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의 라오스 단상...#3 제발 화 좀 내 보세요
어제 스피드보트로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여 두 일본청년들과 함께 콜드리버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하고 잠시 쉬다 역시 셋이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오니 앞마당에 일본여행자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콜드리버는 일본인 사랑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ㅎㅎ)
서로 인사를 하고 같이 얘기를 하다 보니 내일 꽝시폭포에 갈사람 여기 붙어라...
대충 뭐 이런 분위기가 되어 우리 숙소에 머무는 5사람과 바로 건너편 메리게스트하우스의 2명을 불러 모아 일본인 6명에 나, 이렇게 7명이 (인원이 많아야 교통비가 절약 되므로) 오늘 아침에 가기로 하엿다.
어제 갔다 온 사람들은 콜드리버에 썽태우 예약을 부탁해서 일인당 3만낍에 갔엇다고
하기에 아줌마한테 물어보니 차 한 대당 15$ 이란다.(그당시 환율이 1$ = 9600 낍)
그러면 7명으로 나누면 2$이 조금 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3만낍 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맞서기에 알았다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어디가나 젤 연장자인 내가 요상한 의무감에 사로 잡혀서 먼저 말을 건넨다. ㅠㅠ
[꽝시폭포]
어느 곳은 물에 젖은 시멘트 같은 흙이 보이는걸 보니 밑에 석회질의 땅이 있어
물색이 흐려져서 이렇게 에메랄드빛을 내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음 같아선 저 맑은 쪽빛 물에서 수영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추워서 할 수 없는 게 좀 아쉬웠다. (여름엔 가능)
[꽝시폭포 아래 쪽] 물색이 정말정말 예뻤다
"얘들아,, 어쩌지? " 글쎄요~~
"우리가 직접 길에 나가서 흥정 해 볼까? " 그래 볼까요..
"근데 누가 가지? " 은근히 내게로 오는 시선들. ..
"알았어. 다 따라 나오면 아줌마가 눈치 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니까 둘이 해보자.."
(우띠,,이러다 싸게 하지도 못하고 잘난 척 한단 소리만 듣는 거 아냐.. 속으론 이런
젤 연장자로 보이는 한 남자를 댈꼬 (그래야 31살 ㅎㅎ) 골목을 빠져 나와 썽태우 한 대를 세웠다.
“우리 꽝시 가려는데 얼마에 가여?” 내가 일부러 쬐금 할 줄 아는 태국어로 물어본다.(라오말은 태국말과 비슷한 것도 있고 티비는 전부 태국방송을 봐서 그런지 중심지 쪽에선 태국말이 통용되기도 한다 ) 이 아저씨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얼른 말을 안 한다..
“얼마면 가냐구요~~???" 음,,음,,25$...
"모라구여?? " 음,,음 22$...
"참 나 어이없네.. " <- 요 말을 설마 내가 태국 말로 할리는 없고..ㅋㅋ
"그럼 낍으론 얼마에요 ? " 음,,음,,, 하고 있는데..
콜드리버 쥔장 아저씨가 어딜 가는지 골목길을 나오다 우릴 보더니 자기네 기사도 아닌데 막 뭐라 그런다. 기사 아저씨는 무지 곤란한 표정을 하면서도 얼굴엔 그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콜드리버 쥔장도 나름 좋은 사람임.ㅎㅎ)
말은 모르지만 아마도 얼마 이하론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듯 했다.
기사 아저씨 태도가 돌변 하드니 (그러나 얼굴엔 여전히 미소) 쭈뼛쭈뼛 하면서 갑자기 30만낍을 부른다..
속으론 이 아저씨의 어설픔이 얼마나 웃기는지 웃음이 낫지만 시치미를 때고
그럼 우리는 그렇게는 못한다고 다른 차를 찾는 척 했더니
다시 말을 건다.
일본애와 합심해서 이렇게 계속 흥정을 하다가 17만5천낍 까지 내려갔는데 내 머리 속엔
한 대당 15$ 이라는 말을 들은지라 한번만 더~~ 하고
“그럼,,,, 마지막으로 16만낍이요.." 햇다.
옆에 뻘쭘이 서 있는 일본애 한테 “어쩔까?” 했더니 재미난 듯 웃고 있다.
"전, 뭐 17만5천낍 이라도 상관 없을거 같은데요. 일인당 30만낍보단 싸니까여.." 한다.
훔... 어쩐다.. 뭔가 더 깍으면 내가 나쁜 사람 같은 이분위기는 모지.. ㅜㅜㅜ~~
아저씨~~ 제발 화 좀 내세요.. 그래야 우리가 미안한 마음 없이 더 깍죠...
이 정도면 짜증이 날만도 한데 앞에 아저씨는 이렇게 깍는데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얼굴로우리를 대한다.
"오케이 ..16만낍에 해주께..."
야~~호~~ ...ㅋㅋㅋㅋ( 여행길에선 뭐든 잼나다..)
일본애가 정말 재미있다는 듯 다시 웃는다..
나도 아저씨도 같이 웃는다.
가면서 오면서 볼 때 마다 웃는 아저씨..
이렇게 값을 깍으면 보통은 해주면서도 입이 댓~발 나와 있다든지 퉁명스럽다든지 하는 게 다반사인데 계속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오는 길에 있는 작은 멍족 마을에 사진 찍으라며 잠시 세워 주기도 하고 내가 태국말을 잘 하는 줄 알았는지 뭐라고 설명도 열심히 해준다.
물론 16만낍 이면 (일인당 2만3천 낍) 우리로선 15$ 이상을 지불 한 거라서 사실은
그리 싼것도 아니였지만 애들한테 보고를 하니 전부 손뼉을 치며 좋아 한다.
일인당 2만5천이라도 대만족이 엿을것 이라는 애들 말에
“그럼 정해진 돈을 내고 아저씨가 맘에 들면 팁으로 얼마씩 주는 건 어때?” 하니까
아저씨의 친절함에 다들 팁을 주겟다고 나선다.
여기서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
5천낍이면 우리나라 돈으론 500원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 나라의 물가 감각으로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 겨우 500원 또는 천원인데 하면서 우리네 감각으로 돈을 쓰면 그 곳 사람들에게 엉뚱한 가치관 등등이 생길 것이고.....더 이상 말 안 해도 아시리라 생각 된다.
반대로 우리나라 보다 비싼 나라에서 우리나라 돈으로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겐 작은 돈이라도 무시 할 수가 없다.
[멍족 마을 아이들] 옛날 우리의 앨범을 보는것 같지 안나여?
[멍족 마을에서 파는 민예품들]
내 경우엔 여행을 하면 그 당시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고,
나중에 두고두고 되새겨 지는 일도 있고,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다.
이 아저씨에 대해서는 후자의 경우로, 그때만 해도 라오스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날이라
라오스 사람이 어떤지 별로 알지 못하였을 때여서 였었는지, 그 당시엔 그냥 친절한
아저씨구나 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결국은 마니 깍은 것도 아니면서 손님인 우리가 미안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깍어 대는 우리보다 더 짜증이 났을 텐데도 얼굴 한 번 안 찡그리던 모습...
아저씨,, 그 어설픈 모습과 미소.. 변하지 마세요~~
라오스를 다니면서 그 후에도 이런 착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앞으로 쓸 글들에 나오겠지만)
이토록 빈곤하고 불편한 라오스에 무얼 보러 여행자들이 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엔 라오스보다 더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나라도 많다고 들었다.
앞으로 가 보고 싶은 곳이 그런 곳이다..
나의 利己心, 慾心, 虛榮, 物慾, 잘나지 못 함에도 불구하고 자리 잡은 自慢心,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너무나 모자라는 包容心 등등..
그들이 나를 가르치진 않지만 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곳.
내가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게 어루만져 주는 곳...
그리하여, 내 영혼이 치료 될 수 있는 곳....
@@@ 포인트 정보
*여기도 역시 슬로우보트와 스피드보트 선착장이 다릅니다.
스피드보트 선착장에서 다운타운까지는 걷기엔 힘든 거리여서 같이 배를 탓던 사람들과
같이 썽태우를 가격 흥정해서 탔습니다.
*콜드리버게스트하우스는 칸강 쪽에 있는데 그 골목 안에 숙소가 몇 개가 몰려 있습니다.
가격은 싱글룸이 5$선, 떠블룸이 8$~10$
이곳이 아니면 대부분은 메콩강 쪽에 있더군요.
*여기도 지금 미국달러가 하락 추세여서 낍을 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전은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쉽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