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열차 - 남국열차(南國列車)
여행기 게시판에 올려야할지 교통정보에 올려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기차 정보로 판단하여 이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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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두 달간 북부 치앙마이에서 스쿠터 두 대를 구입하여 3000km를 달려 남부 뜨랑까지 내려왔다.
원래 계획은 뜨랑이나 핫야이에서 스쿠터를 중고로 팔고 말레이시아로 내려갈려했지만 계획은 계획일뿐..
서류문제 때문에 치앙마이로 다시 올라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속도로만 타고 미친듯이 1500km를 달려 치앙마이로 가는건 불가능...시간은 없고...
기차에 스쿠터를 싣고 갈수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기차를 타기로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2등 에어컨침대칸을 이용하였고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 이번에도 2등 에어컨침대칸을 이용하려는데 2등칸은 선풍기고 에어컨이고 매진이란다. 와이프와 잠시 상의하고 3등칸 선풍기좌석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네팔에서 16시간동안 탈탈거리는 버스도 타본걸~"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표값-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최종목적지는 북부 치앙마이(Chiang Mai), 출발지는 남부 뜨랑(Trang). 남부노선과 북부노선은 한번에 이어지지 않고 방콕(Bangkok)에서 갈아타야한다.
심지어 북부노선(방콕-치앙마이) 표는 방콕에서
사야한다. 뜨랑에서는 팔지 않는단다. <- 요거는 확인요망!
2등칸 좌석은 가격이 버스보다 싼것으로 유명하다.
한달여 전에 동일구간을 2등 에어컨 침대칸으로 이동하였기에 비교가 가능했다.
뜨랑→방콕 (845km)
2등 에어컨침대칸 1층(Lower bed) 831밧, 2층(upper bed) 761밧
※ 열차마다 같은등급의 좌석표라도 가격차이가 약간 있음.
3등 선풍기 좌석 245밧
245밧!!!
245밧!!!
이 가격을 어찌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인가? 3분의 1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적 장점이 3등칸 선풍기 좌석에 대한 공포심을 잊게 해주었다.)
주간(13:30~18:30)
열차에 탔다. 인도의 General칸의 풍경을 상상하였으나 안심이다.
좀 덥기는 하지만 창문은 활짝열려있고 선풍기도 나름 열심히 돈다.
사람도 꽉차지않아 비어있는 앞좌석에 발을 올리고 간다.
우기가 시작되어서인지 간간히 지역마다 소나기가 내려 시원해진다.
2등칸 에어컨침대칸을 탔을때와는 달리 밖을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역에 멈출때마다 온갖 행상들이 군것질을 날라다준다.
코코넛아이스크림(10밧)이 맛있다.
3등 선풍기좌석객차는 열차의 맨 마지막에 달려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틸다스윈튼의 대사가 떠오른다.
"I belong to the front, you belong to the tail. Know your place, keep your place."
와이프는 더워서 멍한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본다.
"나는 아무 생각이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나는 만족할만하다. 풍경 좋고 미치도록 덥지도 않고~
야간(18:30~22:00)
사람들이 계속 늘어 좌석은 꽉차고 양측입구에는 입석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이 앉았다.
옆좌석의 아들 둘 가진 부부는 역마다 먹을것을 사서 아이들에게 먹인다.
나도 질수없지! 팟카파우무쌉에 계란올린 도시락을 45밧주고 사먹는다.
콜라도 한병 마나님께 허락받고 사먹는다. 배부르다.
배부르니 행복해지고 걱정이 사라진다.
새벽(22:00~05:50)
"사람이 뭐 많이 타봤자지~"라던 나의 생각은 경기도 오산...
양측입구에는 아저씨들이 눕고 복도에 군데군데 할머니들이 앉고 눕고, 그 틈에 서 있는 사람은 좌석팔걸이에 걸터앉고...
아주 꽉꽉찼다.
(다행히 인도기차처럼 좌석 끝에서 시작되는 엉덩이의 침략은 없었다.)
12시가 넘자 엄청난 습기가 엄습한다.
졸다가 무언가 끈적이는 느낌으로 잠에서 깬다.
간혹 모기도 물어댄다.
새벽 3시부터는 10분간격으로 깬다. 시간이 안간다. 고통스럽다. 후회스럽다.
엉덩이가 아파서 일어나 서있어보기도 한다. 얇은 좌석시트쿠션 아래의 나무판이 느껴진다.
졸리고 끈적이고 엉덩이는 아프고...
하지만 모든건 시간이 약이다.
5시반쯤 동이 터온다. 창 밖의 풍경이 멋지다!
결론
좋은 경험이었다. 잊지못할 기차 창밖구경이었고, "싼건 확실히 비지떡이다"를 재확인하는 기회랄까...
3등 선풍기좌석칸 열차, 한 번쯤은 타볼만하다. 단, 주간에 6시간정도 이동하는 거리라면 말이다.
나는 한 번 타 보았으므로 이제 안탈 계획이다. 2배 더내고 에어컨 팡팡나오는데서 누워잘란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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