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를 정리하면서(11)베트남에서 좋은점
호치민 스럽지 않은 비가 오네요. 오후 계속 비가 내립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한국의 봄비처럼 계속 해서 비가 내립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데 비가 계속오니 마음도 좀 우울하네요. ㅠㅠ
베트남에서 1년을 살다 보니 제 개인적으로 이것은 베트남이 참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별도로 정리 해 봤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판단이니 그냥 읽어 주시면 됩니다. ㅋㅋㅋ
1. 따뜻하다. –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을 싫어합니다.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양말도 신어야 하고 그래서 호치민의 따뜻한(?) 날씨가 참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난방비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어컨 전기세가 좀 더 나오는 군요. 아마도 제가 손발이 좀 냉한 편이라서 따뜻한 호치민이 저한테 맞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날씨이다 보니 슬리퍼를 자주 신다 보니 양말을 잘 신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좀이 사라진 것 인지도 모르고요. 덥다고 힘들어 하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날씨입니다.
2. 풍요로움 – 제가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야채는 참 많이 먹습니다. 그리고 과일도 많이 먹고요. 심한 날은 3끼를 야채와 과일로만 먹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야채와 과일이 싸니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토마토와 오이 당근을 1kg씩 해서 3kg을 사면 우리 돈 2000원 정도입니다. 물론 시장에서 아줌마와 흥정을 잘 해야 하고요. 이 정도면 2일 정도는 먹고 얼굴에 마사지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이한 채소도 많이 있습니다. 야채도 나름의 맛이 있는 관계로 해서 이것 저것 먹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외국인인 저의 입장에서는 먹는 것에 관해서는 베트남이 참 풍요롭다고 생각합니다.
3. 많은 식당 – 베트남은 한국과 비교해서 식당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노점상까지 포함 한다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것 같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외부에서 해결할 때 느끼는 점은 식사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제일 흔한 것이 쌀 국수이고 월식당(한식당에 해당하는 제가 만든 말입니다. 보통 껌빈전이라고 합니다)이 제일 많고, 기타 식당도 많습니다. 노점상에서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할 때도 있고, 고급식당에 가서 해결을 할 때도 있습니다. 어디가 좋다는 말은 못하겠고, 맛은 비슷한데, 고급일수록 깨끗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식당만 많은 것은 아니고요, 종류도 가격대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4. 저렴한 커피 – 한국에서도 하루에 커피를 보통 10잔 전후로 먹었던 편인데, 비용문제로 집에서 내려서 먹거나, 블랙커피를 타서 2~3잔으로 나눠서 연하게 먹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커피가 너무 저렴해서 그냥 밖에서 자주 먹습니다. 10잔을 마셔도 5000원 정도이니 외국인인 저로서는 큰 부담이 없는 편이죠. 하지만, 요즘은 ZARA BEAN이라는 커피 중 모카에 푸~~욱 빠져서 하루에 집에서 두 번을 내립니다. 부드럽고 뒷맛이 깔끔해서 너무 좋아 합니다. 250g 한 봉지에 10만동 정도이고 2일은 마실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마시면서 역시 비싸서(?) 그런지 맛있군 이라는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자매품 로부스타(65,000)와 아라비카(85,000)가 있는데, 특유의 쓴맛이 강해서 까페쓰어다를 마실 때 이용합니다. 쭝응우이엔이 500G에 50,000동 정도이니 가격은 zara bean이 3배정도 비싸군요. 역시 모를 때는 비싼 것이라는 어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
5. 부담없는 여행 – 한국에서는 여행을 가면 경비문제가 좀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경비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가까운 곳은 보통 10,000원 정도의 교통비와 숙소 10$선 그리고 식사비 해서 10$정도면 여행을 합니다. 대충 잡아서 50$이면 집에 와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외국인이니 가능하지만, 현지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금액이죠. 단, 한가지 불만스러운 것은 예약시스템과 명절 같은 연휴에는 모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립니다. 이런 것만 아니면 참 좋을텐데…
6. 소음에 무관심한 사람들 – 베트남에서는 옆집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소음에 무관심하다고 할까 아니면 관대하다고 할까 참 시끄럽게 지내도 별다른 항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간혹 이웃간에 싸운다 던지 심한 경우 살인사건도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집 바로 옆은 가수가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도시 자체가 소음이 많아서 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기들 키우기에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아이가 울던지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것은 참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참 큰소리로 잘 뛰어 다닙니다. 그게 참 보기가 좋습니다.
7. 저렴한 운동 레슨비 – 이건 외국인의 기준으로 하는 말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얼마나 비용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참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배드민턴을 기준으로 보면 개인교습을 받게 되면 한달에 30만동이고, 코트만 이용하면 2시간에 12만동정이니 같이 하는 사람들이 나눠서 내면 시간에 700~800원 정도이군요. 전기에 실내코트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테니스를 치시는 분의 이야기로는 하루에 2시간에 월 수 금요일에 한달에 30만동이라고 하는 군요. 물론 한국의 코트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운동을 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 근처 스포츠센타에서는 실외 농구코트 이용료가 한달에 3만동이니 정말 저렴합니다.
8. 건조속도 빠른 빨래 – 햇빛이 워낙에 강해서 빨래가 금방 마릅니다. 기능성 의류는 2시간이면 건조 완료, 일반 면옷도 반나절이면 마르니 정말 빠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햇빛이 너무 강하다 보니 색이 변색이 됩니다. 그래서 빨래를 하면 저녁에 빨래를 늘고 오전 중에 다시 거두어 옵니다. 어쨋던 옷이 안 말라서 애를 먹을 필요는 없으니 그게 참 좋습니다. 아 참 그리고 단점이 한 개 더 있군요. 간혹 소나기가 오면 빨래를 다시 헹궈서 다시 말려야 합니다. 귀찮지만 역시 어쩔수 없군요. 베트남의 비는 먼지가 많아서 어쩔수 없어요.
9. 전화 스트레스 없다 –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다가 보면 전화 심한 경우 한 통화당 1시간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전화할 일도 받을 일도 없다 보니 참 편합니다. 아무래도 연고지가 아니다 보니 거의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행동반경이 일정하다 보니 특히 더 전화할 일이 없지요. 전화없이 살아가는 일도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간혹 오는 전화는 참 반갑기까지 합니다.
10. 저렴한 인건비 – 여기서 생활하다가 보면 사람을 한 번씩 불러서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주로 주변의 사람에게 부탁하는데 하루에 우리 돈 1만원이면 거의 해결이 됩니다. 물론 통역 같은 경우는 더 많이 주지만, 단순하게 빨래나 청소를 위해서는 참 저렴한 비용입니다. 한국에서는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웬만한 것은 손수 하는 일이 많았는데, 여기서 지내다 보면 그냥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베트남 사람들은 인건비에 대해서 너무 관대한 것 같습니다. 가방의 지퍼가 고장이 나서 교체를 하러 갔더니 아저씨가 한참 수리를 하고서 그냥 던져줍니다. 얼마에요? 그냥 가랍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인건비로 얼마라고 할텐데… 어쨌던 인건비가 저렴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11. 복사문화 – 베트남은 아직 저작권 법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책 같은 것은 대부분이 복사를 해서 봅니다. 그래서 책값이 무지 삽니다. 한국의 1/5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정가의 교재는 25만동인데, 복사집에 가면 3~4만동정도면 똑 같은 책을 줍니다. 물론 책의 품질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말입니다. 정품을 사서 보고 있으면 베트남 학생들이 웃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교보문고인 FAHASA라는 서점에 가면 모든 책은 아니지만, 많이 보는 책은 그냥 복사해서 만들어 판매를 하는 것도 봅니다. 대신, 단점은 간혹 사이 사이 빠진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서 사셔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이제 책 값이 너무 비싸서 돈 없으면 공부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인데, 베트남은 일단 책보기에는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대학교재도 학생수 만큼 복사해서 들고 가는 것 보면 우리나라 80년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보시라는 글입니다. 한국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우울한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말을 믿고서 그 말에 따른 학생들은 과연 무슨 잘못이 있을까요? 그리고 학생외의 나머지 분들도 회사의 이익논리에 희생을 당했으니 그 분들은 무슨 잘못이 있는가요? 여기서 지내다 보니 그 기막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냈던 제가 정말 죄송스럽기 까지 하더군요. 그 부모님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 없는 제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죄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심정입니다. 모두를 위해서 권리를 양도한 권력층은 이제 그 모두를 희생시키는 괴물이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말이죠. 다시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들이 정겹게 이야기나 하고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세월호에 희생당하고 낫지 않을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할 말씀이 없네요. 나는 따뜻한 곳에서 별일 없이 지내고 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습니다. 목욕 후 찬물에서 놀고 있는 자식이 걱정되어서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랍니다. 며칠째 바다에 갇혀서 지낼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말입니다. 자식이 있어야 공감할 수 있을 내용인데, 저도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살아서 추위가 싫어서 따뜻한 곳만을 찾아 다니는 제가 그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