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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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타야 견문록

유토피아. 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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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랏부라나.

조선 탑만 보던 눈에 너무 크다. 장대하다. 그리고 낮 설다. 왜?

석탑만 보던 눈에, 이 전탑(塼塔)이 낮 설 수 밖에. 탑의 재료는 각 나라 장소에 따라 다르다. 얼마든지 쓸수 있는 충분한 재료를 써야 하니까.

중국은 전탑(벽돌로 구워 쌓은), 일본은 목탑, 우리 나라는 석탑이다.

태국도 가장 흔한 흙을 구워 벽탑을 쌓았다.

우리 나라에서 전탑을 볼양이면 여주 신륵사의 벽탑 하나. 안동에 가면 꽤 여러개 볼 수 있다. 목탑은 황룡사지 9층 탑을 비롯하여 홀랑 다 타버리고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이 유일무이한 것이다.

이 탑을 아유타야 첫번째 사진으로 찍는데, 저 위에서 어떤 놈이 친구해서 탑 밑을 들어가 보자고 한다.

잘 봐. 계단 어딘가에 젊은 놈 하나 있다. 안 보이나. 어느 틈에 탑 속으로 들어 갔나. 내 나이가 몇인데 제 친구를 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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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탑에 올라가 내려다 보고 찍은 거다.

꼭 서양까지 가서 콜로세움이니, 카타콤베, 그리스 올림포스가 뭐니, 무슨 폴리스니 로마냐가 어떻구 할 것 없잖아.

어때 그리스 신전이 뭐 그리 대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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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탑에 올라가 친구하자는 놈을 보니 30대야. 직장에 다니는 콘 타인데 이게 생전 처음 온거란다.

저희 나라 문화 유적지를. 나는 세번짼데.

저 밑에 내려가 뭐가 있는 지 보고 싶은데 무서워 같이 가자는 거다. 무지무지 큰 카메라를 들고, 땀 뻘뻘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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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탑 속을 내려 갔다. 거기 사방으로 조잡해 보이는 벽화를 그려 붙여 놓았다. 꽤 오래된 걸 거다. 그러니 이렇게 전기불도 켜 놓았겠지.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별거 아니다. 벽탑 속에 뭐가 있을까. 경전 아니면 부처님, 아니면 사리 몇과.

나는 디지탈 카메라로 꾹꾹 눌러 삽시간에 찍어 버리는데, 지가 무슨 카메라 전문가라구. 시간 질질 끌면서 한 참을 찍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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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타야의 사원들은 철저히 부셔졌다.

이웃 이얀마(버마)와의 전투에서 패전한 흔적이다.

제단위에 시커멓게 버려진 부처님들의 잔해.

무지무지하게 많다. 살육의 전쟁터, 병사들이 죽어 쓰러진 흔적만 같다.

사진이 작아 잘 안보일 거다. 사진에서 안 보이는 사람은 현장가서도 잘 안 보인다. 왜냐구.

관심. 일단 사물은 관심을 갖고 볼일이다. 마음에도 없는 사물이 쉽게 잡힐리 없다.

애정, 아유타야를 연민의 눈으로 보아라. 그러면 잘 보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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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다. 아름답다.

도대체 이런걸 왜 만들었을까. 인간이 믿은 종교. 그 믿음이 얼마나 집요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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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산산이 부셔지고 깨지고, 망가졌다.

노랑 가사를 걸친 대불은 뭐냐. 버마 전쟁 때 부처일까. 아닌 것 같다. 후대에 만들어 진 것 같아. 좌대와 통로가 맞지 않잖아.

대불 맞은 편에 수도 없이 많은 부처님들은 하나 같이 머리가 없어지고 깨어지고 부러지고 부서지고 세월의 앙금 속에 삭아 들고 있다.

잘 안 보인다구. 우측 연단에 일렬로 좌악 앉아 계시잖아. 그게 현장에 가 보면 너무 많은 거다. 수코타이나 아유타야나 절간 구석구석 한 구석 빈자리 없이 꽉 채운게 부처님이시다. 수코타이는 거의 안전하신데, 여기 아유타야는 철저히 머리를 잘라 버린거다.

왜? 수코타이는 동일 민족인 아유타야가 합병한 거고, 아유타야는 버마군이 침략해 들어와 와장창 휩쓸어 버린거다(그런데 이건 순전히 내 의견이다. 검증된 게아니니 주의 요).

그런데 왜 부러지고, 깨지고, 망가진 처참한 선배 부처님들 앞에 후배 불을 앉혀 놓은 심사는 도대체 뭐냐. 누가 누굴 가르치자는 거냐. 위로차 온 거냐..... 마지막 부흥회라도 열자는 심사냐..... 도대체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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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타야에서 이 사진을 못 찍었다.

인터넷에서 뒤져 채워 넣을래도 사진이 없다. 끔찍해 차마 찍지 못했을까. 하는 수 없이 책에서 스캔을 받았다.

일개 국가가 망할려면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져야 옳은거 아냐.

한 번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일국의 왕비가 일본 깡패 새끼들 칼에 맞아 죽고, 거기다 시간(屍奸)까지 당해 남 몰래 불태워진...

왕족들이나 집권자들 모두 나와 배 쫙 째고 목아지 뎅겅 잘라 피 철철 흘리는 처절한 싸움 한 번 이라도 했어야 옳지 않겠느냐.

구질 구질하게 나라 말아 먹었으면 솔직히 각자 자아 반성하고 목매달아 죽거나 피를 토하고 죽거나 뭔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한 낱 이완용만 나쁘다 나쁘다 앙살만 떨고 앉아서......

이거 내 말이 아니다. 최인훈의 소설 '총독의 소리'에 나오는 소리다. 아직 안 읽었다구. 조선의 남아라면 꼭 읽어야 되는 필독서다. 읽는 길에 그의 '서유기'라는 책이 있다. 좀 어려운 책이다. 삼장법사니 손오공이니 저팔계가 나오는 게 아니다. 조선 근대사에 흐르는 젊은 피가 맥맥히 흐르는 책이다.

읽고 한 번 쯤은 민족에 관해 생각해 보자. 엉엉 울어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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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뜨겁다. 방콕에서 견디던 생각하고 모자 하나 뎅겅 쓰고 왔다가 코피 터지게 혼나고 있다.

이 놈의 해가 어떻게 생겼길래.

어때 그냥 사진으로 보아도 활활 타지.

이 사진 찍으면서 혹시 카메라가 타 버리는 거 아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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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하늘이라는 거다. 언젠가 한국문인협회에서 여행을 갈 때 어느 덜 떨어진 시인이 나와 자기는 날마다 하늘을 찍는대나.

여류 작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듣는 거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찍으면, 찍어서, 어쩌자는 거여. 그 똑같은 파란 사진찍어서....

하여튼 그 때 생각이 나서 한 방 찍어 본거다.

이건 순 태국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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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아유타야 대표작 쯤 되는지.

이 여행하는 기간이 수쿰빗에서 태국어 공부를 하던 때다. 아유타야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니 화랑세 푸잉 나끄리안(프랑스 여학생)이 이 사진 먼저 찾는 거다.

부처님 머리에 집중해 균형을 잡아서 올리는 게 예의인데 그냥 올렸다.

나무는 기생나무다(앙코르 왓에서 가이드 한테 들은 말이니 신빙성은 나도 모른다. 하여튼 앙코르 왓에 이런 나무가 많다).

다른 나무를 휘감고 자라는 나무다. 종자가 사원 지붕에 떨어져서 싹이 트고 자라다 벽을 타고 내리고, 다른 나무를 휘감아 자라다가 뿌리가 땅에 닿아 뻗으면서 사원을 파괴하고 파괴되는 사원의 벽체를 지탱해 주고..... 하여튼 그렇게 그렇게.

중들이나 믿는 이들은 이걸 보면 기적이니, 신령이 어쩌구 저쩌구..........

내가 보기엔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데.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연의 일치를 아전인수의 대장간에서 두들겨 맞추는지를 신물이 나도록 보아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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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가사를 걸친 부처님은 앞에 버려진 무수한 선배 부처님들의 시신을 바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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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아랫배 윗 쪽은 사라졌다. 부처님의 하반신, 다리와 허리 그리고 엉덩이만 남았다. 이 무릎에 잠시 앉아 쉴 요량으로 머뭇 거리다, 관리인이 쫓아와 호각 빽빽 부는 통에 혼만 났다.

이 허리 잘려진 부처님 내부는 벽돌이다. 그러니까 이 태국 부처님들은 하나같이 벽돌로 만든 거다. 거대한 와불이니, 근엄한 미륵 보살이니......... 하여튼 벽돌이시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필요도 없었으며, 어거지 추측 조차도 해본 일이 없는 걸 우연히 알게 된거다.

벽돌 부처시라. 그러면 전불(塼佛).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이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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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도 이 처럼 철저히 망해야 하느니.

철저히 망하는 미학을 배워라.

신나게 피터지게 싸워서 망했다면 그 후예들인 우리들이 덜 억울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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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잘려 나갔고 세월의 모진 풍파 속에서 사위어 가는 이 부처님에게 가사를 씌울줄 아는 그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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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그날 한국 사람 단 한명도 못 봤다.

일본인들이 떼를 지어 왔다가 휘 돌아치고 떠 났고, 이렇게 화랑(서양 사람들의 태국어)들만 역사의 흔적들을 들춰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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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로까야 수타의 대불상이다.

가끔 태국 학생들이 대절 버스로 떼로 와서 꽃 예물 드리고 기도하고, 사진 찍고, 와르르 떠나가면 텅텅 빈공간에서 그 뜨거운 햇빛 맞으시며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으시고 꼼지락거리지도 않으시며 부처님 잘도 주무신다.
이 노랑 가사를 씌운다는 것만해도 불교에 관한한 참으로 지극 정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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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 사진 와불 뒷 쪽의 사원터다. 중앙 탑과 와불만 남기고 터만 남았다. 이 붉은 벽돌 층계로 이루어진 절터. 이 붉은 벽돌만으로도 나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느니.

여기 뜨거운 세월이 한 없이 하염없이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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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절터 앞에서 나무 조각품 파는 '콘 카이(장사치)'다.

이 여자가 등 긁개에 니스 칠하는 걸 보고, 나는 여류 화가나 조각가 쯤으로 착가하고 반해 버린 거다. 인물 반반하고 이야기 시원 시원하게 떠들어 댈 줄 아는 이 여자에게 잠깐 정신 빼앗겼다해서 잘 못될 일은 없을 거다.

등 긁개 흥정하는 데, 내 피셋(특별히) 해서리 5밧 깍아 주는 거란다. 그 놈의 '피셋'이란 말이 어제 막 배운 말이라 얼마나 반가운지 덮어 놓고 10개를 사 버렸다.

이 사진, 자기 딸 앞에서 찍는데 딸 한테 미안한지 한참 딸 어르는 척 재롱 떠는 척 수선 피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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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의 피는 연꽃이다.

우리 나라 같으면 시인 묵객들이 구름처럼 몰려 올거다.

별 볼일 없는 시 한 줄, 수필 한 편 긁적여 보자는 그 슬픈 심사를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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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 놈의 자전거로 고생 무지무지 했다.

30여년 만에 타는 거라 자전거 바퀴가 제 멋대로 굴러가고, 여긴 별나게스리 자동차 좌측 통행이라 헷갈리기만 하는데, 혹여 수천만리 타국 땅에서 객사나 하는 건 아닌지 불안불안해서리.....

거기다 자전거 대여점을 잃어 버렸으니 막막하기만 한 거다. 전화번호라도 적어 놓을 걸.

이거 내 나라도 아니고, 주인 자식이 내 여권 번호를 적어 놨으니 버리고 냅대 튈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찾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 나라 사람들이 왜이리 친절하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지 모를 일이다.

생각다 생각다 찾아간 게 모터싸이 모여 있는 곳인데, 거기가서 이 거 빌린 곳을 못 찾겠다니 아주 쉽게 가르쳐 주는 거다.

나같으면 "고 새끼 쌤통이다" 할 텐데.

하여튼 되게 고마웠다.

온 몸 땀으로 홀딱 젖었다.

7 Comments
유토피아. 2007.07.01 19:40  
  별일이네.
연습으로 쓴 수코타이는 댓글이 수두룩 하더니, 훤씬 더 잘쓰느라고  쓴 아유타야는 별 볼일 없는 이유가 뭘까.
에라 캄보디아 - 앙코르 왓은 접어야 할까보다. 
narak 2007.07.01 21:51  
  유토피아님....
글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기도 기대만빵입니다요.
유토피아. 2007.07.01 22:14  
  narak님 칭찬이라면 믿습니다.
앙코르 왓 때문시리. 앙드레 말로의 '왕도로 가는 길'을 열나게 읽는 중입니다.
narak 2007.07.02 14:06  
  "열라게"......아주 정겨운 표현이시며 너무 좋습니다.ㅋㅋㅋㅋㅋ
동차이 2007.07.02 15:13  
  열나게 읽으시면 오늘쯤은 다 읽으셨겠군요. ㅎㅎㅎ
유토피아. 2007.07.02 19:26  
  방장님 앙코르 왓은 그렇게 쉽게 써지는 게 아닙니다. 내 평생 쌓아 올린 지적 능력을 총동원해도 1/10을 표현할까 말깝니다. 내 여태 까지 본 것 중에 로마가 최고라 했는데 천만에 말씀입니다. 서양 놈들이 이걸 보고 끽소리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락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락님.
narak 2007.07.03 02:49  
  글쎄요....전들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단지 기억나는 것은 당시 글질이 상당히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
해서, 유토피아님의 글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유토피아님...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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