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버스 피해 경험담 (평범하지 않은 아이템 도난)
벚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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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03:37
관광객 여러분들께 여행사 버스 이용을 절대절대 비추하고 싶습니다!!
1. 첫번째 여행사 버스에서 생긴 일 (수상시장&로즈가든 투어)
여행사에서 파는 투어의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와 남편은 수상시장과 로즈가든 패키지 데이 투어를 신청했죠. 수상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가이드도 굉장히 좋은 분이셨습니다. 근데 로즈가든을 갈 때 투어가이드가 바뀌면서 다른 미니밴으로 갈아탔고 멤버도 바뀌었습니다. 가이드가 로즈 가든 가기 전에 수공예품 파는 곳으로 데려가더군요. 사지는 않을 거지만 구경도 할겸 그냥 넘어갔습니다. 점심 먹는 곳으로 이동하여 10명의 일행이 대략 7인분의 음식을 먹어야 했으며(중국식 회전부페) 남는 음식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접시가 비워졌을 정도로 음식이 부족했습니다. 모든 일행을 차례로 내려주고 저희가 가장 나중에 내렸는데 로즈가든에 도착하자마자 공연이 시작되는데 가이드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데리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공연은 약 1시간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남편이랑 저는 이왕 입장료를 냈으니 공연 뿐만 아니라 가든도 둘러보고 싶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시간을 더 줄 것을 요구했지만 가이드는 악어쇼를 보는 다른 관광객들이 일찍 끝나고 우리를 기다려야 한다고 무조건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입장하자마자 공연을 보고 가든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목이 마르지 않느냐고 하며 미니밴을 보석을 파는 곳에 데려가더군요. 도착하니 보석상에서 물을 나눠주었고 그리고 그곳에서 30분 정도 머물렀습니다. 저희 남편은 특히 사기에 민감하고 누가 판매를 강요하는 것을 싫어해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고 입구에서 있었습니다. 수공예품 상점에서의 30분과 보석상에서 30분을 합치면 아마 저희가 로즈가든을 제대로 둘러볼 시간이 되었을 것이었습니다. 카오산으로 돌아와 H여행사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그런 일은 원래 흔하지 않다고 하셔서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후에 당할 것에 비하면 이런 일은 아무 것도 아니고 사실 저는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여행사 버스의 폐해를 부각하기 위해 잠깐 언급했습니다.
2. 두 번째 여행사 버스에서 생긴일 (캄보디아 - 뽀이펫 - 카오산 로드 시간 지연)
남편은 카오산에서 출발 및 집결하는 여행사 버스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캄보디아로 넘어갈때 아란 버스터미널에서 1등석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비용은 버스 1인당 198바트 정도였고 아란에서 국경까지 툭툭으로 80바트, 국경에서 캄보디아 시내까지 택시로 $45 였습니다. 아란에서 포이펫까지 4시간 반동안 정말 편하게 수면을 취하면서 갔습니다. 에어컨도 정말 빵빵하게 틀어줘서 추워서 긴팔을 꺼내 입었습니다. 문제는 방콕으로 돌아갈 때인데 남편과 저는 방콕으로 돌아갈 때도 같은 방식으로 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묶은 숙소는 호주인 부부가 하는 숙소였는데 거기서 일하는 직원이 우리에게 여행사 버스를 권하더군요. 저희는 여행사 버스는 절대 안 탄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 직원이 말하기를 자기도 타봤는데 big bus에 에어컨도 잘 나오고 택시비도 아낄 수 있고 숙소에서 바로 간다고 했습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굉장히 쌌습니다. 일인당 15불정도였던 것 같네요. 오전 7시에 출발하면 오후 4시쯤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6~6시간 반이면 가는데 3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 다소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가격면에서 굉장히 이득이 있었고 숙소에서 지내는 내내 그 직원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신뢰를 하고 아마 우리가 타게 될 버스는 현지인 대상으로 하는 그런 V.I.P 버스인 걸로 착각했습니다. 정말 슬프게도 전형적인 여행사 버스였습니다. 픽업한 여행객들을 어느 숙소앞 노천에 몰아넣고 1시간 기다려서 또 다른 미니밴에 올랐습니다. 국경을 통과하고 또 어딘가 무더운 노천 레스토랑에 내려놓고 영수증을 모두 회수하고 번호가 쓰여진 스티커를 주더군요.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처음 한 두시간은 책도 읽고 음료도 마시고 그럭저럭 버텼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2시간이 넘어갔습니다. 국경을 이미 넘은 상태라 남편과 저는 툭툭을 타고 아란으로 가서 버스로 갈 생각이 있었는데 그들이 계속 1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있었습니다. 실제로 드문드문 미니밴이 와서 사람들을 픽업해 갔습니다. 더위에 잘 지치는 우리 남편은 무척 화가 났고 저는 그곳에서 미니밴을 어레인지 하는 남자들한테 가서 따졌습니다. 도대체 언제 방콕에 도착하는 것이고 이 회사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들이 회사 이름이 없다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우스운 것은 레스토랑 아줌마가 이들을 대변하여 저한테 화를 내며 미니밴을 탈 차례가 와야 갈 수 있으니 그냥 무조건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빅버스가 와서 한 번에 데려가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미니밴이라고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4시간 반동안 미니밴으로 방콕에 갈 것이 너무 괴로울 것으로 예상되어 아란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저희가 탑승할 차례가 되어 자포자기하며 오르게 되었습니다. 미니밴 첫번째 칸의 반쪽에 짐을 잔뜩 실어놓았고 저희 부부를 짐 옆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더위에 지칠대로 지치고 둘 다 무기력해져서 빨리 방콕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그냥 짐 옆에 또 다른 짐처럼 앉았습니다. 운전사는 거칠게 운전을 했고 쌓아놓은 짐이 저희 남편 머리에 떨어질 뻔한 적이 무수히 있었고 실제로 한번 떨어져서 다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에어컨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쾌지수는 무척 높았고 그렇게 4시간 반 동안 걸려 도착한 방콕은 밤 9시 였습니다.
3. 세번째 여행사 버스에서 생긴 일 (크라비 - 방콕 도난사고)
크라비에서 치앙마이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려 했으나 예약을 늦게 하는 바람에 크라비 - 방콕 구간 티켓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할 수 없이 대중교통을 모색하는 중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호텔직원이 여행사 버스를 권유했습니다. 남편은 절대 안 타겠다고 버텼는데 크라비에서 방콕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좀 복잡한 것 같아서 별일이야 있겠냐며 제가 그냥 타자고 했습니다. 대신 호텔 직원을 통해 여행사에 전화해서 에어컨 잘 나오는 빅버스인지와 도착시간도 정확히 지켜지는지도 확인시켰습니다. 저희는 버스를 내려서 공항에서 치앙마이 가는 항공을 이용해야 했으므로 이 점도 얘기하고 만약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 발생할 피해에 대한 보상도 얘기했고 여행사로부터 확실히 시간 안에 도착한다는 확답을 받고 남편을 설득해서 버스를 탔습니다. (이런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위였는지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익숙한 미니밴의 픽업과 수랏타니 노천 레스토랑에서의 집결... 1시간 동안 기다림과 반가운 빅버스가 나타났고 저는 빅버스라는 것만해도 큰 안도를 하며 올라탔습니다. 며칠 전에 나이트 버스의 도난 사고에 대한 글을 태사랑에서 읽은 적이 있어서 중요한 소지품은 모두 들고 탔고 남편 suitcase에도 자물쇠를 채워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제 배낭은 커버를 씌웠고요. 우리가 탄 버스는 빅버스이기는 했으나 밤새 화장실 냄새로 승객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소변 악취가 너무 심하여 유럽에서 오신 노부부는 심지어 구토를 하셨습니다. 노신사께서 운전사에게 가서 컴플레인을 하려고 했으나 어디에도 통로가 없다고 버스를 왔다갔다하시며 안절부절하셨습니다. 중간에 주유소에 멈추고 다시 출발했는데 그때 버스 도우미 같이 보이는 남자가 등장했습니다. 이전에는 운전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도우미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죠.(아마 짐칸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됨) 버스가 출발한 후 그 도우미는 승객들이 계속 컴플레인을 하자 변기에 물을 붓고 방향제를 뿌리고는 버스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내릴 때 보니 운전석에 따로 문이 있고 화장실 그리고 짐칸에 다 따로 문이 있어서 안에서 잠그면 승객들은 버스 내부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더군요. 어쨌든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저희 부부는 다른 승객들 내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조금 늦게 하차하게 되었는데 이미 짐을 바닥에 다 꺼내놓은 상태이고 저희 부부가 내려서 바닥에 뒤섞여 있는 짐을 찾는 사이 버스는 이미 떠났습니다. 저는 버스 도난 사고에 대해 익히 들은바 있기 때문에 내리자마자 배낭을 확인했습니다. 커버를 벗기자마자 누가 뒤졌다는 것을 단연 알았습니다. 조이는 부분이 느슨해져있었고 안에 내용물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참고로 세면용품팩/옷팩/속옷및수영복팩/운동화팩/기타용품 이렇게 5개의 팩이라 세기 쉬웠습니다. 근데 4개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귀중품이 었었기 때문에 설마하고 다시 세 보니 4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저의 옷팩을 통째로 들고 간 것입니다. 아무리 귀중품이 없기로서니 남의 옷을 가져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가져간 랩탑,아이폰,아이팟,카메라,남편시계 및 현금 같은 것들에 포커스를 맞춰서 챙겼기 때문에 옷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입고다니던 옷이라 크게 귀중함을 몰랐지만 중고시장에 내다팔면 환산가치가 조금 될 것 같더군요. 그 중에는 남편이 결혼 전에 사준 옷도 있었는데 신혼여행 때도 입었고 남편과의 여행때마다 입고 사진 찍을려고 가져왔는데 아쉽게 되었어요. 씨암파라곤에서 산 옷도 몇 개 있었는데 새 옷이라 더 아쉽고요. 이제는 사진에서만 그 옷들을 볼 수 없게 된 사실이 뭔가 묘하게 아련한 슬픔이 밀려오네요. 어느 중고 시장에서 나를 그리워하며 좌판에 누워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 옷을 입게 될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며 무슨 생각으로 그 옷을 입을까 별의별 생각에 맥 주 한 캔 일단 하나 땄습니다. 밑에 신발도 있었는데 그건 왜 안 가져갔는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내다팔면 돈이 됬을텐데 가져가지 그랬니 그럼 배낭 더 가벼워지고 좋았을텐데요. 지금 치앙마이로 이동했는데 여기는 북부라서 너무너무 추운데 입을 옷이 없어요!! 크라비에서 입고 온 반바지와 반팔이 제게 남은 전부랍니다. 지금 남편 바지 입고 글 쓰고 있답니다ㅎㅎ
사실 한 달동안 남편이랑 여행하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추억들이 많아서 나중에 재밌게 여행후기 남겨야지 했는데 여행사 버스 폐해 글을 제일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먼저,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은 판단으로 저희 남편이랑 제가 좀 예민해서 더 크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을 수도 있어요. 누구나 여행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마련인데 저희는 쾌적하고 시간적으로 좀 효율적인 여행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동시간에 별 구애받지 않으시고 저렴한 비용을 최우선으로 하시는 분들 그리고 약간의 도난의 리스크와 해프닝의 묘미를 즐기시는 분들은 여행사 버스를 타시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는데 웃어 넘기고 잊어 버리는 일이 나머지 여행을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비록 지금 옷이 한 벌도 남아 있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서포트 해주는 남편의 힘이 더 크게 와닿는 걸 느끼네요. 한국 들어가면 즐거운 후기를 많이 남기고 싶네요 실제로 재밌는 일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아무튼 여행하시는 분들이 모두 무사 건강하시길 바랍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