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나품 공항에서 택시 타고 카오산 가기
원래는 수완나품 공항에 밤 11시 도착 예정이었는데
뱅기가 1시간 연착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입국 수속이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바람에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짐을 찾았다.
예정대로 도착했으면 공항철도+택시로 카오산 이동하려 했는데
자정이 지나면 택시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짐이라곤 딸랑 배낭 하나뿐인데 밴 택시가 배정되었다.
내 또래의 운전사가 "어디 가냐?"고 영어로 묻길래
"타 파아팃!"이라고 했더니 0.5초 동안 똥 먹은 얼굴을 한다.
타 파아팃은 카오산에 있는 파아팃 선착장을 말하는 것이다.
내 단골 숙소 비비하우스2로 가려면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는 람부뜨리 로드보다는
타 파아팃 근처에서 내리는 게 편하다.
대부분의 승객은 "카오산"이나 "람부뜨리"로 가자고 할텐데
"타 파아팃"이라는 다소 현지인스러운 지명을 말하자
운전사는 "얘가 태국 쫌 아네? 바가지 씌우긴 글렀군ㅠ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똥 먹은 표정을 짓지...
택시를 타자마자 다시 한 마디 했다.
"탕두언 타지 마쇼!"
그러자 운전사가 "막히는데..."라고 궁시렁거린다.
그래서 나도 궁시렁거렸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뭐가 막힌다고..."
내 오랜 태국 택시 승차 경험의 결과,
나의 의사를 운전사에게 반영하려면 큰소리보다는 궁시렁거림이 더 효과적이다.
어느 나라든 운전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쎈 편이다.
이방인이 큰소리로 뭐라고 씨부리면 운전사 기분이 좋을리 없다.
내 돈 주고 타면서 운전사 눈치 본다는 것이 쪼깨 거시기 하지만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성질 죽이는 게 좋다. ^^;;
나의 궁시렁거림이 먹혔는지, 운전사는 탕두언을 타지 않았고
길도 전혀 막히지가 않았다.
타 파아팃까지 미터 요금은 27?밧이 나왔고 여기에 공항 차지 50밧과
팁을 포함하여 340밧을 줬다. 350밧 주고 싶었는데 잔돈이 40밧밖에 없었다.ㅠㅠ
만약 탕두언을 이용했으면 통행료가 추가되므로 400밧은 줘야 한다.
운전사가 미터 대신 정액제로 가고 싶어 하면, 택시를 도중에 내리든가
아니면 500밧쯤에 협상을 하면 무난하다.
괜히 택시 요금 때문에 실랑이하다가 여행 망치기 싫다면...
만약 낮에 택시를 탄다면, 탕두언으로 가는 게 좋다.
안 그러면 길이 너무 막혀서 운전사와 승객이 동시에 폭발하는 수가 있다.
아니면 운전사가 승객에게 내리라고 하는
승차 거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