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행 미니버스의 불편한 진실...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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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7 13:09
솔로 여행자가 방콕 카오산에서
수완나품(또는 돈무앙) 공항으로 갈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미니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금액만 따진다면 파야타이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타고 가는 게 더 저렴할지 모르지만,
파야타이 역까지 이동해서 공항철도로 갈아타는 수고와 걸리는 시간에 비해
금액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가 않으므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암튼 나도 카오산에서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어김없이 미니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번에 카오산에 머물면서
여러 여행사가 판매하는 미니버스를 살펴보고
이상야릇한 점을 발견했다...
구구절절 글로 옮기는 것보다
아래 사진을 보고 직접 판단해보기 바란다...
무엇이 이상야릇한가를...
발견하셨는가? 무엇이 이상야릇한가를?
분명 같은 내용의 미니버스일텐데
여행사마다 150밧에서 80밧까지...
무려 2배 가까운 요금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내 경험상 카오산에서 공항 가는 미니버스 요금은
태국의 일반적인교통 요금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다...
30분 거리의 롯뚜 요금이 30밧 정도,
2시간 거리는 100밧 정도 하므로
카오산-공항은 50~60밧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올 때는 빈차로 와야 한다는 점과
외국인에게 어김없이 부과되는 태국식 바가지를 생각하면
미니버스 요금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분은 이 글을 읽고
80밧짜리 미니버스를 판매하는 여행사가 어디쯤 있는냐고
내게 물어올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분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뱅기 놓쳐서 방콕에 하룻밤 더 묵는 사태를 각오하고 있느냐고...
꽤 오래 전... 태국여행 초보시절...
그때는 공항 가는 일반 버스(지금은 없어짐)와 미니버스가 있었다...
그런데 미니버스(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가
일반 버스보다 10~20밧 정도 저렴했다...
나는 그 돈 아끼려고 미니버스를 예약했고
시간 맞추어서 집합장소로 갔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미니버스에 내 자리가 없는 것이었다...
여행사가 사람 머릿수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 표를 판 것이었다...
아... 이런 개똥지바뀌! 신발끈! 오마이 졸도 같으니라구!
내가 너무나 황당해 있는데도 여행사 측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환불해줄테니 알아서 공항에 가라!
는 식으로 나왔다...
내가, 무에타이와 태권도 중 어느 게 더 파괴적인 무술인지
한판 겨루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찰라...
태국 여행 고수처럼 보이는 서양 여행자(미니버스 승객)가
예수처럼, 즉 생의 희노애락에 통달한 고행자처럼,
부드러우면서 넉넉한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해 왔다...
"이게 태국이라네... 여행 막바지에 기분 잡치지 말고
내 옆에 낑겨서 조용히 공항으로 가세 그려..."
그러면서 자신의 좌석을 좁혀서 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예수님의 옆자리에 앉아서 공항으로 향했다...
그 사건 이후로 태국을 여행할 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는 절대로 이용하지 않는다...
돈 몇 푼 더 주더라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이용한다...
공항행 미니버스는 물론이고
숙소 및 다른 교통편 예약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돈 몇 푼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