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소소하게 당한 애교 수준의 해프닝(사기?)들
이런 사례들을 사기라고 하기엔 좀 그렇기도 하니까 그냥 해프닝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베트남 여행을 오기 전 읽어본 여행정보와 여행기들은 늘 멍 때리고 있던 제 마음을 약간 조여 주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만만치 않다는 것... 외국인을 상대하는 업소 주인들이 사기 잘 치고 공식적이진 않지만 견고한 외국인 적용 가격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것 이었어요.
우리의 여정 중에서는 당했으면서, 아예 그 사실을 모르고 헤벌레~ 하는 부분도 있을테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히 바가지나 속임수였던 몇몇 가지는 아래와 같아요.
냐짱의 롱선사
오토바이를 빌려 롱선사로 쏭~ 들어가니 바로 정문 앞에서 웬 젊은 아가씨가 오토바이를 대라고 하는군요. 원래 베트남에선 오토바이를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일정 구역에 대긴 하는 게 맞는데 보통 2,000동입니다. 어떤 곳은 무료로 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10,000동 달래요. 텐 싸우전드... 혈기 왕성할때라면 바로 오토바이를 돌려서 나갔겠지만 이제 그러기에는 시간도 열정도 아까울 나이... 그냥 주고 돌아서는데 씁쓸합니다. 절대로 이 돈은 아니거든요. 영수증도 없이 웬 이상한 너덜대는 코팅된 종이 하나 주더군요.
롱선사는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게 대불 앞에 갔더니 왠 통통한 동네 아이가 돈을 달래요. 포동포동하게 영양도 과하게 섭취한 것 같두만... 그리고 불전을 보고 나오는데 이번엔 웬 아주머니가 우리 신발을 만지작거리면서 방향을 바꾸더니 또 돈을 요구하네요. 뭘까요? 롱선사 주변이 주택가던데 동네 주민들이 합심해서 자~ 집에서 노느니 외국인한테 용돈벌이 하러 가자~~ 하는 느낌?
냐짱에서 가솔린 넣을 때...
오토바이 빌렸더니 연료 게이지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주유소를 찾는데 이 구역에는 망할 주유소가 보이질 않는군요. 맘은 조급해지고 담 시장 쪽으로 틀어서 어떤 아저씨 붙잡고 가솔린~ 하고 외쳐보는데, 옆에서 웬 잠옷 입은 동네 아줌마 출현!! 이 동네 아줌마는 다시 저 멀리에 있는 청년 부르고... 딱 하는 모션이 오버 차지하려는 기세라 얼마냐고 물었더니 최소한 2리터 넣어야 되고(왜 1리터는 안팔까요? 그 이유는 우리에게 푼돈이나마 더 울궈먹기 위해서지요. -_-;;) 2리터에 60,000동이랍니다. 주유소에서 등급에 따라 15,000~17,000동 정도 하는데... 아악~ 그리고 가져온 2리터짜리 통은 절대 2리터가 아니에요. 슈퍼에서 파는 2리터짜리 우유를 내가 얼마나 많이 사봤는데, 이런 페이크를...요리 계량할 때 봐둔 리터수가 있건만... 암만 잘 쳐줘도 1.4 리터 정도? 거의 35,000동 정도 삥을 뜯긴거지요.
근데 더 어이없는 일은 우리 오토바이의 연료 게이지 자체가 고장나서 아무리 뭘 넣어도 바늘은 늘 바닥이라는거... 그러니까 안달복달하면 주유소 찾으면 돌아다닐때 오토바이에는 연료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겁니다. 충분히 돌아다니다 넣어도 되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거죠. -_-;;
호이안, 먹는 걸로 우울해지기
호이안에 오시면 여러 종류의 튀김빵을 파는 행상을 많이 보실 거에요. 안에 콩이나 코코넛 소 든 것, 그리고 그냥 중간이 뻥 뚫린 도넛 모양, 그리고 빵에다 돼지고기 비스무리 한 것을 채워서 기름에 튀긴 것 등등... 얼마냐고 물었더니 한 개 10,000동이라네요. 어멋~ 언니 주책이야 진짜. 돌아서니 그럼 얼마를 원하냐는군요. 그냥 이런 거 정직하게 팔면 안 될까요? 안 되겠죠? 안되니까 이렇게 하는거겠지요... -_-;; 결국 1개 5,000동에 사먹긴 했는데 바게트빵이 하나 3,000동인데 이게 적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네요.
호이안의 식당들 중에 정말 어이없는 요리를 내놓고 어이 없이 높은 가격을 받는 곳이 있습니다. 운 나쁘게도 그런 곳을 찾아 들어가게 되었지요. 박당 거리의 ‘꽌 안 94’라는 곳입니다. 주소가 94번지에요. 박당 거리는 강과 바로 마주하고 있는 강변 거리여서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긴 호이안 어느 길목이나 여행자를 상대하는 식당과 상점들이 빽빽하니까요.
화이트로즈(새우 딤섬같은...) 3개 내놓고 20,000동에... 50,000동에 가까운 오징어 요리(Pan Fried Squid with Garlic)는 지름 13센티 정도 되는 플라스틱 접시에 10조각 남짓의 손가락 반만한 오징어 조각이 나오는군요. 이건 사기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뭐 합법적인 농락이라고 해야하나요. 게다가 주방장이 추천까지 한 게 이 모양입니다. 밥 먹는 내내 기분이 상당히 저하될 수밖에 없더라구요.
호이안의 도넛
숙소 호객꾼들...
냐짱도 그렇고 호이안도 그랬는데요. 여행자는 여행자 나름대로 가이드북 보고 자기가 갈 숙소를 정해서 가기 마련이잖아요. 물론 숙소 삐끼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가면 삐끼가 의지가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내 갈길 가는데 자꾸 말을 붙이거나 옆에서 떨어지질 않아요. 우리끼리 하는 말에서 호텔 이름을 듣고서는 갑자기 자기가 거기로 안내해주겠다면서 오토바이를 서서히 몰면서 계속 우리 앞에서 일정거리를 두고 앞서서 갑니다. 그럼 난 그냥 내 가길 가는 건데, 갑자기 모양새가 그 사람이 우리 끌고 가는 형상... 이런 기분 좀 별로인데, 이런 식으로 숙소 도착하면 커미션 먹는 건가요. 으음... 그리고 웃으면서 좋게 거절을 하는데도 너무 질기게 따라와서 어느 때는 좀 위협적이기도 해요. 가이드북 보면서 거리 파악하면서 걷고 있는데, 오토바이 타고 옆에서 우리랑 속도 맞춰서 서서히 따라 붙으면서 주시하고 말 시키고 하는 게 여성 여행자라면 좀 부담이 될 정도입니다.
호이안에서 나오는 날
아침을 먹지 못해서 버스가 잠시 호이안의 안푸 호텔 앞에 오랫동안 정차하고 있는 틈을 타서 반미 팃을 사러 요왕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유리에 분명히 반미 팃(속을 채운 바게트 샌드위치)이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얼마냐 물었더니 10,000동이래요. 뭐... 그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하고 하나 주문했더니 이 집 남자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뭔가 싶었더니 어디서 반미 하나를 덜렁덜렁 사오네요. 그거 하나 띡~ 내밀더니 만동이래요. 이 사람들이 정말! 그거 내가 호이안 시장에서 하나 3,000동에 산거거든!! 어디 민망하게 빵 한 개 내밀고 만동 달래. 어이없게 바라보니까 여자가 - 그럼 계란 후라이 하나 끼워 줄테니 15,000동- 달래요. 참 젊은 부부가 어쩜 아침부터 배시시 웃으면서 여행자 상대로 이렇게 상큼한 행동을 할까요. 결국 5,000동에 사가지고 왔어요. 뭐 이런 식이지요.
훼 시클로
그리고 저희가 겪은 건 아니고 직접 겪은 여행자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훼에서 왕궁 주위를 배회하다 보면 시클로 기사가 아주 끈덕지게 따라붙어요. 구시가지를 둘러보는데 얼마라고 하면서요... 이 가족의 경우는 2대의 시클로를 나눠타고 돌아봤는데, 의사소통에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한국인 여행자는 하루에 3$로, 시클로 기사는 1시간에 3$로 합의를 하고 약 5시간 정도를 다닙겁니다. 근데 그 중 거의 2시간 정도는 가족들이 점심 먹느라 그냥 서있었구요. 투어를 마치고 요금을 지불할때 당연히 실랑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요금 부분은 차지하고라도... 이 시클로 기사들이 왕궁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당연하지요. 어느 왕궁이 그런 종류의 모터사이클이나 시클로가 돌아다닐수 있겠어요. 그러니 사람을 일단 태우고는 성벽 주변만 계속 빙빙 돈 겁니다. 좋은 것 보여준다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질질 끌어요... 결국 늦은 오후에 이르러서 성문 앞에 데려다줬는데 그때는 왕궁이 닫는 시간... 결국 여행자들의 시간을 훔친 셈이 되었지요.
요금협상은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대당 7.5$ 정도로(처음 부른 가격의 절반) 합의하고 끝내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주 정나미가 싹 떨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무것도 안보고 훼를 떠나시겠대요.
앞으로 그 가족 여행자들에게는 행운이 쭉~ 함께하길~~
참... 이건 사기는 아닌데 그냥 이런 상황도 있었다는 건데요. 메콩 델타 하루짜리 투어를 하시면 거의 미토로 가게 되는데요,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쪽배를 타고 메콩 델타 수로를 해지면 슬슬 올라가는거에요. 앞뒤로 사공이 한명씩 앉고 여행자는 4명 그러니까 총 6명이 앉습니다. 저희는 앞에 앉았는데, 뒤의 사공이 다른 여행자들에게 팁을 언급했나보더라구요.
여행자분들이 - 투어에 다 포함되어 있는데 뭐 안줘도 되는거야 - 이렇게 이야기 하셨어요. 저희는 내심 얼마라도 줄 걸 생각은 하고 갔는데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면 그 부근에 다른 뱃사공들도 많잖아요. 그들이 우리한테 이럽니다.
- 팁. 사공한테 팁 줘요. 5달라 줘요. 5달라
허걱~~~5$ 이면 베트남 일반 노동자 하루 급여치인데 배를 한 20분이나 타나요. 하여튼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긴 시간은 아니에요. 맛뵈기로 태워주는거니까요. 근데 너무 어마하게 부르니까 좀 미운 마음이 듭니다. 결국 우리가 팁 2만동 주고 내렸는데 일단 한번 덮어씌워 보자는 마음이 만연해 있더라구요.
사실 돈 자체로 보면 사기라고 명명하기조차 민망한 푼돈들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은 뭘까요. 베트남은 마치 나쁜 남자 같습니다. 왜 그런 거 있죠. 좋은 사람이 한번 잘못하면 크게 서운하게 다가오고, 나쁜 사람이 한번 잘해주면 그게 강한 임팩트를 주고... 베트남에 대한 기대의 척도가 크게 높지 않아서 그런지 이 정도 경우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람들의 태도 부분에서 태국보다 더 좋은 부분도 좀 있었답니다.
그런데 훼에서 라오바오를 거쳐 라오스 싸완나켓으로 오는 과정에서는 정말 개고생을 제대로 했습니다. 아주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고 빠져 나올 수 있었어요. 그 준사기극(?)은 따로 포스팅 해야할 듯.....
어쨌든... 모든 지구별 여행자들에게 안전의 수호신이 늘 함께 하시길.....
(나짱 나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