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장기체류를 하다보니(18)-마지막회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장점만 있는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가 관건인데, 자기들도 인정을 하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그런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자의 기준이 아닌 자기들의 기준이라도 틀린 것을 알고서 고치지 않는다면 자기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좋게 말하면 한 문화의 특징 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변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내용입니다.
1. 시간관념 – 베트남에서는 약속 시간을 잘 준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한 때 코리안 타임이라고 해서 서양사람들의 기준으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어른들의 대화에서 “저녁을 먹고 잠시 들리마”라는 약속을 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는 시간은 정확한 시간이 아니고, 상대방의 시간도 고려한 어중간한 시간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불편함 없이 지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어버린 지금은 이런 약속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이런 문화가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산업화의 결과물인지 모르지만, 정확한 시간 개념이 생활이 된 저로서도 베트남 사람의 시간 관념은 때때로 불쾌할 때가 많습니다. 1시간 늦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지금은 베트남 사람과 시간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출발할 때 연락하라던지, 다 되면 이야기하라던지 저도 어중간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과연 이 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니면 자기 고유의 문화로서 끝까지 진행될 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서로가 시간을 지킨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기 때 비가 오면 저도 전화를 합니다. “비가 그치면 출발한다고 또는 출발하라고 말이죠. 비가 올 때 오토바이 운전은 너무 위험해서 말이죠. 약속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죠. 물론 제가 아는 분은 아가씨가 시간을 너무 정확하게 지키는 것에 반한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 천편일률이라는 말은 공장에서만 사용 되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2. 모르면서 아는 척 하기 – 베트남 사람들은 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뭘 말해도 알겠다는 대답이나 반응을 합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있냐고 하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져온 물건은 내가 말한 물건이 아닌데, 그냥 가져가라고 합니다. 참 당황스럽고 황당합니다. 기다리면 다른 행동이나 일 혹은 말을 합니다. 내가 말할 때, 안다고 했지 않느냐고 하면 딴 소리를 합니다. 여기서는 일을 시키던지, 부탁을 할 때 베트남 사람에게 주로 맡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보통 한국 사람은 하루의 일정을 예정하여 진행과정에 순서가 있습니다. 만약 하나나 두 개가 어긋나면 나머지 일이 진행이 안 될 수도 있으니, 베트남 사람들의 이런 대응으로 일정을 망치기도 합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 학생의 대답을 소개하면, 자기가 모른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르면 빨리 말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려고 하는데, 단순하게 자기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상대를 곤란에 빠뜨리는게 아니냐고 하면,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인정의 침묵일까요? 아니면 듣기 싫은 것일까요?
3. 바가지 씌우기 – 이 부분은 베트남 사람들 거의가 인정합니다. 특히 외국인한테요. 물론 타지에서 들어온 베트남 사람에게도 바가지는 있습니다. 며칠 전 학교 앞 제가 자주 가는 길까페 아줌마 물한병에 5000동인데, 외국인 여행자가 오니 주저하지 않고 6000동을 부릅니다. 오렌지 주스 마시던 저는 참 당혹스러웠는데, 그 외국인이 베트남어를 몰라 당황해서 제가 SIX THOUSAND라고 했더니, 돈을 내고 가더군요. 저도 그 바가지에 도움이 되었군요. ^^! 이런 일은 너무나 많아서 이제는 일상입니다.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들의 삶을 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이 폐쇄국가로서 자기 사람들끼리만 산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방이 되어버린 지금으로서는 이런 문제는 국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신들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씨클로의 경우 바가지의 대명사로 많은 불만의 대상입니다. 외국인은 잘 타지도 않습니다. 가끔 패키지로 오신 분들이 포함된 상품으로서 이용을 합니다. 그들은 이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짐꾼이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돈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것이죠. 그들의 삶의 모습 참 힘겨워 보입니다.
4. 물타기 – 참 다양한 형태라서 추상화 시킬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서 물타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처음에 보여준 제품은 정상인데, 나중에 대량으로 구입하면 안 좋은 제품을 섞어서 주는 것이죠.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 특히 가족을 통해서 물건을 구입하곤 합니다. 멀리 있다면 버스 택배를 이용해서라도 말이죠. 술, 차, 커피 등 좋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구입하길 참 좋아합니다. 아마도 여행중에 버스에 많은 짐을 싣는 장면 보실 겁니다. 대부분이 그런 짐입니다. 고향에 갔다오는 사람들은 쌀부터 별별 것을 다 오토바이로 싣고 옵니다. 싸게 사서일수도 있지만, 확실한 제품을 가져 오는 것이죠. 그리고 주위에 선물로 조금씩 나눠 줍니다. 진짜 좋은 것이니 선물로는 최고이죠. 소량일 때는 별 문제가 아닌데, 사업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입니다. 베트남에서 사업하시는 분들 이야기로는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참 만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산 제품을 선호합니다. 이유는 물타기 때문이죠. 참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국산품을 사용하자고 하기 전에 이런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떨지…
5. 불확실한 마무리 – 한가지 예로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면 그들의 깔끔한 마무리는 한번씩 감동을 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이 좋은 것은 당연하구요. 그래서 메이든 인 재팬은 하나의 신뢰의 상징처럼 사용되지요. 저도 학용품은 가급적 일제를 씁니다. 국산이 나빠서가 아니라 처음과 끝의 상태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죠. 샤프를 제가 한 개 샀는데, 근 7년을 사용 후 잃어버려서 새로 구매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고가의 제품들이 많죠. 그런데, 베트남에서 만든 물건은 보통 겉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참 안 합니다. 칼처럼 날카로운 숟가락을 사용했다가 입술을 베인적도 있으니까요. 조금만 마무리에 신경을 써면 지금 가격의 2배를 받아도 사용할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포장을 잘 해두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줄 그런 제품도 많습니다. 베트남 사람들 이야기가 여기는 아직 소비자 중심의 문화가 아니고, 공급자 중심의 문화라는 이야기로 축약이 되더군요. 공급자가 모자라니 어쩔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베트남 마트인 CO,OP마트에 가면 베트남 사람은 베트남 물건을 먼저 사용하자는 표어가 있더군요. 글쎄요. 현실은 과연 어떨지? 돈 없으니 자국 물건 쓴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6. 고맙다는 말이 없는 점 – 베트남 사람들은 고맙다나 미안하다의 인사말이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안해도 고마워도 그냥 웃고 가버리죠. 그래서 그들의 웃음을 이해하면 사실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하노이 호안끼엄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길가던 저와 영국 아줌마 둘이서 그 운전자를 길 밖으로 끌어내고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웠죠. 그 운전자 정신을 차리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전에 자기 오토바이를 보더니 그냥 휑하니 가버리더군요. 둘이서 서로 얼굴 마주보고, 황당한 웃음만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토바이 접촉이나 기타 사고가 나도 서로가 마주보고만 있지,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외국인들은 사실 굉장히 불쾌합니다. 물론 큰 사건이라면 잘잘못을 따진 후 사과하고 변상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사소한 문제는 말 한마디로 잘 끝낼수 있지 않나하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참 당황스런 문화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베트남 사람들 말로는 마음속으로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과연 말없이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마음이 있는지 여부를 누가 알지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드네요. 베트남 사람이 아니니까요.^^!
사실 처음에는 30회 정도로 해서 제가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느낀점을 적을려고 했는데, 이것도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제가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서 참 시간을 할애하기도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사실 이제 남은 이야기들은 너무 민감한 이야기라서 다른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가능성도 높고, 베트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가능성도 있는 주제들입니다. 국제 결혼이나, 베트남의 지역감정, 사회적 문제점 등 잘못 건드리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들이라서 말이죠. 지금까지는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했지만, 이런 부분은 좀 상세하게 적어야 하고, 잘 적어도 소수의 희생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래서 이만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참 재미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이 필요한 여행정보는 거의 없고, 개인적인 편견일 가능성도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이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진 베트남에 대한 인상을 적고 마치겠습니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이 듭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 사람임을 더 느끼게 해주는 참 고마운 나라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꼭 한 번 여행하세요. 그리고 욕을 하고 떠나세요. 하지만, 다시 오게 될 가능성은 더 높습니다. 왜? 욕을 할 정도의 관심은 있었다는 이야기니까요. 이들은 여러분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줄 마음이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미치도록 노력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뻔뻔하게 자기의 문화를 강요하면서요. 그 뻔뻔함이 그들의 매력입니다. 그렇지만, 그 강요가 정말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베트남 다시는 안 온다고 하는 분들 많습니다. 인간성이 별로라고 하는 사람 많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 많습니다. 여러분의 불편함을 베트남 사람들도 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외국인은 모르고, 현지인을 알고 대비를 한다는 차이 밖에 없습니다.
저도 14~5년전 다시는 베트남 안 온다고 하면서 중국으로 떠났던 여행객이었습니다. 벌써, 10회 이상을 방문했고, 짧게는 3일 길게는 수 개월을 여행한 적도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도 안 가본 곳을 제가 더 많이 갔더군요. 유명한 곳은 3곳을 안 가봤습니다. 그걸 위해서 오토바이도 배웠습니다. 그곳은 오토바이로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그런 곳들이죠. 한국 사람의 정을 이해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여기 베트남의 정을 이해한다면, 베트남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기를 그다지 힘들어 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베트남에 놀러오세요. 욕하고 가가실 때 가시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