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코타이 여행기 2

홈 > 소모임 > 방방모
방방모

수코타이 여행기 2

유토피아. 1 754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5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OC5qcGc=&filename=8.jpg

왓 프라파이 르앙

저 거대한 탑 속에 무엇이 있을까. 음침한 그 속에 촛농과 예불 드리던 쓰레기가 모여 있다. 그리고 텅 비었다. 가끔 부처님이 계신 곳도 있긴 있다.

처음 텅 빈 탑을 보았을 때의 인간들의 기분 어땠을까. 원래 인간사 다 그런 거 아닌가. 꽉 차던가 텅 비던가.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5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OS5qcGc=&filename=9.jpg


이 탑을 보고 피라밋을 연상시키면 오산이다.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부근의 지구라이트를 생각해도 오산이다. 순 수코타이식 벽돌로 쌓아올린 거대한 탑이 세월의 중력을 이기지 못해 부서지고 있는 중이다. 좌측 하늘에 뜬 것은 독수리가 아니다. 비둘기 한 마리다.

축소하거나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탑 주변으로 하염없이 부서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부처님이시다. 머리가 없어지고 팔다리가 사라지고 몸통이 사라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부처님 자리는 텅 비거나 비둘기 시체가 널부러져 있을 수도 있다. 이게 세월의 흔적이고 역사의 뒤안길이란 걸 거다.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xMC5ibG9nLmRhdW0ubmV0Oi9JTUFHRS8wLzEzLmpwZw==&filename=13.jpg

로마 베드로 성당에서 남들이 하는 식대로 베드로 청동 발등에 손을 얻고 기도해 본적이 있다.

그 청동 발등에 얻은 손들이 무릇 기하라 2/3는 닳아 없어졌었다. 지금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런데 여기 부처님은 통채로 사라지고 단정하신 부처님의 발 한 쌍만 남았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워라.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xMC5ibG9nLmRhdW0ubmV0Oi9JTUFHRS8wLzE0LmpwZy50aHVtYg==&filename=14.jpg

종 모양의 탑을 일군의 코끼리 떼가 떠받치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가면 신륵사가 있고 신륵사 뒷산에 나옹대사의 석종이 있다. 그걸 처음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 웅장함에 놀랐고, 하여튼 그 석종에 꽤 심취했었다. 그리고 몇 십 년 후 전라도 경상도 여러 절간에서 종 모양의 석탑들을 꽤 많이 봤다. 그리고 오늘 태국 수코타이에서 거대한 종탑을 본다. 수코타이의 역사 고려 말 문익점 할아버지 목화씨 중국에서 슬쩍 해오시던 시절, 삼별초 난이 있고, 그리고, 그리고… 나옹대사가 고려 말 개혁 정치를 하려다 이성계 신진 세력들로 인하여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시다 여주 신륵사에서 입적하시고…. 그렇게 생긴 종탑이다. 그 종탑이 스리랑카 소승 불교에서…. 그렇게 수코타이에 안착한 종탑이다. 그러니까 종탑이 성행하던 시기는 딱 맞아 떨어지는 거다.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y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MuanBnLnRodW1i&filename=23.jpg
역사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지붕과 벽체는 무너졌다. 기둥과 석가여래 부처님. 기둥은 내 보기에 화산석이지 싶다. 구멍 숭숭 뚫린, 그래서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돌이 좀이 먹었다고, 불길하다고, 그래서 승승장구하던 기개가 꺾이던 그런 돌(철원지방에서 꽤 많이 볼 수 있다)을 둥굴게 깍아 층층히 세멘트로 쌓아 올린 것이다. 부처님은 벽돌로 쌓아 만든 벽불(壁佛)이랄까. 우리나라 석불이나 소불에 비해 워낙 커서 어디 비교가 돼야지. 가끔 속리사나 강원도 동해안 해월선사… 를 떠올리며 억지를 부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y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QuanBnLnRodW1i&filename=24.jpg

우리나라 경주쯤에 무영탑이 있던가. 이건 수코타이 유영탑 이다. 수코타이 모든 절집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장방형의 벽돌 울타리를 치고, 그 밖으로 정확하게 일정한 간격, 깊이로 호수를 팠다. 이런 형태는 서양 쪽인데, 고대 서양 영화에서…. 철가면이든가, 태양왕이던가, 삼총사, 몬테그리토 백작이라던가 그런 곳에서나 볼 수 있던 건데. 성벽을 쌓고, 둘레를 깊은 강물로 둘러쳐 철옹성을 짓던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고….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z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TkuanBnLnRodW1i&filename=19.jpg

거대한 탑을 쌓고 주변에 수많은 부처님이 중첩되어 모셔졌고 그 아래 헤일 수 없이 많은 스님들이 합장한 채 일렬로 목하 탑돌이를 하는 중이시다.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z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AuanBnLnRodW1i&filename=20.jpg

이 부처님은 산책 중이실까, 불계을 찾아 장거리 여행 중이실까.

이 걷는 모습의 부자연스러움. 곰부리치의 서양미술사 초입에 그리스 로마 미술을 논하면서 초기 에집트 미술을 논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그림과 어쩜 이리 흡사할까. 사람은 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아는 대로 그린다. ‘상체는 정면, 다리는 옆면…’ 사람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 걷는 부처님이 그렇지 않은가.

이쯤에서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에서의 말을 다시 음미한다. ‘진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폭발한다. 그것을 천재들만 감지해 형상화 하는 것이다.’ 그 머나먼 과거 누가 서양에서 동양에서 그 먼 거리를 찾아 가르쳐 주고 배웠던 것은 아니다. 그 시대 하늘 높은 곳에서 폭발하는 지식을 동서양 천재들이 잽싸게 느끼고 배우고 그려서 나타낸 것들이다.

이 태국에서 나는 혼돈 한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동양 쪽은 당연하다고 치자. 그런데 가끔 아프리카 미술과 간다라 미술, 서양, 그리스 로마 미술이 언듯 언듯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내가 잘못 본건지.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0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IuanBnLnRodW1i&filename=22.jpg

탑신의 가장 높은 자리다. 제디. 사면으로 부처님의 출생과 깨달음과 첫 번째 강론과 멸하심을 새겨 놓은 것이라 하여 그 멀고도 먼 한 바퀴를 돌면서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부처님 포즈는 한 결 같이 같았다. 내가 책을 잘못 읽었나. 부처님께서 “너 혼 나봐라.” 뜨거운 열기에 기압을 주시는 건 아닌지.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0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MuanBnLnRodW1i&filename=23.jpg

이 수코타이 히스토리칼 파크 안에 수많은 절집들과 그 절집들 가장자리를 해자로 파 놓은 호수는 절경이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에 파놓은 호수를 보고 기함을 한 적이 있다. 누구의 손을 빌려 그 큰 호수를 만들었겠냐고. 여기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호수를 파고 그 흙으로 벽돌을 굽고 벽돌로 울타리를 치고 절집 짓고, 탑을 쌓고, 부처님을 만들고…. 끗발 없는 중생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프기는 매일반이지 싶다

download.blog?fhandle=MDRXYnhAZnM1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UuanBnLnRodW1i&filename=25.jpg

그 호수에 이런 메기 비슷한 물고기가 지천이란다. 그게 절 집 생선이란다. 닭도 꽤 돌아다니는데 절 집 닭이라는 걸 보면 이 중님들께서 육식을 좋아 하시는지. 아니면 영리를 목적으로?


1 Comments
유토피아. 2007.07.01 19:44  
  진짜 수코타이 진수는 여기 들었는데, 건너 뛰는 이유는 뭘까.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