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 라오스의 심장부로 오기까지 좀 씁쓸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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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 라오스의 심장부로 오기까지 좀 씁쓸한 하루

고구마 8 4364
 
라오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루앙프라방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라는 멋진 수식어가 붙어 있는 이곳입니다. 2008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꼭 방문해야할 나라로 당당하게 선정된 라오스에서 가장 빛나는 도시라고 볼 수가 있겠네요. 근데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그다지 만만치가 않아요. 이곳까지 다들 어떻게 오셨나요?
 
치앙콩 - 훼이싸이 국경을 넘어 메콩강을 따라 배를 타고 한나절 꼬박, 또는 1박2일의 여정으로 오셨을 수도 있고, 농카이 - 비엔티안 국경을 넘어 왕위앙을 거쳐서 육로로 오셨을 수도 있겠구요. 또는 우리처럼 중국에서 넘어온 이들도 있으시겠네요. 가장 편안한 방법인 비행기 타고 방콕/치앙마이/하노이/비엔티안 등에서 슈웅~ 가뿐하게 안착하셨을 수도 있구요. 제일 부럽습니다.
 
저희는 루앙남타에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요, 루앙남타는 훼이싸이-루앙프라방 구간을 육로 이동을 할 경우 경유하는 라오스 북부의 도시지요.
우리가 묵었던 투라씻 게스트하우스 직원이(이 사람 그냥 직원인지 주인 아들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우리 다음 행선지를 물어요. 물론 그 속내야 자못 짐작이 되긴 하지요. 그 직원 왈~ 루앙프라방행 VIP버스표가 130,000낍에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뚝뚝 서비스도 포함인 가격이라고 합니다. 미니밴은 140,000낍이라는데 아무래도 산길을 달리는거니까, 버스보다는 훨씬 빠를테지요. 묻지도 않았는데 버스 스테이션 가도 같은 가격이라길래 믿었다지요. 다른 여행사를 돌아다니는 것도 귀찮고 숙소에서 우리의 다음 여정을 아는데 다른데서 사기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숙소를 통해 예매를 하게 됩니다.
 
아침 8시에 투라씻 게스트하우스에서 뚝뚝에 실려 꽤 달린 후 도착한 버스 터미널, 9시 출발행 루앙프라방 버스가 우리가 탈 버스에요. 근데... 왠지 전혀 VIP 처럼 보이지 않네요. 버스를 둘러보니 옆에 아름답게 써있는 [탐마다-Regular]라는 글자... -_-; 그리고 터미널 매표소에 상큼하게 써있는 루앙프라방행 티켓 90,000-10,000낍.
그리고보니까 차표도 미리 예매한 것도 아니고 우리를 실어준 뚝뚝이 기사가 도착한 바로 그때 자기가 사서 우리한테 주더라구요.

물론 티켓을 대행해줄때는 당연히 서비스 차지를 받아야 하는건 맞는데, 표값에 비해서 너무 큰 비율의 대행료에요. 그냥 공공버스 정류장에 실어다 주고 표를 창구 가서 대신 사주는 서비스(근데 이게 딱히 서비스라는 생각도 안 듦)해주고는 표 값의 거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오버 차지를 하다니...
중국에서도 게스트하우스에서 기차표나 버스표 예매할때 이런 식으로는 절대 안했는데...(250위엔의 차표에 15위엔 정도의 수수료가 부가되는 정도였어요.) 중국도 그러한데 여기라고 설마 다르랴 싶어서 그냥 믿었건만... 게다가 버스 스테이션 가도 같은 가격이라는 거짓말은 왜 하는지...
라오스 사람들 대체로 순박하고 속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범주에 이 숙소 스텝은 해당 안되나 봐요. 중국-라오스 국경에서 8만낍 대신 8천낍을 산뜻하게 내밀던 환전 아줌마도 그렇고... 제가 운이 없었겠지요. 쩝~ 좀 실망이 되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우리탓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예매하기도 다소 애매한 게 정말 코딱지만한 마을에서 왠 버스 터미널은 그리도 멀게 지어놨답니까. 어쨌든 1월 성수기인데도 차는 만석이 안 되어 나름 정시에 출발했어요.
후기를 검색해보니 - 더 정글 에코 가이드 서비스- 라는 곳이 차표 예매에 관한한 믿을만한 곳이군요.


루앙남타 버스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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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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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골을 열심히 달리고 달렸던 버스는 이 곳 라오스에서도 고생이 많습니다. 버스 통로에 쌀포대 같은 짐을 싣고 출발하는데, 군데군데 정차도 하게 하구요, 게다가 운행 초반에는 커브가 꽤나 심해서 속이 울렁거리더라구요. 그리고 도로포장을 나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이게 전구간 말끔하게 된게 아니라 군데 군데 파이거나 벗겨져서 울퉁불퉁 돌길이 나오는 구간도 꽤 있어요. 커다란 트럭이 앞에서 천천히 갈때는 한참이나 그 뒤를 따라가기도 하고...
 
연이은 커브의 산속 길을 천천히 달리다보니 차창 너머로 라오스 사람들 사는 모습을 엿 볼수 있는건 그나마 장점(?) 중의 하나였지만 울퉁불퉁 구불구불... 정말 쉽지 않네요. 9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 루앙프라방 공항 근처의 북북 터미널에 내려줍니다. 아주 그냥 삭신이 너덜너덜해졌어요. 둘 다 얼굴이 아침보다 5년은 더 늙어보입니다.
 
장장 8시간이 넘는 여정인데, 지금은 건기에 시원하니 그래도 이 정도였는데, 날이 무더워지거나 우기 시즌에 폭우로 인해 도로 상태가 안 좋으면 이 버스는 정말로 참... 답이 없겠어요. 그야말로 복불복이겠네요. 아~ 진짜 VIP 버스를 타거나 미니밴을 타면 이렇지는 않으려나요. 하여튼 루앙프라방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버스가 운행 하는 도중에 몇번 쉬는 동안 사람들은 내려서 풀밭에서 소변도 보고요. 그야말로 로컬 라이프입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는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 갈 때는 이제는 배보다 버스가 낫겠거니 생각했는데 직접 타보니 빡벵에서 1박 하더라도 배타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루앙프라방 북부터미널 역시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는지라 뚝뚝을 타고 시내로 진입해야 하는데, 다른 외국인들 4명은 한 팀인지라 쉽게 흥정해서 출발하네요. 뚝뚝이 기사가 우리 둘에게 와서 그럽니다. 시내까지 가는데 너희 둘에 50,000낍 내래요. 흠... 우리는 1인당 만낍이 적정 요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망설이다보니 요금은 30,000낍까지 내려가긴 했습니다.
한대에 3만낍이면 나쁘지 않은 요금이긴 한데, 우리는 그냥 터미널 밖으로 발길을 돌려서 도로에서 잡아타려고 맘 먹고 터덜터덜 걸어가니 오케이~~ 외치면서 뚝뚝이 한대가 뒤에서 돌진해 옵니다. 두 사람에 20,000낍이요. 이게 적정 가격인가봐요.

터미널에서 시내로 향하는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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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 베이커리 오른쪽의 골목으로 접어드니 왠걸~ 1월 성수기에 오후 6시에 다다른 시간인데도 호객이 꽤나 열정적인데요. 컬쳐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의 니타야 게스트하우스를 구경해봤는데 1층 방에 화장실 에어컨 딸린 더블룸이 120,000낍(약 18,000원)입니다.
방 자체의 상태는 괜찮았어요. 화장실은 직접 사용해보지 못했으니 그것까진 모르지만요. 근데 아무래도 우리가 본 방은 1층이라 약간 큼큼해요.
 
좀 더 걸어가다가 호씨앙 게스트하우스 삐끼한테 잡혀 화장실, 에어컨 더블룸에 2층 방을 140,000낍(21,000원)에 얻게 됩니다. 자기 말로는 원래 180,000인데 깎아주는거라고... 묵을 숙소를 맘에 두고 온 것도 아니어서 날도 어둡고 다시 돌아나가기도 영 귀찮아져 버려 묵게됩니다.
참, 이 골목에 호씨앙 게스트하우스Hoxieng Guesthouse 간판을 단 곳이 두 군데 있는데요, 조마 쪽에서 들어갈 때 왼쪽에 있는 곳은 30달러 넘는 비싼 곳이고 거기서 몇 발자국만 더 가서 오른쪽에 붙은 곳이 바로 이곳 저렴한 곳이더라구요.
 
8년 전에 머물렀던 루앙프라방과 지금의 루앙프라방은 참 많은 변화가 있네요. 외적으로 더 멋져지고 더 북적입니다. 돈이 뿌려지고 있는 모양새가 확실히 나네요. 화려하고 커지고 뭔가 많아지고 그래요. 그와 더불어 물가도 아주 Hot합니다.
 
숙소비가 높은 거야 가장 인기 있는 성수기 시즌의 관광지니까 그렇다쳐도 다들 아시는 10,000낍 짜리 접시 뷔페(8년 전 5천낍에서 두 배 올랐네요) 골목 노점에서 닭 한마리 구이 가격 물었더니 70,000낍을 불러요. 루앙남타에서 토종닭 완전 쫀득쫀득한 놈으로 28,000낍에 먹은 건 차치하고요. 이건 뭐 한국 가격이랑 같이 맞먹으려고...
강변 골목 어귀에서는 한 마리에 4만낍인데 정작 먹어보진 못했네요. 아마 루앙프라방에서 닭은 통닭 한 마리에 4만낍이 적당한 듯....
 
그리고 우리가 감탄을 마지 않았던 호보 맵을 한장 샀는데, 무려 3만낍... 그러니까 지도 한장에 4,500원이라는... 우리가 지불한 돈이 그 지도 그리느라 애 쓴 여행자에게 가겠지라는 생각에 덥석 샀는데 사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여행자가 아니라 지도 판 사람한테 대부분의 몫이 간듯.... 하여튼 5분후에 2만낍에 판다는 다른 가게의 푯말 보니까 웬종일 암껏도 안 먹어서 그런가, 속이 막 쓰려옵니다. 야시장 바로 초입에 있는 관광사무소에 갔더니 주말에는 또 일을 안해요.
 
사실 건건이 치면 작은 돈이지요. 몇 천원 단위의 돈들... 이 나이에 고만한 돈이 아까워서 그런거 아니구요, 뭐랄까 이 고생을 하고 여기 라오스까지 왔는데 관광업 종사자들은 다른 나라랑 뭐 크게 다를게 없구나, 어쩌면 더한건가? 싶은 느낌이 좀 들려고 해서 씁쓸해요.
 
물론 여행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시민 또는 트레킹에서 만나는 고산족들이나 시골 사람들은 분명히 태도가 다를거에요. 그런데 전체 여행자중 과연 몇 명이나 시골 사람들이랑 교류다운 교류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며, 관광업 종사자 이외의 시골 사람 순박한거야, 라오스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하는... 그게 특별한 메리트(?)가 될 수나 있나 싶은 혼자만의 생각인데요, 아직은 이번 라오스 여행 초반이니 며칠 더 있어보면 또 다른게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라오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태도가 부드러운건 분명히 있어요. 좀 더 나긋나긋하고 잘 웃고 싸바이 디~ 잘하고 그런 점은 좋습니다.
 
 
이 지루한 장광설의 요지는...
 
1. 루앙남타에서 루앙프라방 오는 길은 건기 시즌에 일반 버스로 장장 8시간 걸리는 힘든 여정이다. 마실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센스. 이 구간 미니밴으로 이동해보신분 계신가요? 그건 어떤지요?
2. 저는 그냥 귀찮은 마음 반 믿는 마음 반에 숙소에서 컨택했지만, 다른 분들은 여행사 몇군데를 알아봐서 현명하게 예매하세요. - 더 정글 에코 가이드 서비스 - 회사가 정직한거 같아요. 당일 터미널로 일찌감지 직접가서 표를 사는것도 좋아요.
투라씻은 숙소 자체로서는 괜찮았는데 버스표를 팔아먹는 과정에서의 일처리는 적잖히 실망이 되었어요.
3. 루앙프라방은 성수기에는 비싼 곳이니까(물론 이건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를수 있어요) 예산은 넉넉하게...
 
뭐 이런 잡설입니다.
 
아~ 하지만 마음에 드는 점도 있어요. 태국은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어김없이 홍등이 켜진 환락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는데 라오스는 아직 그런게 눈에 띄이지 않네요. 물론 엄청 애써서 찾아보면 있겠지만서도... 그래서 정갈하고 정돈된 느낌입니다.
루앙프라방은 정말 꽤나 붐비긴 하지만서도 라오스라는 나라의 인구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가 여타 인구 많은 나라들처럼 막 와글와글 북적북적거리는 느낌은 덜해요.
유유자적 평화롭기도 하고 약간 격이 있는 무드가 분명히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도시 안에는 정말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을 정도로 숙소가 빽빽한데요. 아무래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런지 외관을 이쁘게 지어놨어요. 마구 시멘트로 쌓아 올린 흉물스런 높은 건물이 없어서 빽빽하긴 하나 숙소와 메콩강변의 조화가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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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빅토스 2012.01.18 22:46  
넘 재밌는데 스맛폰으로 보는건 무리내요. PC로 봐야지..  아름답게, 산뜻하게 라는 단어 선택&#160;짱이세요 ㅎㅎ 이동한다고 고생하셨네요.
고구마 2012.01.20 17:49  
그러게요...지금보다 젊었을때는 이동이 힘들어도 그냥 몸만 좀 뻑적지근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힘들면 얼굴이 폭삭 삭아져 버려서....고민이에요.
내재하는외부 2012.01.19 17:47  
며칠 뒤 식구들과 루앙프라방 3일 정도 있다 올 생각인데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고구마 2012.01.20 17:47  
식구들과 가는 여행, 잘 다녀오시길 바래요.
이번에 루앙 프라방 가보니...계모임으로 오신듯한 아주머니들, 가족 여행자들, 등등해서 참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오셨더라구요.
맛있는것도 많이 드시구요.
bluesea 2012.01.20 15:21  
과한 수수료에 급 2년이 다되어가는 자료를 찾아보니 저는 루앙남타-훼이싸이 구간 15,000낍 차이가 나네요..ㅠ(터미널에 찍은 사진은 55,000이고 투라씻에서 픽업포함 70,000)
그리고 루앙프라방 -> 루앙남타 미니밴(도요타당첨~) 이동은 좋았습니다. 과반수도 안되는 인원이서 특히 더..^^
고구마 2012.01.20 17:45  
오~ 그래도 그 정도 요금이라면  아주 적당하게 보여요.
어차피 자력으로 터미널 가도 일인당 만낍이니까, 한 5,000낍 정도의 정말 정당한 커미션이네요.
앞으로 또 루앙 남타를 가게 된다면, 루앙 프라방- 루앙 남타 구간은 꼭 미니밴으로 해야겠습니다.
세일러 2012.01.25 15:20  
툴라싯의 그 젊은 친구, 주인 집 아들입니다. 학생이고, 낮에는 학교 다닙니다. 저는 터미널 버스표 가격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수수료 내고 그 친구에게 표를 샀습니다.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툭툭가격 포함이고 (이 툭툭 가격이 만만치 않게 받아요...) 근처 여행사 돌아다니며 확인해보니, 다들 그 정도 수수료 받더라구요... 확실한 것은, 표 예매하기 위해 툭툭타고 터미널 왕복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

Tripadvisor 평을 체크해보고 툴라싯으로 갔는데, 서양 여행자들 평도 주인집 아들이 좀 수상쩍다는 평이 있더군요. 미덥지는 않지만, 그래도 약속한 부분은 모두 지켜줘서 저는 불만 없었습니다.
고구마 2012.01.26 11:10  
아들이였군요.
터미널 오고 가는게 힘들어서 세일러님 말씀처럼 자력으로 예매를 하는것 보다는 나아요.
근데 우리가 떠난 날 터미널 상황보니 딱이 무슨 예매를 한것 같지도 않고 , 그래서 뚝뚝이를 일찍 태워보냈나...? 하기도 했었어요.
근처 여행사들도 미슷한 가격이라면,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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