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장기체류를 하다보니(5)
오늘로서 다섯 번째 글이 되는군요. 이번 주에 학교에서 수업이 없다(1주일)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자주 올렸네요. 다음 주부터는 수업이 있으니 횟수가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예고 한대로 오토바이로 보는 연애단계 확인하기 입니다.
사실 낮에는 별로 보기가 힘이 듭니다만, 퇴근 시간 이후로는 많이 보입니다. 4시 이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아가씨들의 옷차림도 아침과는 다르게 과감해지고, 남녀가 함께 탄 오토바이가 많이 보입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연애단계가 보인다고 하면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첫 번째, 신체접촉이 일체 없이 그냥 뒤에 앉아만 있는 단계입니다. 그 좁은 오토바이에서 반드시 떨어져 있습니다. 하다못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허리에 손을 올려 놓거나 무릎에 손을 얹어서 타고 있습니다. 서로가 탐색을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근처 공원이나 기타 사람이 많은 곳으로 탐색전을 위한 데이트를 갈 겁니다.
두 번째, 어깨에 손을 얹는 단계입니다. 두 사람 간에 약간의 거리감은 있지만, 이제 조금 친해진 단계 입니다. 가끔 뒤에 있는 여자가 앞의 남자가 운전하면서 말을 하면 얼굴을 가까이 하고서는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여자의 얼굴에 웃음도 애교가 넘치더군요. 남자가 한 번씩 급정거를 하면서 신체 접촉을 유도합니다. 어디를 가나 남자들의 의도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제 뒤에 탄 여자는 신체 접촉에 별 거부감이 없습니다. 거의 붙어서 다닙니다. 누가 봐도 보통 관계가 아님을 과시하듯이 다닙니다. 여성의 옷차림도 과감해 집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여자가 더 적극적인 신체접촉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화나 신체 접촉의 수준은 옆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가 보통의 수준을 넘어 섰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기들 이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제일 좋은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신체 접촉은 별로 없는데, 여자의 손이 간 위치가 세 번째보다 더 과감합니다. 남자의 다리에 손을 얹힌 상태에서 운전을 합니다. 조만간 결혼을 할 듯 합니다. 베트남 농담인데, 요즘 베트남의 결혼 날짜는 의사가 결정한다고 하네요. 이유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빨리 결혼 하라고 한다는 군요. 왜? 이유는 임신을 했으니 빨리 결혼 하라고 한답니다. 아마도 이 단계의 연인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 결혼을 하고 오토바이 데이트는 끝이 날까요? 아닙니다. 두 단계가 더 있습니다.
다섯 번째, “손 빼!” 단계입니다. 결혼 여부는 모르지만, 여자가 남자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으려고 하면 남자가 운전 하면서 한 마디 합니다. “손 빼!”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이 소리를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도대체 손을 어디에 넣을 길래 “손 빼!”라고 말을 했을 까요? 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상상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신체 접촉이란 없습니다. 이유는? 중간에 아기를 안고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부부간에 신체 접촉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자기들의 애정과시보다는 아기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어머니는 오토바이 끝에 매달려 타도 아기는 어떻게 해서라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모습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아기의 안전을 위해서 연애 단계의 그런 무모한 행동들을 일체 하지 않습니다. 베트남 부부의 자식에 대한 애정은 한국의 부모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사족이지만, 노부부가 가끔은 아침을 먹으로 나오면서 같이 동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분 다 이쑤시개로 이를 후비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같이 늙어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가는 모습, 자식들을 등교 하교 시키는 모습 등등 다양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로 보는 이들의 모습에는 삶의 모든 순간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토바이 사진만 현재 2300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희로애락도 가끔은 보이기도 합니다. 오토바이에는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