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왓 2
반띠아이 스레이. 아름다운 사원이다.
붉은 사암과 홍토로 건축된 사원이다.
붉은 사암. 로마 여행을 갔을 때, 거기 오빌리스크란 게 있었다.
어딘가 광장에 세워진 사각형 기다란 기둥 하나.
에집트 거다. 스핑크스나 피라밋, 아브심벨 같은 신전 앞에서 세워진 공덕비다.
너무 아름다워 강제로 빼앗아 온거다(최근에 다시 돌려준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이 바로 붉은 사암이었고 분홍색 자태가 그렇게 아름 다울 수 없었다.
그런 사암으로 만든 사원이다. 어때 아름답지.
홍토란 건 좌측 기둥이 보이지.
5개의 붉은 토막으로 세워진 기둥. 그게 홍토로 만든 거다. 이 홍토가 없었다면 앙코르 왓을 건설할 수가 없었을 거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맞는 말이다. 땅 속에 있을 땐,빨간 진흙이다. 일정한 형태, 벽돌로 만들어 햇볕에 말리는 날이면 세멘트 보다도 더 강한 강도의 돌덩어리가 되는 거다.
이 홍토가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태국을 비롯한 동남 시아에 산재해 있다고 한다.
수코타이 아유타야 여행을 갔을 때 나는 이걸 우리나라 화산석 같은 걸로 안거다.
구멍이 숭숭 뚫려 좀먹은 돌같은 거. 철원 땅에 가면 지천으로 볼 수 있는 거. 그런데 그게 아니다.
홍토의 영어 명은 라테라이트, 철분 함유량이 많다고 한다. 산화 철 때문에 붉은 건가. 모르겠다.
이 세밀한 박공의 공예 솜씨를 보아라.
양각 조각을 그냥 아무렇게나 판 게 아니다. 지극 정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사 첫머리 부근에 나오는 도리아식,이오니아 식, 코린트식에 기죽을 필욕 없어. 여기 있잖아. 여기.
잘 봐. 양쪽으로 여신상이 보이지. 아래 그림을 보고 또 다시 볼 것.
심미안을 가진 프랑스 소설가 '드레 말로'가 훔쳐 갔다가 붙들려 빼앗기고, 여기 다시 복원된 거다.
그리고 말로는 그 때 경험을 소재로 '왕도로 가는 길'을 써서 유명해 지고 문화부 장관까지 오른다.
말로의 대표작은 '인간 조건'이다. 읽은 지 하도 오래 돼, 가물가물하다. 전체주의, 공산주의, 정의파 쪽에 속하는 이념 같은 거.
우리 나라쪽으론 선우 휘 쯤 될라나.
왕도로 가는 길은, 이 걸 보고 귀국해서 읽었다.
도입부가 읽기가 조금 힘들어서 그렇지 몇 페이지 나가면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이다.
솔직하게 표현은 안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미개인들이 버려둔 예술품 슬쩍 가저온다고 죄될 게 있느냐는 말씀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밀림 속에 방치돼 세월 속에 묻혀진 것.
그 거 하나 가져다 문명권에서 재 조명해 보는 것 또한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냐. 어때, 그럴싸 하잖아.
말로는 이 책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투쟁을 그린다. 문명을 지우려는 밀림 - 자연과 투쟁하는 인간 역정, 서머 셋 모엄이라면 '인간의 굴레.' 까뮤라면 '시집프의 신화' 같은 것. 니체라면 초인 같은 것이랄까.
말로의 사상 같은 것이 전세대를 좌지 우지하던 전체주의 또는 국가주의같은 게 아닐까.
언젠가 서기관 출신 친구가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었다며 이야기를 하는데, 헤밍웨이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 아무리 바둥바둥 평생 악을 써가며 살아 봤자 생선 뼈다귀 같은 거 하나 건지는 거에 불과하다는 얘기 아냐.
뭐 중뿔나게 인간 승리니 어쩌구 떠드는데.....
그말이 맞는 거 같아 찍 소리도 못했다.
앙코르 왓에서 가짜 창문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게 가짜 문이란 거다. 요는 장식 문이다.
이 게 그렇게 장황하게 떠들었던 해자다. 에누리 없이 연못을 사각형으로 파 놓았다.
여기까지 오다보면 가이드로 부터 '좌우대칭, 좌우대칭'의 미(美)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앙코르 왓 일대의 모든 사원의 미는 좌우대칭의 중복이다.
이 좌우대칭의 미에 가장 미친 사람이 아마 루이 14세일 거다.
어때 미에 관한한 동서고금이 따로 없지.
여기서 더 들어가면 2분법이 나오고, 데칼트를 들먹여야 하는데....
너무 현학적이라구.
그럼 말고.
경주의 불국사도 이런 회랑을 둘러 쳐졌잖아. 모르겠다구. 관심을 가지고 잘 봐. 그러면 보여.
이쯤에서 우리 나라 쪽을 좀 보고 가자.
'한국인의 미소', 또는 '백제의 미소'라고 하는 '서산 마애 석불'이다.
뭐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 - 캄보디아 미소에 비해 왜소하다고.
그런건 여기서 따지는 게 아냐.
왜정 때, 이 석불을 떼어 갈려다 돌이 약해 그대 둔 거다.
그 흔적이 좌측 상단에 보인다.
이 석불 상하좌우로 전등불을 이동해 보면 부처님의 표정이 기가막히게 변하는 거다.
그래서 매 시간마다 변하는 표정에 넋을 잃는 거다. 가장 아름다운 건 석양.
아마 이 반띠아이 스레이도 석양이 가장 아름다울거다.
빛의 예술. 이 빛에 관해 미친 화가들이 있지. 모네, 마네, 세잔느. 일군의 인상파 화가들. 그리고 미술은 색채와 형태로 분리되어 추상화니....
간딘스키, 피카소, 달리, 에곤 실레........ 이렇게 계속 파고 들면 '미학'이란 철학 근처를 파고 들게 된다.
이건 페허로 변해 버린 불국사다. 구 한말의 사진이다. 이런 걸 복원한 거다.
석굴암도 산사태로 흙속에 묻혀, 잊혀진 걸 파 내 복원한 거다.
어때, 아픈 과거를 들 쑤셔거 기분 나쁘다고.
더 기막힌 건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화 했던 나라들이 식민지 국가였든 나라들 보고 자기들이 근대화 시켜 주었다고 박박 우기는 거다.
더더욱 기분 나쁜 건 해방된 후 몇년도 안돼, 국민들 정서가 "차라리 왜 놈들 밑에 살던 때가 더 좋았다"라는 거다. 최인훈 '서유기' 에 나오는 소리고 권태준 '한국의 세기 뛰어 넘기'에 나오는 말이다.
카메라 사진으로 실패할 것 같아 현지에서 이런 사진 엽서를 잘 산다. 열장에 원 달라.
관광지에서 가장 잘 찍은 사진이 이 사진 엽서다. 전문가들이 포토 포인트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니까.
이 것도 내 말이 아냐.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의 말이다.
앞에 보이는 게 흰소(그냥 소)고, 저 멀리 보이는 게 검은 소(물소)다.
캄보디아라고 깔보지 마. 우리 나라보다 커. 그리고 환경조건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 돼
얘네덜 학교 갔다 오시는 중이다.
조 콩톨만한 것도 나끄리안인가.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녀.
이 소로 밭 갈고 논 갈고 그렇게 먹고 사는 건데.
이게 우리들 아픈 과거와 일맥 상통하는 거다.
내가 저랬어. 틀린건 재가 여자고 내가 남자란 차이 뿐이지.
도로 가에 폭탄이 보이지. 지뢰 전시장이다.
혹시 앞에 가는 분 아는 사람 아녀.
"순이 아빠 담배 하나만…." 아직 못 끊었나(건강 하시죠 ^^).
이 지뢰로 팔 다리 짤린 사람이 예상외로 많은 거다.
비자 크리어를 하러 갔다 국경에서 만난 사람이 태어 날 때 부터 기형안줄 알았어.
옆에 사람이 지뢰 피해자래. 크메르 도처에 지뢰 피해자들이 거지가 되어 길거리에 나 앉았다.
실은 우리나라도 그 범주 안에 들어. 휴전선을 비롯한 매몰된 지뢰가 무릇 기하일 거다.
이 지뢰 박물관 만든 사람이 지뢰를 설치하던 사람이고 자기의 과오를 뉘우치면서 만든 거다.
의외로 세계각국의 호응이 좋아 일로 번창해,옆에 건물을 또 짓는다. 이런게 바로 엔지오들이 하는 일이다.
시엠립 시가지다. 아침이면,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리어카, 뚝뚝이.....
정신 하나 못 차린다.
무지무지한 관광객이 들어 오는 곳인데 아직도 상하수도가 설치되지 않았다. 비만 왔다하면 물 난리다.
도대체 정부관리들은 뭐하는 거여. 관광수입을 국민들한테 얼마얼마씩 나누어 주는 것은 아닐테고.
이 기초 인프라 먼저 해결해야 되는 것 아냐.
롤레이 야소바르만 1세가 세운 사원이다.
전탑 양식. 塼(벽돌 전)이다. 그러니까 벽돌을 쌓아 만든 탑이다.
중국계, 동남아시아계는 다 전탑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는 석탑, 일본은 목탑이다.
특히 탑에 관심이 있다면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을 볼일이다. 그게 목탑, 또는 전탑에서 석탑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일무일한 탑이다.
왜냐구. 돌을 나무 토막이나 벽돌 처럼 무수히 깍아서 쌓아 올린 탑이니까.
또 하나 부여의 정립사지 5층 석탑. 그게 모전 석탑에서 석탑으로의 완성단계의 탑이다. 그냥 가 봐. 그냥 봐도 아름답다.
그게 신라로 흘러 들어가 불국사 안 마당 삼층 석탑으로 완성되는 거다.
더위 속을 헤매며 관광을 하다 이런 해자를 만나면 미치는 거다.
이 걸 보고 한 폭의 명화를 생각한다.
지오르 지오네의 '폭풍.' 그런데 아니다. 저 앞 하얀 게 꼬마인데 그 옆에 시커먼 걸 여자로 잘못 본거다.
성큼성큼 걸어가며 그물을 치는 거다.
잠간동안의 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