아남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루트를 정갈히 설명해 주셔서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가 없을 거에요. 현재 요금은 그 때보다는 약간 오른 220,000동입니다. 혹시 예매를 하실거라면 피아남 터미널에 일찌감치 가세요. 저희 오후 5시쯤 갔더니 전부 문 닫고 퇴근했더라구요. 으으!!
피아남 터미널은 구, 안끄우 버스 터미널입니다. 안끄우 시장에서 남쪽으로 얼마 멀지 않구요. 이곳은 훼의 남쪽에 있어서 얼마 전에 안끄우에서 피아남으로 개명을 한 모양이에요. 북쪽에 있는 터미널은 피아박 이라고 하구요. 여행자 거리 기준으로 피아박이 훨씬 더 멉니다.
여행자 거리에서 택시타면 피아남까지 35,000동 정도 나온다는데 우리는 택시를 잡지 못해 흥부엉 거리에서 시클로 타고 여기 갔어요. 찬바람 맞으면서요. 요금은 20,000동이구요, 첨에는 시클로 기사가 거기까지 50,000동 부르는 어이없는 행동을... 20,000동도 잘한 흥정인지 아닌지 모르겠군요. 돌아올 때는 동일한 거리를 40,000동 부르네요. 다른 기사가? 아니요! 같은 기사가요!! 뭔가요? 이 액션은? 뭐 대충 이런 식입니다. 베트남은...
하여튼 예매도 못하고 쓰린 맘을 안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기도천사님의 게시물을 다시금 상세히 보니 매일 있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 2번(금요일과 일요일)은 운행을 하지 않는 것. 우리는 출국해야 할 날이 금요일!!! 그럼 우린 어차피 이거 못타고 가는 거잖아...
하지만 우리에겐 대안이 있지~ 신까페~!
신까페(훼에는 신까페가 2개 있음)에서 업소 정문에 붙여놓은 상품 소개 안내문에 이렇게 되있네요.
훼- 싸완나켓/ 다이렉트 버스/ 버스 노 체인지/ 250,000동
음~요금도 터미널에 비해서 그다지 높지 않아 합리적이고 신까페 직원들이 좀 무뚝뚝하고 딱히 친절하진 않지만 그래도 신까페 명성이 있으니까 속이진 않을 테고 저렇게 정문에 떡하니 붙여놨으면 나름 자신 있는 상품일 테지 싶어서 거기 예약하러 갔습니다. 아아!! 근데 이게 뭐야~ 여긴 격일제로 운영하는데 역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그날은 off day군요. 이 두 가지 옵션 믿고 유유자적했는데 큰일 났다.
그래서 몇 군데 여행사를 돌아다녔더니 다 말이 다르군요.
다이렉트 버스다 350,000동이다.
다이렉트 버스다 17$(340,000동)이다.
라오바오에서 한번 체인지 하긴 한다. 300,000동이다.
다이렉트 버스다 380,000동 이다.
사실 12시간 가는 슬리핑 버스(냐짱-호이안 구간)가 200,000동인걸 생각하면 이 구역의 요금은 신까페와 터미널 버스를 제외하고는 여행사에서 너무 높게 부르지만 그냥 그러려니 믿었답니다.
우리가 직접 터미널로 가서 구간별로 (훼- 라오바오/ 라오바오에서 출입국 심사를 거치고 /덴싸완-싸완나켓) 끊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베트남 여행 막바지라 그냥 심신이 좀 지쳤거든요.
그리고 설마 여행사에서 30만동이나 받아먹는데 완전 허접한 로컬에 태우겠어? 한번 갈아타긴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버스일꺼야... 라고 짐작을 했지요.
다이렉트라고 말하지만 결국 타보면 버스 체인지 하더라 하는 풍문을 들은 우리는 의심병이 발동해서 그냥 솔직히 라오바오에서 한번 체인지 한다고 말한 APT 여행사에서 표를 삽니다. 솔직히 말하니까 어느 정도 정직하겠지... 하는 혼자만의 기대를 안고요. 이 여행사는 흥부엉 거리와 응우웬 찌 프옹 거리의 교차점에 있고 창문에는 일본어가 쓰여져 있어요.
잊지 않겠어!!! 아파트 여행사(APT여서 우리끼리는 아파트라고 불렀지요) 1인 300,000동에요. 오라지게 비싸기도 하지. 지옥행 티켓을 끊은 줄도 모르고 다음날 태국 땅에 도착할 걸 생각하며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숙소로 픽업 옵니다. 각각 오토바이에 한명씩 싣고 어디론가 달려서 내려주는데 흥부엉 거리에서 남동쪽으로 몇 백미터 가면 나오는 육거리 로터리입니다. 거기까지 가는데도 짧은 길 놔두고 빙빙 돌아요. 뭔 짓거리인지... 거기서 20분정도 기다리니 후진 봉고차 한 대가 우릴 향해 달려오고, 우리를 태워준 모터 싸이클 기사가 저 차에 올라타라는군요.
하하!! 바로 피아남에서 출발한 라오바오행 로컬 봉고지요. 이 봉고는 피아남을 출발해 우리를 주워 넣은 후 다시 피아박 터미널가서 한참 대기하다가 역시 길에서 주워 먹을 손님 없나 두리번거리고 가느라 무진장 느리게 달립니다. 이 봉고의 뒷 칸에는 오만 짐들과 함께 오토바이까지 실려요. 앞 의자와의 간격이 너무 좁아 웬만한 사람은 무릎 도가니가 녹아나는 고문의 시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이 로컬버스의 라오바오까지의 실제 요금은요 50,000동(약 2.5$)입니다. 우리는 전체구간에 총 15$ 지불 했지요.
우리 차를 훽훽 앞질러 지나가는 다른 차들을 보며 분통을 삭히며 국경에 거의 이르르니 어떤 아줌마가 답삭 올라타는 군요. 알고 보니 우리를 국경 건너 라오스로 인도할 오늘의 삐끼.
훼 피아박 터미널에 30여분 정차하여 짐도 싣고 손님도 기다림. 가운뎃 차가 우리가 탄 차
라오바오에 도착해서 또 잠시 대기
베트남 국경의 관문
라오스 쪽 국경
베트남 -라오스간 출입국의 절차는 어렵지 않습니다. 짐 스캔조차도 없어요. 불법적인 걸 운반하면 어쩌려고 짐 스캔조차도 안 하는걸까요.
우리끼리 라오스 입국을 마치고 나오니 삐끼 아줌마가 저 멀리서 자기 친구들이랑 둘러앉아 간식 먹고 놀고 있네요. 적어도 우리한테 좀 신경 써줘야 되는 거 아니야~ 손님이 오는지 안 오는지 봐야지 등 돌리고 앉아서 호박씨 까먹고 있다니... 우리가 조심히 두리번거리며 가서 그렇지 그냥 정신 놓고 가다가는 그냥 지나칠수도 있겠더라고요...
그 아줌마 왈~여기서 너네들이 타고 갈 버스가 있는 터미널까지 1km 인데 걸어서 가든지 아니면 모터싸이클 타고 가야되요. 그럽니다. 1인당 5,000낍! 돈은 훼에서 이미 다 지불했는데 이 구간은 우리보고 알아서 가래는겁니다. 근데 라오스 돈 낍이 우리가 어디 있나요. 지나가던 모토 싸이클 기사는 거기까지 한사람에 1$ 달라는데(1$=약 8,000낍) 정말로 가진 돈이 없어서 두 대에 나눠 타고는, 가지고 있는 베트남 23,000동( 1$ 약간 넘는 돈)을 다 털어 줬어요. 아니 양심이 있으면 말이지 이 구간의 모터싸이클 비용은 내줘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투덜거림은 그냥 저만의 하릴없는 속삭임 이었어요.
터미널 갔더니 오오~ 개, 돼지, 닭 들이 발랄하게 뛰어 노시고 썩어 가는 버스들이 대기해있군요. 굴러는갈지 의문스러운 형체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후진 버스가 우리가 타고 갈 싸완나켓행 버스!!
언제 출발하냐고 물었더니 12시에 출발한답니다. 지금이 10시 40분인데 되는 일이 없군. 그 망할 로컬 봉고가 조금만 일찍 달렸어도 10시 출발 버스를 탈 수 있었을텐데...
삐끼 아줌마는 - 당신들의 표는 이미 내가 샀으니 걱정 마시라. 그리고 여기서 싸완나켓까지는 4시간 걸린다 혹시 환전 안할래? 잘 쳐줄게~ - 하더니 환전에 대해 별 반응이 없자 우리에게 표 쪼가리를 쥐어주고 오토바이 타고 사라집니다. 이 썩어가는 버스의 진짜 요금은 얼마일까요. 요금도 안 써져 있어요. 현지인에게 실제요금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나중에 정보를 검색해보니 2년 전 쯤의 요금이 35,000낍 이랍니다. 그럼 지금은 물가 상승률 생각해서 40,000낍, 아니, 45,000낍이라고 아주아주 후하게 쳐줘도 5.5$정도네요. -_-;;)
할 일없이 먼지 날리는 터미널(터미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을 배회하며 닭 쫒는 날렵한 돼지 보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12시 즈음 차에 올랐더니 버스 뒷부분의 복도 부분이 뻥~ 하니 뚫려 있군요. 하하 ^^
드디어 온갖 짐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사람 싣는 차에 짐을 싣는 게 아니고 짐 싣는 차에 사람 구겨 넣는 형상이로세~ 뭔 놈의 당근과 양파를 그렇게 많이 싣는지... 그 외 잡다구리한 것들이 차 복도와 차 지붕에 그야말로 동여매지고 드디어 병아리까지 올라탑니다. 이 즈음되니 차안은 병아리 아니라 돼지나 개가 올라타도 하나 이상할거 없는 모양새로군요.
라오스 국경 마을 덴싸완의 버스 터미널
맨 왼쪽이 우리가 타고 갈 버스
12시에 출발한다던 버스는 짐 싣는 난리 북새통을 벌이느라 12시 50분이 다 되서 출발합니다. 죽어가는 엔진 소리를 꺼어억~ 내면서 버스는 신나게 달리네요. 시속 30~40키로의 속도로요. 덴싸완(이 국경 포인트의 베트남쪽 지명은 라오바오, 라오스 쪽의 지명은 덴싸완입니다.)에서 싸완나켓까지 불과 230km를 좀 넘는 정도인데요, 길도 아스팔트로 아주 잘 닦아놨어요. 길 닦아놓은 모양새로 봐서 절대 라오스 자본은 아니고 일본인들이 해준 것 같아요.
이 좋은 길을 이 속도로 달리다니... 길한테 미안하지도 않오? 12시 50분에 출발해서 저녁 6시가 좀 넘어서 싸완나켓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1월, 그나마 동남아의 이상 저온 현상이 그 자락을 드리우고 있는 중이라 다행이지 기온이 높은 날 이 로컬 버스를 타고 5시간 이상 달리면(에어컨 없고 문 열고 달립니다.)그야말로 기절초풍 녹초 되겠어요. 먼지는 또 얼마나 들어오는지.......-_-;;
이 버스는 한국에서 건너온 낡디 낡은 버스였는데... 아아~ 왠 욕을(우리나라 말)의자 뒷면마다 그렇게 써놨을까요. 아마 한국에서 운행될 때 철모르는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쓴거 같은데... 우리 좌석 앞에는 싸인펜으로 큼지막하게 - 개@@- 이라고 써져있군요. @@는 차마 말로 옮기기가... 마치 현재 우리의 현재 상황을 한줄 요약 정리 해 주는 듯한 문구였습니다.
근데 더 복장 터지는건 이 구간에 훼-싸완나켓 표지판을 단 제대로 된 버스가 우리의 달구지 버스를 홱홱~ 지나쳐 갔다는 거에요. 이 버스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하는 건가요?
우리가 미쳐 체크해 보지 못했던 시내에서 먼 피아박 버스 터미널? 아니면 다이렉트 버스라고 말했던 다른 사설 여행사들의 버스? 이 구간 이용해보신 분들 경험을 좀 알려주세요.
날이 완전 저물어 6시에 도착한 싸완나켓 터미널에서 새벽 6시에 시작한 이 지난한 여정의 끝이 납니다... 이 여정의 전체 길이는 불과 약 400km 남짓입니다. 이 정도 거리를 태국에서 얼마 만에 주파했는지 생각하면 정말이지... 흑흑
우린 이날 태국으로 못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럼 라오스에서 1박해야 되는데... 오~ 살았도다. 묵다한(싸완나켓과 마주하고 있는 태국의 국경도시)까지 가는 막차가 7시로구나!!! 1인당 50밧입니다. 이보다 좀 더 이른 시간의 표 값은 45밧이네요.
달구지 버스에서 내려 묵다한 행 에어컨 버스에 오르니 그래~ 이거야 !! 이게 바로 버스라는 거지!! 싶군요.
버스 타고 얼마 달리다가 라오스 출국 수속하고, 또 조금 달리다가 태국 입국 수속합니다.
출입국 수속은 간단해요. 이날의 모든 출입국에서 푼돈을 요구하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현지인들은 무슨 연유인지 작은 돈을 여권에 끼워서 내기도 하는데 우리에겐 그런 요구가 없었어요. 요왕도 작년 초에 이 국경을 똑같이 넘었을 때는 라오스쪽에서 작은 돈이나마 내야 했다고 하던데 없어진건지...
묵다한은 그저 태국 북동부의 국경도시 일뿐인데도 불구하고, 시골쥐가 서울에 상경한거 같은 이 벅찬 느낌은 뭐지...? 이 아름답고 도도한 세븐일레븐의 자태, 탑스 슈퍼마켓 풍부한 물품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 맛있는 야시장까지... 묵다한 야시장에서 맛있는 고기를 정신없이 아그작아그작 씹어대는것으로 제 맘을 달래봅니다.
싸완나켓 터미널에 붙어 있는 베트남 행 버스 시각표
묵다한 가는 국제버스
묵다한에 도착해서 먹은 저녁식사
이 지루한 장광설의 요지는 .........
1. 훼에 도착하면 나갈 날자를 잘 파악해서 꼭 터미널 버스나 신까페 버스를 이용하도록 합시다. 가격면에서 다른 사설 여행사들이 부른 것에 비해 정말 유리하니까요. 만약 출국 날자에 이 두 곳의 버스가 없다면, 출국 날자를 하루쯤 조정해보는 것도 고려해보면 좋을 듯......
2. 그리고 피아남 뿐만 아니라 피아박 터미널 에서도 다이렉트 버스가 있을 수 있는데 그 것도 혹시 알고 계신분 정보를 부탁드려 봅니다.
3. 그냥 로컬로 가실 분들은......
일단 훼 버스 터미널 가서 라오바오행 차를 탄다.(50,000동)
국경을 알아서 넘는다.
라오스 국경 넘어서 등짐 매고 1킬로 걷든지 오토바이를 타든지 해서 어쨌든 그 닭, 돼지 터미널로 간다.
그리고 5시간 넘게 시달리면서 로컬 버스를 탄다. 단 요금은 최대 위에 쓴 45,000낍을 마지노선으로 구입한다.(라오스 사람들은 거짓말 안하고 있는 정상 요금 그대로 받는다고 하네요. 제가 직접 사본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apt 여행사는(고객의 기쁨이 당신들의 기쁨이라고 뻥친 미운 여행사!!) 라오바오에서 한번 갈아탄다고 했으니 뭐 할 말은 없지만... 다이렉트로 간다고 하는 다른 사설 군소 여행사의 버스는 정말 다이렉트 버스인지도 혹시 경험해보신 분들 계신가요.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