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延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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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延長

유토피아. 10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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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넉 달 만에 다시 돌아 왔습니다.

넉 달 만에 내 나라 내 마을 거리를 걷습니다.

도로나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가로수이나 석양으로 새빨개지는 서쪽 하늘이나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개천이나 겨우 넉 달 사이에 달라진 게 있다면 얼마나 달라졌겠습니까.

그런데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가로질러 동창생이 지나가는 것입니다.

반가워 악수를 청하려니 동창생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것입니다.

늙어서 그렇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 틈에 허리며 다리며 팔이며 모두 아버지의 그것들로 변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 때, 놀라서 그랬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백색 스크린 속 그림자로 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세상 풍경이 환해지고 거기 늙은 친구들의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 누이들이 서성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골목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길모퉁이에 주저앉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가 막힌 것은 나도 어느 틈에 아버지가 되어 망연자실 거기 서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소설 한 토막 정도겠지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아아, 나는 어느 틈에 나는 사라졌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근심스럽게 거울 속에서 나를 내다보고 계십니다.

10 Comments
Hoi 2007.09.12 11:55  
  ^^ 한문이에요. 뒤에 장은 읽겠는데 그 전 단어는 모르겠네요 ㅡㅡ;
잘 지내시죠? ^^
브랜든_Talog 2007.09.12 15:32  
  아버지의 연장... (행님들 쓰시는 연장 아님다 ㅡㅡ^)
한국 가셔서 좋으시겠네요! 맛있는게 많이 드시고 오세요!
유토피아. 2007.09.12 19:31  
  호이님 브랜든 다로그님 관심주셔거 감사합니다. 延(끌 연), 長(긴 장), 길게 끌어 늘인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그 소설에서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너는 나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라고 묻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지요. 그 말이 몇달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데 나는 태국 체질인지 별로 그래요. 안뇽.... 
흰곰 2007.09.12 20:42  
  음...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는 얘기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narak 2007.09.13 02:28  
  개인적으로 유토피아님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저를 포함해서 우리 방방모 친구들에 포위가 되셔서 동차이와 같이 건배하면서 즐거워 하시던 모습입니다. 특히나, 그날은 처음 뵙던 유토피아님이 나락이 앞자리에 앉아 계심에 겁나 쫄았다는.ㅋㅋㅋㅋㅋ

The Rock이 대박이 나서 밖에서 기다리던 날.....기억하시는지요?

처음 유토피아님 뵙던 날 2차로 갔던 "몽"에서의 그 그림.....
죄송한 표현이지만 나락이는 오래도록 기억속에 그리고 싶은 그림입니다.
그날 나락이는 동차이가 너무너무 부러웠답니다.ㅋㅋㅋㅋ.

아시졈!!!!ㅋㅋㅋㅋ
유토피아. 2007.09.13 06:24  
  고맙습니다. 나락님.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소주 한 잔 때립시다. 알럽!!!
홍익여행사 2007.09.13 16:09  
  어려서 아버지의 어떤 모습이 싫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보니 아버지의 그 모습이 현재의 어떤 순간의 제모습이란걸 느낄때의 그 느낌...
그래서 아들은 나이먹고 아버지를 이해하나 봅니다.

얼렁 나오세요.
다 같이 한잔하셔야죠^^
산타크로스 2007.09.13 22:06  
  저도 개인적으로 동차이님이 무지 부럽습니다.
개인적으로 방방모는 한번도 나간적 없지만, 집사람이 한번 나간적은 있다는데
캠보디아 기행문을 맛깔스럽게 써주신 유토피아님이 어떤분인지
정말 한번 뵙고 싶었는데(사진으로만 뵈었습니다)한국으로 가셨군요.
저는 지난주에 장모님이 별세하셔서 서울갔다가 오늘 다시 들어왔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말 한번 뵙고 소주라도 접대하고 싶습니다.
유토피아님 연세에 "알럽"이라는 단어를 쓰시는데에 여간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젊게 사시는게 넘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인태산 2007.09.14 12:13  
  유토피아님 좋은여행 하시고 돌아 오셨군요..
한번 뵙기를 기대 합니다...
유토피아. 2007.09.14 23:42  
  희곰님, 홍익여행사님, 산타클로스님, 인태산님 모두 고맙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독하게 소주 한잔 부딪힙시다.
방방모 여러분 모두 알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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