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1 02 방콕(북부터미널(모칫))에서 치앙칸 야간버스 이동(에어무앙러이버스)후기
조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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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1
2014.01.04 00:40
2013년 연말을 맞이하여 민족대이동을 우려한 저는, 평일에 이동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하여 2일 저녁 19:30분에 출발하는 에어무앙러이 버스를 지난 30일, 486바트에 미리 구입하였답니다.
매표원이 영어가 안되셔서ㅠ겨우 좌석지정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죠.
이때까지만해도 치앙칸 메콩강변에서의 멍때림을 상상하며 버스 예약을 완료하였다는 생각에!!!!너무너무너무 뿌듯했어요.
이렇게 순조로울수가!
행복에 겨웠던 전! 표를 구했다는 안도감으로 연말연시를 혼돈의 카오스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카오산 로드에서 불살랐지요 ㅋㅋ
에브리데이 파타이!
에브리데이 마사지!
에브리데이 창!
드디어 2일!
카오산에서 북부터미널로 가는 길 막히는 택시 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고자 내사랑 태사랑을 검색하고 있었죠.
하지만 두두두두두둥!!!!
북부터미널에서 999정부버스를 타면 좀 더 편하다는 요술왕자님의 치앙칸 지역정보 댓글을 그제서야 확인.
뭔가 싸한 느낌이 들면서 999버스 매표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했던 에어무앙러이의 6번 매표소가 떠올랐어요.
(몇번의 클릭질로 블로그에서 얻어낸 정보로만 찾아갔었죠ㅠ)
그치만 뭐, 모로가도 치앙칸만 가면되요 ㅋ
29번 플랫폼에 Bangkok - Muangloei라고 적힌 버스가 들어왔습니다.
2 2 열 2층 버스의 젤 앞쪽 3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시퍼런 아이섀도를 눈두덩이에 쏟아 부으신 안내양 언니가 호떡같이 생긴 빵과 물을 주더라구요. 뭔가 먼지 냄새날것같은 파란담요와 함께..
맞은편 999주황 viP버스는 때깔도 좋고 번쩍번쩍 했지만 뭐 별 다른게 있겠어 하며 정시에 출발했습니다 :) (이때까진 요왕님의 댓글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치앙칸만 가면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돈무앙 공항과 아유타야 이정표를 보면서 까무룩 선잠이 드나 싶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비상등을 켜더니 갓길에 정차.
기사아저씨가 내리시더니 곧 버스차장(?)이 공구통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시동을 껐다 켰다 뭔가 불안함이 엄습......뒷자리의 태국 아저씨가 저의 불안을 달래주고자 말을 거시더라구요 뭐 어디서 왔냐는 둥 자긴 직업이 뭐다, 치앙칸엔 왜가냐 5-6시쯤 치앙칸에 도착할텐데 아마 너 그때되면 뻗을거다 등등. 다행히 30분 후 약간 비정상적인 엔진소리를 내며 다시 출발했어요.
걱정과 달리 버스가 슝슝 잘 달려서안심했죠. 비록 뒤로 젖혀지지 않는 의자라서 척추가 펴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지만요.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이라 멘붕 ㅠ 하지만 4번 창가자리는 조금 젖혀지더라구요)
21:40.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뭐 몇분 뒤에 출발한다는 안내가 없어서 얼른 볼일만 보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표 옆에 15바트 식당이용쿠폰을 여기서 썼어야했는데.. 몰라서 그냥 날려버렸습니다ㅠㅠ
볼일도 봤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안대착용 후 딥슬립에 빠졌지요. 잠결에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긴 했으나 도로사정이 안좋은가 보다하며 다시 꿈 속으로~~~
잠결에 차가 정차하고 한참동안 출발을 안하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기사아저씨가 이젠 헤드렌턴까지 끼고 정비를 하십니다. 한 30여분 씨름하는 것 같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아예 좌석에 앉아서 그냥 멍때리고 계셨어요...
더 신기한건 별 다른 설명이 없는데도 버스 안 승객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았단 거죠. (따로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자기네들끼리는 아마 상황파악이 다 되었던 거 같아요ㅜ 아님 태국 국민들이 원래 느긋하신지? ㅠ)
이때부터 요왕님의 댓글이 생각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편하실거에요 편하실거에요 편하실거에요.......... 성급한 판단으로 999버스 대신 에어므앙러이를 선택한 동행을 맘속으로 원망하면서, 내가 직접 좀 더 알아 봤더라면 억지로 우겨서라도 999버스를 탔을텐데라는 뒤늦은 후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는 중에 뒷자리 태국아저씨가 미안하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해주는데 뭔 브레이크 압축장치가 고장나서 그걸 사러 갔는데 좀 기다리면 된다고..............; 그렇게 1시간 40여분이 흐르고.. 정비를 포기한 건지 결국 새 버스가 오더라구요..
새벽 2:45. 새로 도착한 버스는 1 2 열의 조금 낡은 버스였습니다. 버스를 옮겨타는 그 상황이 뭔가 웃기면서도 허탈하더라구요. 화나지도 않고. 새로 담요를 지급받고 버스는 정말 초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드리프트에 클락션에 급정거, 출발까지 ㅋㅋㅋㅋㅋ
버스의 진동으로 계속 코끝이 간질거리긴 했으나 솔직히... 2 2열 버스보다 좌석이 넓어 안락하더라구요. 의자도 젖혀지고!
그 작은 것에 무한 감사를 느끼며 아 인생사 새옹지마라는걸 실감했습니다.
무사히 다시 치앙칸으로 향하게 되었음을 인식하자마자 단순하게도 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ㅋㅋㅋ
앞서간 여행선배들의 댓글을 다시한번 잘 숙지하자! 블로그보단 역시 태사랑이 진리다!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상모를 돌리고 있더라구요 ^^;;;
태국에서 처음 경험한 장시간 야간버스가
퍼질수도 있고 도착지에 가까워지면 흥겨운 태국 노래를 볼륨 높이 틀어 잠을 깨워준다는 것. 러이를 지나 치앙칸으로 들어오는 길에 내릴 곳을 차장한테 말하면 몇번이고 세워줄 수도 있다는 거.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인터넷 정보에서도 얻을 수 없던 것들이었고 제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전 미리 알 수 없었고 알아 낼 수도 없는 일들이었죠.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일이 자주 있진 않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계획대로, 알아본대로, 남들이 경험한 그대로 착착 진행되지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라는 것도요.
오전 7시 30분. 드디어 안개자욱한 치앙칸에 도착했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웰컴 투 치앙칸 이라고 껴안아주지 않았지만 호기심 가득함으로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눈빛으로 여기 잘 왔어 라고 반겨주었어요.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 뒤를 돌아보니 안갯속으로 버스가 사라졌습니다. 마치 간밤의 꿈 처럼 그 모든 복잡한 상황들과 롤러코스터 같던 제 감정도 함께 사라졌어요.
이렇게 치앙칸에 왔고, 이제 치앙칸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
(모바일 작성이라 사진첨부가 힘드네요ㅠ 나중에 피씨로 보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