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장기체류를 하다보니(12)
벌써 12번째가 되었네요. 간단하게 여기서 지내면서 느낀 점을 적는다고 시작한 것이 이렇게 회수가 늘어났네요. 이곳에서의 일상 생활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것이다 보니 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나서 큰길을 벗어나 작은 길을 들어서고, 골목을 구경하다 보면 여기 베트남의 가정주택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이 처절하게도 지키고 있는 각종 안전장치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교도소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여러분이 보기에는 과연 어떤 느낌이었나요?
베트남은 일반적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구경하기가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리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가끔은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쇠창살로 된 문이나 쇠창살 창문일 것입니다. 집안에 들어와서 봐도, 촘촘하게 쳐져 있는 쇠창살은 갑갑한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시설물 일 것 입니다. 당연한 대답을 하겠지만, 왜 이렇게 까지 쇠창살을 심하게 설치 했을까요? 예, 당연히 좀도둑입니다.
데탐이나 여행자가 많이 가는 게스트하우스에도 저녁이면 문을 철저하게 잠그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서 문 입구에 사람이 한 두 명이 잡니다. 문 열어주는 것도 이유이지만, 사실 도둑을 쫓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경비원들도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이 경비원들이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오토바이 주차장 입구나 알려주고, 사람들하고 농담이나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경비원들은 건물마다 서 있습니다. 그래도 오토바이 분실사건도 있는 것을 보면 지키는 사람보다 훔치는 사람의 노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 즉, 경비원은 실제적으로 자기 물건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지키려는 뚜렷한 직업 의식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일반 가정 주택은 어떨까요?
골목에서 쇠창살이 있는 집은 집에 가져갈 물건이 있는 집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해서 훔쳐갈 물건이 없는 집은 여기도 문을 열어 놓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만석꾼의 만가지 고민과 천석꾼의 천 가지 고민”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일단 사람들이 자리에서 떠날 때에는 무조건 문을 잠급니다. 그래야 도둑이 들어오지 못 할 테니까요. 그리고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는 밖에서 자물쇠를 잠급니다. 그것도 많은 집은 세 개씩 잠글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손을 안으로 넣어서 그 문을 열어야 하니 정말 보통 노력이 아닙니다. 저도 아는 한국 분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노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 가서 사람이 없을 때에는 누군가 한 명을 집으로 불러서 그 집을 대신 지키게 합니다. 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한 생활이네요.
오토바이의 경우는 주차장에 세워두는 경우에는 그 경비가 지키고 있습니다. 좀 큰 식당은 별도의 내부 주차 공간을 만들어서 안전하게 입구와 출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로 항상 확인을 하고 주차권을 반드시 돌려 받아야 나갈 수 있습니다. 주차권을 분실하면, 그 가게의 오토바이가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심한 경우 여권까지 맡겨야 찾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간섭은 많이 하지만, 남을 잘 돕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자기 문화와 다르다는 생각보다는 여기서는 틀렸다는 식으로 판단해서 뒤에서 수근 거릴 때가 많습니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아직까지도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의 다른 문화나 모습을 이해해 달라고 말을 많이 합니다. 자기들은 이해할 여유가 없지만, 외국인은 이해를 해 주길 바라는 이중성이 있다는 말이 될 겁니다. 아직도 복합 문화, 농경문화와 산업문화가 충돌 하는 와중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외국 음식에 대한 판단은 아직도 외국 음식은 별로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유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 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판단합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의 변화는 피부로 느낍니다. 초밥 집이나 한국음식 그리고 유럽풍의 인테리어가 된 커피숍에서 사진을 찍고 노는 것을 보면 그 변화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렇게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기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장점인 철저한 치안은 사실 제가 느끼기에 국가를 위한 치안에 중점을 두고 있지, 개인을 위한 치안은 사실 아직까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보안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구경은 잘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이런 내용과 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중재를 해주는 기관의 신뢰가 살아나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유럽식의 사회주의가 비판을 받고 있다 할 지라도 요즘의 시대상황에서 과연 처절한 자본주의 논리가 과연 옳다는 식으로 받아 들여질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식의 사회주의도 자본주의의 바탕에서 운영되는 사회제도일 겁니다. 장점을 조화시키는 것은 결국 그 제도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회나 행정부를 선출하는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능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요즘에 베트남의 집을 보면서 집은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편안하게 가족과 이웃이 같이 살아가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그 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