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중심에 서서
방콕 수쿰빗 12번가에 있는 타임 스퀘어 우측 벽면에 ‘時代中心大廈’을 보자마자 말을 잊었다.
언젠가 내가 써먹어야 할 제목 도둑맞은 기분이다.
가만 가만 뜯어보니 ‘타임 스퀘어’의 중국식 번역이다.
번역치고 꽤 괜찮은 번역이다.
원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
거대한 원, 전 지구적이거나 전 우주적이거나 광대무변을 대상으로 할 경우 도대체 중심은 어디일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끝 간 데 없이 황량한 사막에 피라밋이란 중심을 세웠다.
밑도 끝도 없는 무한대의 사막이 무서웠던 거다.
피라밋. 그 광대무변의 사막에 중심축을 세워 놓고, 자기들을 둘러싸는 원이 존재한다는 가설로 심리적 안정을 얻은 것이다.
중심.
뒤집어 보면 어느 곳이든 중심은 가능하다.
내가 컴퓨터를 치는 이 책상이 중심이고, 병팔이 님이나 호이님. 나락님이 땀 흘리는 직장이 중심인 거다.
뿐만 아니라 이 글 읽는 모든 사람들이 서성이는 장소마다 중심인 거다.
이 처럼 숱하게 많은 중심 중에 왜 하필이면 타임 스퀘어가 중심이냐.
그 것도 시간이란 추상명사를 앞세워서.
도대체 시간이란 게 뭘까.
천년 주기로 순환하는 동양이나 니체 또는 보르헤스의 시간관념, 근대 과학이나 기독교적직선으로 치달리는 오직 일념으로써의 시간, 스티브 호킹의 시공간 개념.......
도대체 누가 만든 말일까.
무거운 짐진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빛나는 은빛 이름.
그 앞에 아직도 망연자실 나그네 하나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