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발소에서 머리깍기
내일 2014년 3월 23일은 내 베트남 친구의 와이프의 이모부의 막내아들(좀 복장하죠 ^^;;)이 결혼을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머리를 깍고서 왔습니다. 여기 12군은 호치민에서도 변두리 입니다. 우리 마을에 외국인은 총 3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하고 저와 같은 방을 사용중인 한국인 그리고 국적을 도저히 알 수 없는 또다른 외국인이 한명 더 있죠. 그래서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든 베트남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머리를 깍으려고 길을 들어오는데, 집 근처에는 없네요. 그래서 걸어서 5분을 시장을 통과해서 갔더니 이발소 하나가 나옵니다. 건물 안은 주인 여자분인듯한 분이 미싱을 돌려서 일을 하시고 남자분도 같이 일을 하시더군요. 제가 들어가니 기계를 멈추고는 나오십니다. 30대는 되어 보이더군요. 제가 헬멧과 마스크를 벗으니 순간 당황하면서 말을 못(안하시는 것은 절대 아니구요)하십니다. 간단 베트남어를 구사했더니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선풍기를 틀어줄까? 물 한잔 마시려냐? 등등 이발과 관계없는 이야기로 대화를 하십니다. 가장 중요한 이발 요금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갈까요? 아저씨?
캬캬: 이발비 얼마에요?
이발사: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20,000동!!!
캬캬:(순간 당황^^;;) 정말 20,000동???
이발사: 당연하지. 하지만, 이발하고 면도하면 5,000동추가가 된다구.
캬캬:(이 순간 더 당황^^;;) 면도 안하면 20,000동이군요.
이발사: 그렇다니까. 면도 할거야 말거야?
캬캬: 면도 안 할래요.
이발사: 그럼 앉아요. 머리는 어떻게 깍아 줄까나?
캬캬: 옆머리 뒷머리는 짧게 자르고, 앞머리 속알머리는 없으니 많이 자르지 마세요.
이발사: (가벼운 웃음을 짓고 나서) 이해했어요. 근데, 국적이 어디?
캬캬: (학교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배워서 순간 당황) 엥?
이발사: 국적! 국적!
캬캬: 아~~~ 한국사람이에요.
이발사: 아!!! 한국사람.
전기바리깡과 빗 그리고 가위로 일사천리로 이발을 합니다. 거침없이요. 경력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시원하게 바리깡을 놀립니다. 그리고 가위로 머리도 잘 다듬어 주고요.
이발사: (면도칼을 들고서) 목하고 귀밑을 다음어요?
캬캬: 그럼요. 물론 공짜겠죠??
이발사: (면도칼을 바꾸면서) 물론 공짜죠. 담배하나 피고 할까요?
캬캬: 그렇게 하세요. 그럼 저도 한개 주세요. 제거 하나 드릴께요. 한개씩 바꿔서 피워요!!
캬캬와 이발사는 말없이 담배만 한대씩 피우고는 자리로 돌아옵니다. 다시 면도칼을 들고서 머리를 다듬는다. 그러면서 마지막 대사. 예상질문에서 벗어나지 않은 질문입니다.
이발사: 결혼은 했어요?
캬캬: (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예 한국에서 2번했고, 베트남에 3번째 결혼을 하려고 왔어요.
이발사: (웃으면서) 3번째? 진짜로?
캬캬: (웃으면서) 농담이죠. 베트남 사람들이 너무 결혼 이야기를 많이 물어봐서 이렇게 대답을 하면 두번 다
시는 묻지 않더라구요. ㅋㅋㅋㅋ
이발사: (웃으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그냥 물어보는 거니 너무 신경써지 말아요. 자 이발이 끝났어요.
캬캬: 20,000동 여기요!
이발사: 또 와요!
베트남에서는 교외로 벗어나면 뭐든지 저렴합니다. 그리고 그다지 바가지 씌울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도 하구요. 대신 모든 행동을 곁눈으로 지켜보는 시선들이 가끔은 부담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시하고 지낼 정도의 요령도 생깁니다. 여행객으로 지나치면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힘들게 했다면, 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습니다.
좋은 베트남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생각처럼 언어 구사력은 늘었는데, 언어 청취력은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주위의 베트남 분들이 많은 대화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12군에서 나름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듣기능력은 아직도 좀...
오늘의 느낀점: 베트남으로 언어공부로 오시면 한국사람들 끼리 몰려다니지 마시고, 교외(물론 교통이 좀 불편하지만)로 와서 생활하면서 듣기능력을 향상시키는게 어떨지???? 생각보다 베트남 변두리가 지내보면 재미있습니다. 사건 사고도 많고, 그리고 현지인들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도 있구요. 여행자거리에서 보기 힘든 것들 많이 봅니다. (지금 집 옆에는 개 도살장도 있어요. 그 개 도살장 주인 아저씨하고는 가끔 커피도 마셔요. 단지 개를 잡는 사람이지, 사람을 잡지는 않으니 걱정 안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