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 닌빈 - 깟바섬) 여행기 4.(하롱베이, 하이퐁 시내버스)
전날 L Travel 에서 예약한 버스는 8시에 여행사로 출발하기로 되있습니다.
그래서 조식을 7시반에 먹고 바로 가니 동양인 2명과 외국인 1명이 있더군요. 딱봐도 한국인인걸 알지만 커플이니까 모른 척 버스에 올랐습니다. 동쪽으로 이동해 거기서 오늘 8시간을 함께 할 배에 탑승합니다.
다른 후기에도 많이 보셨겠지만 하롱베이 투어 비율은 70%가 서양인, 20%가 현지인 정도 되더군요.
배가 출발하고 선실에 있다가 다들 올라가길래 갑판위로 갔습니다. 맨 뒤에 앉아서 모두가 나오는 기념사진 한 방 박아주고~...나니 할 게 없습니다. 서양인들은 마치 학교에서 단체 관광온 것 마냥 수다떨기 바쁘고 한국인 커플은 한 자리 차지했으니 둘이 놀 것이고 베트남 커플도 그럴 것이고...
지금 바다 한 가운데서 카약하러 이동중인데 당장 카약 같이할 사람도 없겠구나 싶고 전에 다른 블로거 분이 하롱베이 혼자 와서 서양인들 속에서 철저하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셨다고 쓴게 기억나면서 과연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기 양누나 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바로 어제 깟바 국립공원 정상에서 단체 사진 찍으면서 자기 부산에서 티쳐라고 짧게 알았던 그 누나입니다. 그 누나가 열심히 수다 떨다가 혼자 있길래 다가가 웃으면서 하이. 위 멧 예스터데이 를 시작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양누나랑 대화하다보니 흑형도 근처에 왔고 양누나가 흑형이랑 대화하는 동안 제 옆을 보니 양형이 앉아있습니다. 한 번 말을 거니 두 번은 어렵지 않더군요. 그렇게 잉글랜드 양형 리코, 알렉스랑 말을 트면서 저기서 호기심있게 쳐다보던 한국인 형도 자연스레 알게 됐습니다. 혼자와도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느냐 마냐는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먼저 다가가는 용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양인들도 동양인이 말 거니 반갑거나 놀라워하는 눈치더군요. 동양인이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선실로 오니 프랑스 형 켄이 제 테이블에 있길래 혼자 왔냐 물어보고 같이 카약하자 제안했습니다. 제가 물을 좀 무서워해서 카약도 걱정했는데 바다가 워낙 잔잔해서 괜찮았습니다. 켄 형도 너가 물 무서워한다니까 천천히 할꺼야 했는데 나중에 제가 괜찮다고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카약 1시간동안 이 형과 대화를 좀 많이 했습니다. 이 형은 하루 경비 10달러 쓰는 것이 원칙인 (밥, 숙소, 이동수단 포함) 엄청난 실속형 여행가였습니다. 현재 자기 머무는 숙소도 1박 8만동이구요(조식 미포함, 도미토리룸) (본인 1박 16만동, 조식포함) 채식주의자라서 점심 바나나 3개쯤 먹더군요. 현재 1달째 베트남에 머무는 중인데 2달 더 할거고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칠 생각이라고... 오토바이도 대여하지 않고 중고를 사서 되팔거라 하더군요.
5일동안 200달러 환전한게 모자라서 새로 인출한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도미토리룸, 1인실 잡으면서 먹고 자는거 많이 아꼈다 생각했는데 저렇게 여행이 가능하구나 느끼면서 언젠가 백수되면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카약 후에는 밥을 주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수영을 하러갑니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듯 서양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뛰어들고 동양-한국,베트남 사람들은 구경하더군요. 전 원래 수영할 생각이 없어 구경하는데 잔잔한 바다에 다이빙할 때마다 배가 흔들려서 고역이었습니다. 멀미는 꽤 면역된 타입이라 생각했는데... 수영 안 하실 분들은 멀미약 필수입니다. 저처럼 물 무서워하고 흔들리는 배에 가만히 있으면 1시간이 정말 지옥입니다.
수영 다음은 몽키아일랜드 입니다. 어디서 몽키아일랜드 가기전에 과자 가지고 가면 좋다고 들었는데 저는 내려서 사람들 따라 가다보니 그건 산행이었습니다. 정상가서 몽키아일랜드 경치 구경하는 거구요. 가는 길 굉장히 험합니다. 좁은 길에 사람들 여기 원숭이 있는 줄알고 몰려서 오래걸리고 돌 날카로워서 슬리퍼 찢어지기 일쑤고 안전로프 따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원숭이들은 산에 야생처럼 사는 게 아니고... 어디 모아져 있다고 합니다. 산행해서 야생원숭이 보는거 절대 아닙니다!
서양형들도 악에 받쳤는지 No Monkeys here. I gurantee. 입구에 표지판 세워야 한다고.
또 If u want to see a monkey, U must be a monkey first !! 하는데 빵터지더군요. 가는길이 험해서 다들 기어가거든요. 사실 몽키가 동양인 비하하는 말이기도 해서 이새퀴들 행여라도 나한테 몽키라 하면 조져버리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경솔한 언행은 하지 않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몽키아일랜드 정상은 괜찮았습니다. 초가집 지붕? 같은 집들이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하와이 마을 같더라구요. 내려와서 알렉스에게 들어보니 몽키들 저쪽에 망고 주고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어제 깟바국립공원에서 본 것도 있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동물원 원숭이 보는게 뭐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그 다음은 피싱빌리지라고 바다 한가운데에 수상가옥들이 있고 집마다 가두리 양식장으로 기르고 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구나 아 고기 있네! 이 정도 감흥이었습니다.
하롱베이 투어 돌아오니 정확히 5시더군요. 하롱베이 투어에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혼자 오신 분들은 그래도 혼자온 것 같은 외국인에게 말 붙여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카약을 2명이서 타구요 ㅋ 저는 남자고 남자들 위주로 말을 걸었는데 동양 여자분들 영어 잘하면 인기 많은거야 다 아는 사실이구요.
배 위에서 혼자 8시간동안 명상했을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장안에서 베트남 커플 둘에 낀 기억이 영 좋지 못해서.. 물론 그들은 언어가 안 통해도 굉장히 친절했습니다만. 비교적 간단한 영어라도 음 재는 어디서 왓고 이름 뭐고 뭐하고 응응 며칠 머물고 있고 이런 시덥잖은 정보도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여행온 기분이 납니다. 그리고 한국 많이 알고 좋아하는 사람 꽤 되서 대화 주제도 잘 나옵니다.
하롱베이 투어 얘기가 길어졌네요. 이 편을 마지막으로 마치려 했으니 여기서 Ben Binh 선착장 - 하이퐁 국제공항(Cat bi international Airport) 가는 시내버스를 다루겠습니다.
사진을 포함한 자세한 설명은
에 올려놓았으니 참고하시고..
깟바섬에서 나오면 Ben Binh 선착장으로 갑니다.(원래 거기서 내립니다)
구글맵을 켜서 Nha Tho 로 도보이동합니다(5분이내)
거기가면 길가에 있는 03번을 타고 Hang Hai
(항하이) 역(10000동, 10~15분) 을 보여줍니다.
Hang Hai 역에 내려서 07 번(배차간격 30분~) or 18 번(간격 20분~) 을 탑니다.
07번의 경우 Le Hong Phong di Uong Bi, 18번의 경우 Nga tu Le Hong Phong - Ngo Gia Tu 를 들이밀면 끄덕 하면서 티켓 하나를 줍니다.(10000동, 15분)
구글맵켜고 해당 역 가까워지면 하차하거나 안내원이 내려줄 것입니다. (18번은 종점이니 맘 놓고 기사랑 내리면 되요)
환승개념이 그냥 버스 따로따로 타는 거라 보시면 되구요. 경비는 2만동입니다. 제가 하노이에서 택시 바가지를 하도 당해서 우버아니면 절대 이용안하는데 하이퐁은 우버가 안 되더라구요. Ben Binh에 내려서 택시타면 바가지 안 써도 15만 정도 나올 거에요. (공항이용료 포함)
집으로 가시는 길에 시간 많으시거나 더는 교통수단에 돈 쓰기 아깝다 싶으신 분들은 시내버스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쓰고 보니 공항에서 하이퐁 터미널도 어려울 것 같진 않네요. 다른 분들도 시내버스 이용해보시고 좋은 정보 공유해주셨음 좋겠습니다.
끝으로 soma 님의 상세한 여정 도움받아서 감사드리구요 제 글도 비슷한 여정에 도움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