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왓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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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모

앙코르 왓 4

유토피아. 5 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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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프론. 여기는 시작에서 끝까지 나무에서 나무로 끝나는 곳이다.

들어 서자마자 사원은 부셔졌다.

밀림 속에서, 나무로 인하여 파괴되고 나무로 인하여 보전 되는 사원이다.

발굴 당시부터 복원을 더 이상 붕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끝낸자는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그 의견에 나는 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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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 압살라, 그리고 모든 조각은 살아 있다. 그러나 감실 부처님은 몽땅 사라졌다. 철두철미하게 조각된 부조 속에서 철무철미하게 부처님은 지워졌다.

힌두교에서 대승 불교, 대승불교에서 힌두교, 힌두교에서 소승불교로의 역사 이행과정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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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끙.

요 놈이 커서 뭐가 될라나.

저 사원 안쪽에 신당을 차려 놓은 무녀의 딸이다.

원래 대승불교로 세워진 사원이 힌두교로 인하여 불상이 파괴되고, 다시 힌두교가 사라진 건물엔 소승불교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승불교라기 보다 미신으로 전락한 무녀들에 불과하지 싶다.

사원마다 음침하고 내밀한 장소를 골라 출처도 근본도 알수 없는 부처님 앉혀 불단 만들어 향불 피워놓고 슬프거나 고결한 표정을 짓고 시주를 구걸한다.

이미 사원들은 힌두교도 대승불교도 소승불교도 아니다.

사라진 위대한 앙코르 왓의 과정과 흔적만 남아 딍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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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사원, 여기 저기로 뻗어나간 복도, 미로의 중심이다.

창조, 번영과 유지, 파괴의 신들. 브라흐만, 비슈누, 시바. 그리고 삼신의 일체.

창조는 파괴의 지평에서 시작하고, 파괴는 창조의 전제가 없으면 불가피 한 것.

이 것들이 맞물려 순환 반복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이며 역사 아니겠는가.

원래 시간관념이란 원형의 전설 같은 것. 동양사고는 물론 고대 서양 관념 또한 그렇지 않은가.

천년주기 설의 피다 고라스가 그렇고, 니체, 보르헤스..... 천년을 한 바퀴로 도는 거대한 수례바퀴를 상상해 봐라.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누가 확실성을 갖고 직선의 시간만을 고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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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하여 건축한 것이다.

내벽에 수 많은 구멍이 보이지. 그게 보석이 박혔던 자리다.

이 중앙 탑 속에 어머니의 상을 모시고, 빛은 사방 벽에 붙여진 수 많은 보석에 반사되고, 투영되고, 중첩되고, 굴절된 빛에 집중 조명되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빛의 메아리이며, 메아리의 빛, 빛, 빛.

싸이키 델리케이트 라이트니, 빛의 향연이니, 레이더 빔이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거.

그거 다 이렇게 옛날에 써먹어 본 것들이야. 깔지마 짜샤.

우리 나라에도 있지 아마. 석굴암.

신새벽 아침 햇빛이 석굴암 대불 이마 정중앙 보석에 비치면 정면 두 분 부처의 상에 반사되고, 두 분 부처님들께선 이 빛을 되받아 십일면 관음 보살이니 감실 부처니 18 나한상이니 모든 중생을 환하게 비치는 아침 시작되는 거.

그런데 어머니와 그 많은 보석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게 세월이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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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나무다. 또는 무화과.

다른 나무를 끌어 안고 자라는 나무다. 숙주는 죽는다. 죽은 나무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자라는 이 나무의 번식력을 보아라.

이렇게 사원을 파괴하면서 자라고, 커서사원을 보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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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봉나무란 거다. 일명 비단 목화나무.

씨앗을 새가 먹고 사원의 지붕 위에 배설하면 거기서 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해 뿌리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 오는 거다.

일단 땅에 안착하는 날이면 맹열하게 자라는 거다. 이렇게.

밀림으로 사라지는 이 사원은 아이러니 하게도 밀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되고 문명에 재조명 된다.

밀림을 깎아 사원이 세워지는가 하면, 사원이 밀림으로 인하여 사라지고, 그 밀림으로 인하여 다시 발견되는 사원.

물고 물리는 이 맞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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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봐. 하얀건 천사고 까만건 악마다. 천사와 악마는 이렇게 인접되어 있고, 이렇게 꽉 끼어 있는거다.

요는 악마가 없으면 천사가 없고, 천사가 있으면 악마가 있는 거다.

생각하면 우리들 생활 자체가 이런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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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그림 속에서 악어가 살아 나오고, 악어가 그림 속으로 녹아 들어가지.

억지 부리지 말라고.

이게 소설이고 그림이고 음악이고 예술이란 거다.

이런 게 있어야 생활이 풍요로울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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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다고.

이게 바로 피이드 백이다. 되먹임이지.

종의 자식은 종이 되고, 왕후장상의 종자들은 왕후장상이 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같은 것.

카스트 제도란 건 브라만이나 무사 계급등 상위 계급 뿐아니라, 상인이나 평민 수드라 등 하층 계급들까지 자기 계급을 인정한다는 거다.

따라서 그 인정으로 불평등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런 앙코르 왓, 만리장성, 베르사유, 피라밋이 가능했던 거다.

지금은 카스트 같은 거 없다고.

천만에. 있어.

고위직이 하위직 속에서, 블루 칼라가 화이트 칼라 속에서 서먹서먹하고, 남의 나라 들어 선 것만 같은 어색함.

그런게 카스트 비슷한 거야. 이건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유구하게 계속될 거다.

사회개혁이라구.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란 말은 최근에 와서 먹혀 들어가는 말이지 그 당시 한마디로 배라먹을 소리지 뭐.

내 아버님 말씀이 계셨다. 농사꾼의 자식은 농사꾼이여. 선생이나 면서기라도 해야 농사꾼 자식의 세습은 면하는 거다.

그래서 면서기가 되었고 사무관으로 제대를 했다. 그러나 아들 셋은 공무원의 길로 들어 서지 못했으니 우리 가문에 카스트제도란 건 비켜간 모양이다. 이래 저래 재수가 없을라니......

네델란드의 화가 '에셔'의 그림이다.

메비우스의 고리 연작.

기왕에 보던 그림. 하나만 더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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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잘 봐.

하늘은 낮. 아래는 밤이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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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라면서 부처님의 얼굴을 피해 간 거다.

이게 불력(佛力)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이십여년 쯤 전 경주 포석정이 우연의 일치냐. 의도적 인공이냐를 놓고 싸운 적이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바득바득 우겼는데, 다음에 가서 자세히 보니 의도적 인공이 맞아.

그런데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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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이다. 반갑지. 귀국해서 바로 찾아 찍은 거다.

이 깜찍한 명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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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방이다.

여기서 꼭 가슴을 주먹으로 쥐어 박아야 울린다.

그 울림이 얼마나 큰지. 옆에 서 있는 사람도 쿵쿵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죽어도 다른 부위는 안돼. 목소리도 안돼.

타잔 목소리를 내어도 어림 없다. "아아아 아아~."

'데시벨' 그거땜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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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쌓아 올린 걸 잘 보아라. 아래 있는 아치와 다르지. 유사 아치라는 거다.

양쪽 기둥에서 안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여 쌓아 지붕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왜 하필 유사 아치라고 했을까. 아치하고 비슷해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아 기분이 개떡이다. 서양 책을 베끼다 보니 그냥 아치 돌림이 된 걸까.

서양 사람들이 이 걸 보고 뭐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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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치란 게 인류 역사에 장족의 발전을 하게 한 거다. 미술사 건축사에서 몇 페이지를 할애하는 게 아치다. 로마인들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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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순 까오리(태국어로 한국)거다.

경주 불국사 자하문으로 오르는 청운교 백운교 다리 아치다.

어때 야무져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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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새겨진 불상들이 철저히 지워졌다. 자야바르만 7세가 죽고 나서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가 성행한 거다.

종교는 타 종교에 관용을 베푼 역사가 없다. 우리나라도 숭유억불 정책의 일환으로 부서진 부처님이 하나 둘이냐.

믿음.

가이드 말에 의하면 사원의 모든 부조나 건축물의 솜씨가 선대에서 후대로 내려 올수록 발달해야 하는데 퇴보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여주 고달사지 부도 또한 그렇다. 국보 4호로 지정된 고달사지 부도가 오래된 것이고, 원종대사 혜진탑이 훨씬 후대의 것이다.

그런데 후대의 것이 훨씬 못하다. 왜 그럴까.

기술이 딸린 게 아니다. 연장이 시원찮은 건 더욱 아니다.

믿음이 떨어진 거다. 그 철두철미한 믿음이 은근슬쩍 사라지기 시작한 거다. 지겹도록 믿었건만 무슨 보상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게 없으니 느슨해 진거지.

앙코르 왓이 망한 이유 : 자야바르만 7세부터 사원 짓기의 공력은 배가 된다. 백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돌을 깎고 다듬고 돌짐을 날라야 한다. 지겨웠을 거다. 전쟁이 났다. 이겨도 좋고 져도 그만이다. 이 놈의 부역에서 헤어나기만 하면 살 것같은 세상. 망했다. 슬플 것도 없다. 소승불교가 들어와 개인의 영달도 개인의 기도 여하에 따른다니 이 어찌 즐겁지 않으냐.

대개 망하는 게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로마가 그렇고, 카토릭 신교로의 분열이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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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천장 덮개돌이다.

김대성 평생의 역작을 마무리하면서 왜 세동강이 난 덮개 돌을 그냥 사용했을까. 김대성이 올려 놓았던 석공들이 올려 놓았던, 그 무지무지한 부역에서 한시 바삐 풀려나기를 위한 염원이 담긴 것은 아닌지.

후에 김대성 꿈이야기라던가 후삼국의 암시라든가 하는 이야기는 해몽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인간은 종교를 만들고 믿었다. 그리고 과학을 발견하고 과학을 맹종 한다. 종교는 퇴조하고 전체주의 민족주의..... 이념을 믿었다. 그런데 소련이 망하는 날 이념의 푯대가 저절로 쓰러진다.

지금은 나. 나를 믿는다. 개인주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그렇고, 뉴욕 3부작의 폴 오스터가 그렇고, 터키의 오르한 파묵의 최근 소설 '눈' 또한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최근의 지론이다.

다음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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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군데 군데 이렇게 모인 악사들이 연주를 해 돈벌이를 한다.

이 자리에서 일군의 여인네들이 강강수월레를 하듯 돌아가며 신나게 뛰어 노는데 볼만 하다.

중국 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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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사원이다.

사원을 지으면서 몇 번의 벼락을 맞고, 재수 없는 사원, 신이 원치 않는 사원이라며 손을 뗀 곳이다.

앙드레 말로의 '왕도로 가는 길'에서도 나온다. 이걸 보면 말로도 고생 꽤나 한 거다. 소설도 사실에 근거한 흔적이 보인다.

'미완의 사원' 이 사원 앞에서 발거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직도 내게 감상이란 게 조금쯤 남았다는 증거일까.

5 Comments
두둥실 2007.07.20 17:58  
  잘보고 갑니다.
narak 2007.07.20 23:25  
  그 동안 많은 피플들이 여행기를 썼지만 그런 여행기와는 보는 시각이 전혀 틀린.....
그래서 더욱 새롭기만한 이야기들 입니다. 감사합니다.
유토피아. 2007.07.21 08:06  
  고맙습니다. 나락님.
Hoi 2007.07.21 14:41  
  드디어 꼼꼼히 잘 보았습니다. 상업적이긴 하지만 툼레이더랑, 투 브라더스랑 에서 나오는
장소들도 몇몇 보이는것 같아 기분이좋습니다. 언제쯤 본인도 앙코르왓을 방문할수 있을까
계획은 잡아 보지만 앙코르왓은 사전에 공부를 꼼꼼히 해야 할것 같아서 망설여 집니다.
크크 ^^;
유토피아. 2007.07.22 09:18  
  아- 본인께서..
얼렁 갔다 오셔야지. 공부는 뭐.
나락이님 홈피를 좔좔좔 읽고 가시면될 걸. 아니면 출력받아 오며 가며 좔좔좔....
긑꺼정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끝장을 낼 판이거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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