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의 방식을 바꿔 준 두여자

홈 > 소모임 > 방방모
방방모

내삶의 방식을 바꿔 준 두여자

sunnya 6 798


아래글은 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치고 산다고 생각한다.나도 지금까지 여러사람으로부터 그렇게 자극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지금의 나를 별로 연고도 없는 이곳에 있게 한 두여자가 있다.

정작 그 두여자는 본인의 살아가는 방식이 내게 영향을 끼쳐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두여자 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 유럽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인데
한여자는 일본여자로 이름도 모르고 만났던 시간도 약 10여분에, 나누었던 대화는 그보다 짧은 단 몇마디였다. 이름을 물어볼만한 상황도 아니여서 이름 조차 모른다. 나이는 글쎄,, 한 30대 후반정도...

스위스의 '인터라겐'이라는 곳은 유럽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융푸라우요흐'의 정상에 올라가 조망을 하기 위한 기점이 되는 곳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고 나 역시 그래서 그곳을 갔었다. 여행전에 찾아 본 인터넷이나 가이드 북에도 스키얘기는 없어서 (내가 못 봤는지도) 전혀 몰랐는데 막상 그곳을 가서 보니 겨울이라 그곳은 스키리조트였다.

겨울에 융푸라우요흐 정상에 올라가봐야 눈밖에 더 보이랴 싶어서 나는 꿈에 그리던, 그러나 그것이 실현될지 상상도 못했던 알프스에서의 스키를 타기로 하였다. 에이거, 융프라우요흐등 이름은 모르지만 유명할 4천미터 이상의 산들을 옆으로 보면서 해발 2천미터 이상의 높이에 있는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맛이라니..

어쨋든.. 그곳에서 스키를 타면 대부분 '크레인샤덱'에서 다시 산악 열차를 타고 내려 와야 하지만 어찌 얻은 기회인데,, 조금이라도 더 타고 싶은 마음에 '그룬드'라는 산 아래의 역까지 연결되어 있는 슬로프로 무려 40분을 스키로 내려 왔다.
스키를 신은 채 역에 도착했는데 왠 동양여자가 역무원들과 그들의 언어로 대화를 하더니 나와 같은 열차에 타길래 슬쩍 보니까 아무래도 일본여자인 듯 싶어 호기심에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여기 오래 사셨나봐요?"
"네,, 4년 됐어요"
"오~~ 여기서 일 하시나요?"
"네,, 저위에 '크레인샤덱'에 있는 식당에서 알르바이트로 일 해요. 스키와 산을 좋아해서 여행 왔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시 와서 일하면서 살고 있어요. 오늘도 일 끝나고 저도 스키로 여기까지 내려 왔어요. 돈은 전혀 모을 수가 없지만, 좋아하는거 하고 사니까 괜찮아요" 하면서 밝게 웃는다.
그 후에 잠깐 몇마디 더 주고 받고 열차에서 내려 인사한게 전부였는데
아.. 이렇게도 사는 방법,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때 받은 신선한 충격이 여행내내 잊혀지지가 않았다.


'유연경'
이 아가씨는 그 당시 20대 중 후반정도 되었었는데 니스의 역에서 만났다.
나는 당일로 모나코를 갔다 오려고 열차 시간을 알어 보기 위해 갔었는데 '혹시.. '하면서 말을 걸어 와서 며칠을 한국말도 못해 보고 지냇던터라 같이 차한잔 하자길래 냉큼 그러자고 하고는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당찬 아가씨는 호주로 유학을 갔다가 5년이 지나고 여행을 조금씩 했는데 여행 스타일이 한군데서 짧게는 2주부터 몇달까지 있는 거란다.
그 당시의 나로서는 40일도 안되는 시간에 5나라를 돌아야 했으니 꿈같은 소리였고, 한편은 너무 부러웠다.
파리의 친구집에서 2주일을 있다가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이쪽 남불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한 3~6개월 살아 볼까 싶어서 집을 알아 보고 있다니... 점점 더 꿈같은 소리를 한다.
참나.. 나는 시간을 쪼개서 한군데라도 더 보려고 다리가 붓게 돌아 다니는구만, 먼 소리람..
이런저런 얘기에 끝에 그녀는 젊었을 때 다닐 수 있는데 다 다녀 알게 모르게 흡수한 것은 무슨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식당에서든 샵에서든 어디서건 일하면 혼자 사는건 문제없고, 힘들지만 평생 할건 아니니까 괜찮다면서...그러나 관광 같은 여행은 하지 않을것이란다..
나는 한대 얻어 맞은 기분였다.
갑자기 나의 여행이 초라해지고 무의미해지고 부끄러워진다. 그래, 이런 여행은 다시는 하지 말자..
한나라를 그것도 볼 것도 많은 유럽의 나라를 일주일에 본다니 말도 안 되지..
'나도 그래서 처음에 3나라만 하려구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5나라가 됐어..' 변명처럼 이렇게 말해보지만 3나라 하고 5나라 뭐가 다르랴..
연경이는 그후에 우연히 서울에서 잠깐 스치듯이 길에서 몇마디 나누고 헤어지고 그 뒤론 소식이 끊겼는데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평소에도 소원처럼 입에 붙이고 다니던 소리가 '일년에 반은 밖에서 살고 싶어' 였는데 이렇게 두여자의 삶의 방식을 보고 돌아 와서 필연이나 타의가 아닌 100% 나의 의지에 의한 '탈 한국'을 꿈꾸게 되었고 과감하게 그렇게 했다.
지금 내가 또는 그들이 사는 방식이 잘하는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누가 맞다, 안 맞다의 문제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점은 -어느 부분은 포기와 희생해야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느냐가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현실이 안 따라준다 라고 말하지만 (물론 현실적으로 절대로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문제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가진 채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과 그 후의 어떠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만 한다는 것일게다.
여담이지만, 한국의 생활비라면 세계 어디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ㅎㅎㅎ

그 일본여자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연경이도 방을 얻게 되면 식당이나 샵에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으니 별로 돈은 없어 보였지만 그것이 초라하거나 측은해 보이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녀들은 당당하고 행복해 보였다.
만약 그녀들이 돈이 많아서 하는 여행이였거나 반대로 측은해 보였다면 나는 자극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녀들이 중간에 그들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더라도 일생에 몇년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에 도전을 해봤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고, 그동안이야말로 진정으로 빛나는 삶을 살았을 것이며 그경험 또한 헛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그녀들에게서 내가 받았던 신선한 자극이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고 그 전환이 나의 사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에 낯선이들에게서....
낯선이들이였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두여자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결정을 한다고 했을 때 긍정적으로 용기를 주었던 친구와 예전 직장 선배인 언니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미얀마, 태국북부를 함께 여행하기도 했던 언니는 이미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만끽하며 살고 있고, 친구는 그녀 자신은 아직 현실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 행동으론 못 옮기고 있지만 언젠간 그녀도 자유로운 영혼이 될 것으로 믿는다.
누구나가 꼭 머무는 곳을 옮겨야만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어디에 머물던 중요한 건 '새로운 자극을 받아 들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기 그리고 한걸음 나아가 살짝 도전 해보기'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글을 쓰는 동안에 이런 생각도 든다.
잠깐 얘기가 다른곳으로 흐르는것 같지만 이제 시작한지 꼭 두달된 블로그를 하면서 여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메신저와 싸이는(난 이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흥미를 잃어 빈집인채로 있다)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블로그는 일상에서라면 만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기 때문에 일탈에서의 만남과 같은 점이 닮아 있어 그리 비교를 해 보았다.
두달간 블로그에 빠져(?) 지내서 약간의 시간적 소모는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배경이나 환경, 공간을 초월하는 몇몇 나와 통하는 이웃도 만날 수도 있었고, 움직이지 않고도 남의 생활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여행과도 같은 블로그가 싸이보다 맘에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여행인 블로그를 하면서 또 다른 자극을 받기를 기대도 해 본다.

p.s 이런 나에게 한가지 좀 어려운일이 있다.
내가 두여자를 보면서 느낀것과는 달리 많은사람들이 자기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나를 이상한 듯 쳐다보며 편견을 가질 때이다.ㅜ,ㅜ

다 똑같이 살 수는 없는거자나~~~


니스 샤갈미술관 소극장의 한벽을 차지하는 커다란 스테인드그라스 기법의 창문인데 이글을 쓰면서 왠지 샤갈이 생각나서.... 조금 난해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뭐 그런 거..

0000.jpg

6 Comments
파타야 도깨비 2007.03.19 04:21  
  누구를 위한 여행  하지 않을것이다..나를 위한 여행...도전이 아닌 나의 삶에 일부분으로 남을... 추억들... 나는 어느곳을 가던지 내 머리 속에 담아두지않는다...이유는 그 모든것을 내가 느끼길 바랬기 때문이다..가장 부러운 여행자.... 자기가 갔던곳....느낌점등을 누구에게나 이야기 하는 여행자들이다......그러면서 ...난 은근히 그들을 무시한적 있다....왜 그 정보들을 공유하는것일까? 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것일까 하는......이기주의적인(?) 그런 생각을 한다......아직 나는 갈곳이 많다.....나는 나를 위한 여행을 하는 여행자이다......공유할 생각없다.......그 나라 역사 공부할 일도없고...내가 느끼는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지라도.... 난 안다 내가 느끼고 있다는것을....아직도 많은 곳을 가고싶다.........누구에게 자극 받은적도.내 삷에 변화를 준 자들도 없다.......내 삶에 한 부분을 바꿔준 사람이 있다면 ..선이님은 행복한 여행자 입니다 또 다른 새상과 사람을 만나기 위한 블로그 ...또 다른 선이님에 여행이 시작되겠군요....많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sunnya 2007.03.19 12:05  
  저는 처음 뵙는 아디인것 같아요.

여행을 좋아하시는군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여행을 하시는분들도 있죠.. 이젠 여행도 전문직이 되였으니까요(그런뜻 아닌거 압니당)..ㅎㅎ 물론 저는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이구요.
카메라를 아예 안 들고 오는 분들도 있고,,, 여행이란 자기 방식대로 하면 되는거구 절대 그렇게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목적치가 있는건 아니니까..

그러나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자극도 주게 되고 영향을 미치게 되죠. 님도 어떤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을지 모르지만,아니면 본인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형태로든 그런 경우는 있으리라 생각 되는군요.
자극이나 영향은 꼭 좋은뜻으로만 쓰이지는 않는답니다.. ㅎㅎㅎ

그리고 님 역시 누구에겐가 그럴 수 있구요.

원하시는 최고의 여행을 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경기랑 2007.03.19 12:16  
  음 ~~~~ 참 멋지시네요,,,
선생님 또한 저나 그외 모든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네요,,,
선생님의 꿈, 인생, 도전,  그 모든것이,,
sunnya 2007.03.19 12:26  
  인제 경기랑 아디로 굳히셨나요? 헷갈리~~ ㅋㅋ
저보다 그녀들이, 그리고 방방모회원 여러분들이 더 멋져요.
저야 그냥 여행이나 하는 사람이지만 횐님들은 타국에서 더 큰 도전과 삶을 이루어 내고 있으니까요.
현실적으로 하고 픈거 다하고 사는 사람 정말 몇 안되죠 머..
그치만 일생에 단 몇달, 몇년이라도 자기를 위해서 살아보는건 의미있는 일인것 같네요. 안 그러면 생을 마칠 때쯤이 되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생의 마지막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하라'-인생수업 중에서-
병팔이 2007.03.19 18:49  
  이상을 쫒으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나는 왜 저렇게 큰 꿈과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지?
라는 스스로에게 물음을 해봅니다. 물론 무한한 부러움의 시선과 함께...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또 다른 사람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볼수도 있는거죠.

그리고, 자신을 위한 삶을 멋지게 살아간다는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당장...당장... 생각해보면,
        우리네 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더 힘든거란걸..잊지 말길 바랍니다.

내가 그사람에게서 "10" 이라는 멋짐을 발견했다면
그사람은 지금 "1000"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것입니다.

남이 나의 반짝이는 구두를 보고 감탄할때
나는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이 더운 태국에서 땀삐질삐질 흘려가며 매일 구두를 닦는것처럼 말이죠...
sunnya 2007.03.21 16:37  
  '남이 나를 사장님이라고 감탄할때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더운 태국에서 아이들 돌보며 마누라 눈치보며 매일 젖병을 파는것처럼 말이죠...'

이게 더 와 닿을거 같은데용..ㅎㅎㅎ

꼭 여행만 하기 위해 여기 온건 아니지만
혼자 있을땐 마니 심심하기두 하구,, -외롭다는 단어는 쓰기 싫어서- 나름 힘든것두 많아요.
뭔가를 얻기 위해선 또 다른의 희생이 꼭 따르죠...
어찌보면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고..

병팔님은 가족, 가정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훌륭하게 이루는것이 도전이고 책임이겠죠.

올해는 땀 좀 덜 흘릴 수 있길 바래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