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바트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깐짜나부리행 주말 특별열차
단돈 120바트를 주고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기차여행을 다녀와서 이렇게 정보 및 소감을 올립니다.
제가 태국에 이번에 일곱번째 다녀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귀국했어요. 아... 왜 이렇게 돌아오기 싫던지요. 거기에는 언제나 늘 시끄러운 한국인 대학생 그룹들이 한 몫 했을겁니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단체여행객들은 대개 시끄럽기 마련이죠. 도대체 불교 믿는 태국이나 카톨릭 믿는 필리핀에 왜 선교여행을 가는 것인지 이해는 할 수 없으나... 좀 비행기나 공항에서 남을 배려하도록 합시다.
아무튼....
제가 다녀온 여행코스는 콰이강의 다리 / 깐짜나부리 코스입니다. 일곱 번을 다녀오고도 이번에서야 처음 갔네요. ;;
이 코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까지 깐짜나부리로 이동한 후 하이라이트 부부만 기차를 타는 코스입니다만 저는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전 정말 게으른 사람이거든요! 기차 여행이 지루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터미널까지 가고 버스 타고 다시 기차 타고 하는 과정이 더 신경쓰일 것이 많을 것 같아 그냥 편안하게 기차로 다녀왔습니다. 게으르고 귀찮고 푹 쉬고 싶어 좀티엔의 한적한 리조트까지 포기하고 방콕에서만 11일을 있다 온 저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제가 탄 코스는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특별 관광열차입니다. 평상시에는 통근열차로 쓰이는 열차로 알고 있습니다만 주말에는 이렇게 특별 열차로 운행합니다. 이 열차가 꽤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교통편이 열악한 톤부리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방콕 시내의 활람퐁 역에서 출발합니다.
2. 중간 중간 다른 관광지에 정차하여 자유시간을 줍니다.
3. 왕복 120바트라는 엄청난 요금!!!
4. 더할 나위 없는 교통 연결편.
5. 내국인 위주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배려해주는 시스템.
6. 중간중간 내리는 역 근처에서 사 먹는 맛있는 태국 간식체험.
7. 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
8. 특별 열차이기 때문에 지정석이며 다른 사람들이 중간에 거의 타지도 않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지요.
1. 태국 기차의 특성상 기차 연착은 각오하셔야 합니다. 제 기차는 총 1시간 연착되었습니다.
2. 3등칸 기차의 특성상 에어컨은 없습니다. 그래도 보통 다니는 나무 의자 열차가 아니라 푹신한 쿠션이 있는 열차입니다. 나무 의자로 되어있는 일반 열차를 타셨다가 엉덩이가 작살났다는 분들을 많이 보았으나 이 열차에서는 이럴 일이 었습니다.
3. 같은 길을 왕복하다보니 해가 진 후 돌아오는 길은 매우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을 책 거리 등등을 챙겨오거나 태국 여행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면 위의 모든 장점을 때문에 이 정도
는 얼마든지 감당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열차에 타면 차장 아저씨가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그 날의 일정표가 담긴 종이를 나누어줍니다. 영어와 중국어로 되어있습니다.
이 열차의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면...
06:30 활람퐁 출발
07:40 나컨 빠톰역 정차. 쁘라 빠톰 빠톤 쩨디 관광 :
열차가 정차한 후 10분만 걸어가면 세계 최대의 불탑을 보게 됩니다. 스리랑카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하던데... 꽤 볼만 합니다. 걸어가는 길거리에는 조점상, 편의점, 시장 등등에 먹을 거리가 깔려있으니 저 처럼 무식하게 방콕에서부터 먹을거리를 챙겨가는 일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사 먹었던 찹쌀 도너츠 맛을 잊을 수 없군요!
08:20 나컨 빠톰 출발
09:26 깐짜나부리역에 잠시 정차
09:35 콰이강의 다리 역에 25분간 정차 :
콰이강의 다리를 도보로 다니며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일 들을 해봅니다. 여기에도 먹을 거리가 있습니다. 차가운 냉커피 한 잔!
10:00 콰이강의 다리 역 출발, 죽음의 철로 탐방 후 남똑 싸이욕 노이역 정차. 점심시간 및 자유시간 :
죽음의 철로의 경치가 좋은 것은 이미 다 들어서 아실테이고... 일반 열차는 남똑 역이 종착역인지라 여기에서 싸이욕 노이 폭포까지는 현지의 대중교통편을 타셔야 합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이 열차의 최대 장점이 드러납니다. 이 열차는 남똑 싸이욕 노이 역까지 갑니다. 이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는 이 열차 밖에 없고 역에 내리면 정말 걸어서 1분 거리에 싸이욕 노이 폭포가 나옵니다. 수영복과 수건을 챙겨오세요. 점심 드시고 나서 여기에서 수영 한 번 하시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14:20 남똑 싸이욕 노이 역 출발.
15:53 깐짜나부리역 정차. UN군 묘지 관람 :
사실 UN군 묘지는 들어갈 수 없게 해 좋았습니다. 그냥 밖에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제 열차는 지연되었던 관계로 이 역에 다다랐을 즈음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었습니다. 역 바로 앞에 야시장이 개설될 시간이니 여기에서 저녁거리를 사 가셔서 기차 안에서 드시면 됩니다.
16:53 깐짜나부리역 출발
19:30 활람퐁 도착
기타 여행에 도움이 될 조언을 해 드리자면....
1. 예약 안내 자료에도 그렇고 다른 웹사이트에도 그렇고 이 열차에는 에어컨 2등칸도 있다고 하던데 제가 탈 때에는 에어컨 열차가 없습니다. 출발할 때에는 있었는데 어느새 깐짜나부리에 도착해보니 그 에어컨 차량이 없어져있더군요. 만일 에어컨 열차가 운행된다면 요금은 240바트가 됩니다.
2. 저는 토요일에 이 열차를 탔는데 콰이강 주변의 어느 간이역에서 현지인들이 적당히 하차하더군요. 역 바로 옆이 꽤 유명한 리조트였는데 현지인들은 거기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같은 기차를 타고 방콕으로 온다고 합니다. 따라서 토요일에 출발하면 돌아올 때에는 좀 더 한적한 편입니다. 아마 일요일에 출발하면 갈 때에는 한적하지만 올 때에는 열차가 꽉 찰 것 같습니다.
3. 열차 관광 도중 일정표 이외에 죽음의 철로에 관한 영어 자료를 나누어줍니다. 현지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나와있는 자료를 복사해 주었는데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120바트에서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않았잖습니까?
4. 열차의 좌석은 3등칸 특유의 직각으로 마주보는 자리이지만 어떤 좌석은 서울의 지하철처럼 반대편을 보고 마주보게 되어있습니다. 얼핏 보면 마주보는 자리가 좋을 것 같지만 막상 여기에 앉게 되면 역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고 좌석간 간격이 좁기 때문에 무릎을 맞대고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오히려 지하철형 좌석이 장거리에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이런 의자쪽에는 창문이 좀 작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관광에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5. 예약시 무조건 왼쪽 좌석을 달라고 하십시오. 방콕 출발시 그늘쪽인데다가 올 때에도 그늘 쪽입니다. 게다가 콰이강 경관을 보려면 왼쪽이어야합니다. 무조건 왼쪽!
6. 싸이욕 노이 폭포 밑으로 내려가면 아줌마들이 20바트를 받고 돗자리 세를 줍니다. 여기에서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편하게 앉아서 쉬시다가 수영 잠깐 하시고 몸을 말리신 후 열차에 타시면 되실듯 합니다.
7. 중간중간에 역에 내리실 때에 화장실을 이용하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요금을 역에 따라 3 - 5바트를 받습니다.
올 때에 조금 지겨운 것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이것을 상쇄하고 남을 좋은 일정입니다. 아무 기차역에 가서 예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