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밤기차 침대칸 타고 치앙마이 가기
방콕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치앙마이를 가는 방법은 3가지예요...
1. 버스 2. 기차 3. 비행기... 1.과 2.는 주간과 야간에 이용할 수 있으며
3.은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지요... 편하기로는 3.이 제일 편하고 저렴하기로는 1.이죠...
저는 1.2.3.을 모두 이용해봤는데, 제 취향에는 2.가 최고였어요...
왜냐하면 1.과 3.은 "이동"한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 2.는 "여행"한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특히 밤기차 침대칸은 누워서 편하게 갈 수 있으며 하루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고
게다가 낭만적이기까지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방콕에서 치앙마이 갈 때 밤기차 침대칸을 이용했어요...^^
태국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은 1. 전국의 아무 기차역에 간다.
2. 방콕 카오산의 한인여행사에 대행을 부탁한다. 이 2가지예요...
태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는 날까지 여유가 있는 분은
1.의 방법을 이용하면 예약대행비 100밧을 아낄 수 있어요...
그러나 방콕-치앙마이, 방콕-춤폰 & 수랏타니 등 인기 구간은 일찍 매진되므로
태국에 도착한 수일 내로 기차를 이용할 분은 2.의 방법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3~4시간 이내의 단거리 구간은 선풍기만 있는 3등석을 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그러나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구간은 에어컨 2등석 침대칸을 타는 게 좋아요...
선풍기칸은 온갖 날벌레와 더러운 오물이 수시로 침범하기 때문에 완전 비추에요...
1등석은 개별 공간에 2명씩 타는데 요금이 항공료만큼이나 비싸서 부담스러워요...ㅠㅠ
자, 그럼 이제 기차 타러 훨람퐁역으로 가볼까요? ^^
역에만 오면 왜 가슴이 설레이는지 모르겠어요... 제 몸에는 방랑자의 피가 흐르고 있나 봐요...^^;;;
기차표에요... 출발지 방콕 도착지 치앙마이 기차번호 1번 2015년 8월 28일 18시 10분 출발 7시 15분 도착
2등석 9호차 20번 좌석 요금 881밧 남자 아랫칸... 이런 정보들이 적혀 있군요...^^
참고로 요즘 태국 기차는 부녀자칸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요... 여성분들은 원하면 미리 이야기하세요...
훨람퐁역 정면의 전광판에는 내가 타고 가야 할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 번호가 적혀 있어요...
최초 출발지 역의 경우, 1시간 전부터 기차가 대기하고 있으므로 역에 일찍 도착했으면
대합실에서 기다리지 말고 플랫폼으로 가서 기차에 탑승하면 돼요...
장거리 밤기차의 경우, 저는 여유 있게 2시간 전에 역에 도착해서 저녁도 미리 먹고
물이나 간단한 간식 등을 산 다음 기차에 일찍 탑승해서 기다리는 편이에요...
제가 이날 탄 치앙마이행 기차는 5번 플랫폼에서 출발했군요...^^
밤기차 에어컨칸은 매우 춥고 건조하므로 긴팔 옷은 필수이고 물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아요...
어떤 분은 태국 기차가 하나도 안 춥다고 하던데, 그런 분은 존경스러워요...
참고로 저는 요즘 날씨에 한국에서 반바지로 생활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기차에 식당칸이 있긴 한데 음식의 질이 형편 없고 값도 비싼 편이므로
미리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음식이나 간식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훨람퐁역 구내와 역 근처에 편의점이랑 식당이 여럿 있답니다...
한 가지 주의사항은, 훨람퐁역 주변은 태국에서 여행사 사기꾼 삐끼가 가장 많은 곳이에요...
초보 여행자를 귀신 같이 알아보고 접근해서 쉴 새 없이 말을 붙이면서 호객 행위를 하지요...
치앙마이의 경우 주로 트래킹 상품을 판매하는데, 절대로 엮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제가 타고 갈 2등석 기차는 태국을 상징하는 색깔인 보라색으로 단장되어 있네요~^^
기차 몸체에 출발지와 행선지, 그리고 몇호차인지 적혀 있으므로 잘 확인하고 타면 돼요...
에어컨 2등석 객차 안의 모습이에요... 깔끔하죠? 그런데... 아직 아무도 없네요... 제가 1등으로 왔군요... ^^
출발 전에는 침대 윗칸과 아랫칸에 타고 갈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가게 되어 있어요...
혼자라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 먼저 눈인사를 하거나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건네보세요...
같은 기차를 타고 비슷한 행선지로 향한다는 동질감 때문에 금방 말동무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이런 게 바로 기차 여행의 재미이자 낭만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좌석번호는 어떻게 확인하냐구요? 의자 옆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번호가 적혀 있어요...
침대칸의 경우 빨간색 번호를 기준으로 하면 돼요... 참 쉽죠? ^^
침대로의 변신은 원하면 언제라도 가능해요... 수시로 지나다니는 차장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되거든요...
늦어도 오후 8시 이전에는 침대로의 변신을 마쳐야 해요... 왜냐하면 차장 아저씨도 쉬어야 하니까요...^^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네요... 비닐봉지 안의 물건은 대형수건처럼 생긴 담요에요...^^;;;
저는 윗칸보다 아랫칸을 좋아하는데요... 윗칸은 오르내리는 게 번거롭고 창문이 없어서 답답해요... ㅠㅠ
그런데 오히려 안전상의 이유와 아늑하다는 이유로 윗칸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요금은 윗칸이 목적지와 열차 종류에 따라서 70~90밧 정도 저렴해요...
안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빔기차는 모든 칸마다 차장이 타고 있고,
늦은 시간에는 다른 칸으로 옮겨다닐 수 없으므로 상당히 안전한 편이에요...
잦은 도난 사고로 여행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여행자버스에 비하면 훌륭하죠!
종착지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내리는 경우, 차장이 기억하고 있다가 깨워주기까지 해요! ^^
얼마 전부터 기차 내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애주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죠...ㅠㅠ
왜 이런 조치가 내려졌는지, 제 경험으로는 식당칸 종업원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요...
외국인에게 술값을 바가지 씌우거나 팁을 강제로 징수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암튼, 저날 웬 중국인 아저씨가 맥주를 마시다가 차장에게 틀켜서 쿠사리를 먹었어요...
애주가 여러분! 기차에서 몰래 술 마시다가 들키면 "쓰미마셍! 쓰미마셍!"을 외쳐주세요...^^;;;
마침내 치앙마이 역에 무사히 도착했네요... 그런데... 저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지금까지 제가 태국에서 기차를 20여 번 이상 탄 거 같은데... 그때마다 1시간 연착은 기본이고
4~5시간 연착하는 일도 잦았어요... 그런데 저날은 겨우 30분 연착했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경험해 볼 수 없는 밤기차 침대칸의 낭만... 한번 느껴보고 싶으신가요? ^^
뽀나스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사진을 올려드릴께요...
훨람퐁역에 기차를 타러 갔더니 옆 플랫폼에 뙁~ 하니 대기하고 있더군요...
럭셔뤼 기차 여행의 정수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저의 오랜 로망이에요...^^
동남아 노선의 경우 싱가폴을 출발하여 말레샤를 거쳐 깐짜나부리까지 가는 루트를 운행하고 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저에게도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를 탈 기회가 있었어요...
아는 분의 소개로 당시 200만원 정도 하던 요금을 50% 할인해주겠다고 했는데
그 100만원이 아까워서 포기하고 말았죠...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답니다...ㅠㅠ
그후로 제게 좌우명이 하나 생겼어요... "여행은 무조건 저지르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