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중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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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중심에 서서

유토피아. 4 535

방콕 수쿰빗 12번가에 있는 타임 스퀘어 우측 벽면에 ‘時代中心大廈’을 보자마자 말을 잊었다.


언젠가 내가 써먹어야 할 제목 도둑맞은 기분이다.


가만 가만 뜯어보니 ‘타임 스퀘어’의 중국식 번역이다.


번역치고 꽤 괜찮은 번역이다.


원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


거대한 원, 전 지구적이거나 전 우주적이거나 광대무변을 대상으로 할 경우 도대체 중심은 어디일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끝 간 데 없이 황량한 사막에 피라밋이란 중심을 세웠다.


밑도 끝도 없는 무한대의 사막이 무서웠던 거다.


피라밋. 그 광대무변의 사막에 중심축을 세워 놓고, 자기들을 둘러싸는 원이 존재한다는 가설로 심리적 안정을 얻은 것이다.


중심.


뒤집어 보면 어느 곳이든 중심은 가능하다.


내가 컴퓨터를 치는 이 책상이 중심이고, 병팔이 님이나 호이님. 나락님이 땀 흘리는 직장이 중심인 거다.


뿐만 아니라 이 글 읽는 모든 사람들이 서성이는 장소마다 중심인 거다.


이 처럼 숱하게 많은 중심 중에 왜 하필이면 타임 스퀘어가 중심이냐.


그 것도 시간이란 추상명사를 앞세워서.


도대체 시간이란 게 뭘까.


천년 주기로 순환하는 동양이나 니체 또는 보르헤스의 시간관념, 근대 과학이나 기독교적직선으로 치달리는 오직 일념으로써의 시간, 스티브 호킹의 시공간 개념.......


도대체 누가 만든 말일까.


무거운 짐진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빛나는 은빛 이름.


그 앞에 아직도 망연자실 나그네 하나 서성인다.

4 Comments
홍익여행사 2007.05.25 20:50  
  우주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합니다.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있기에 조국과...등등이 있겠죠...
홍익여행사 2007.05.25 20:54  
  시간적 개념은 현재겠죠.
지금 이 순간...

갠적인 생각입니다.

병팔아 딴지 걸지 마라.ㅎㅎㅎ

유토피아. 2007.05.26 00:50  
  댓글 읽다가 갑자기 얼음 한 덩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갑니다. 이런걸 명징성이라 하나. 첫번째 글의 답은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의 소설에서 읽습니다. 정보 기관에 근무하며 자기생활을 포기한 주인공을 보고 아내가 "불쌍한 자식"이라고 말합니다. 두번째 글은 밀란 쿤테라의 소설 불멸을 생각나게 합니다. 죽어가는 아버지가 과거의 흔적들 사진들을 찟습니다. 내 과거의 흔적들을 남겨 둔다는 것은 살아 남아 있는 자손들에게 부담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지요. 모든 것은 현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빼곤 모두 불필요한 것들이지요.
브랜든_Talog 2007.05.27 18:49  
  방방모는 종종 주제가 너무 저에겐 벅차서(?) 함부로 손가락을 놀리지 못할때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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