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항공... 이래도 좋은가???
지난 11월 7일(일) 타이항공 TG634편으로 귀국했다.
수화물로 부친 배낭을 인천공항에서 찾고 보니,
배낭 윗부분과 어깨끈이 기름떡이 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버터 같은 게 녹아서 온통 묻어 있는 것이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버터가 얼마나 많이 묻어 있었는지
한참을 닦아내었는데도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잠깐 배낭을 메는 동안
버터가 새어나와 남방 한 벌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들었다.)
수화물 클레임 창구를 찾아가니
인천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이항공 기내에서 생긴 일이 분명한데,
타이항공 담당자가 오더니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보상은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수화물이 파손된 경우는 보상 규정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몇 마디 했다.
“2~3천 원 하는 택배도 보상 규정이 다 있는데
수십만 원 하는 항공권의 보상 규정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제야 담당자는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그럼 제 권한으로 1만원 보상해 드릴게요. 그 이상은 안 됩니다.”
그러더니 양식지 한 장을 내밀며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으란다.
그리고... 1주일 가까이 지난 오늘(11월 13일)까지
타이항공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이번 일로 인해 수십만 원짜리 항공권의
수화물 피해보상 규정이 허술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그 사후 처리방식에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 가까이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공항에서는 내가 항의하니까 주변 눈(다른 승객)을 의식해서
마지못해 최소한의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 상황을 모면하고 나자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라...식의 배짱부리기가 아닌가 싶다.
아마 대다수의 승객들은 이런 일을 당해도
일상에 바쁜 나머지 속으로 분을 삭인 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항공사도 더욱 배짱을 부리는 것이고...
자신의 항공기를 이용했고,
그래서 승객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닌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나는 매년 4~5차례씩 태국을 방문하며
그때마다 꼬박꼬박 타이항공을 이용했고
태사랑에 타이항공 탑승기도 여러 차례 남기기도 했는데,
그처럼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타이항공 팬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정이 완전히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최근에 타이항공이 만든 이상한 규정,
3~6개월 등 유효기간이 터무니없이 긴 항공권만 판매하는,
게다가 성수기에는 6개월짜리만 파는,
(물론 비수기 6개월짜리 요금보다 훨씬 비싼 요금이죠)
그래서 대다수의 승객들이 어쩔 수 없이
더욱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타이항공에 대해
눈길이 곱지 않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확인사살이 된 셈이다.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한국인들 중에서
태국에 3~6개월씩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의 승객들은 1주일 이내이거나
길어도 2주~1개월 정도일 것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이나 선생님들의 경우도
아무리 길어야 2개월 정도이다.
방학기간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3~6개월짜리 항공권만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 권리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겠다는
칼자루를 쥔 자가 부리는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데,
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타이항공에서
이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나는 12월에도 다시 태국 여행을 가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정들었던 타이항공과 헤어지고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려고 하니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지는 건 웬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