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 대한....(아주 깁니다..시간없으신 분은 ..건너뛰기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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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 대한....(아주 깁니다..시간없으신 분은 ..건너뛰기 하십시요)

Garnet 6 671
** 이글은 저의 깨복쟁이 칭구 홈피에서 쌔비온 것입니다....등장 하는 모든 것이 너무도 익숙한 어릴적 모습이라 ....어릴적 맑은 날이 생각나실 겁니다.***

----닭에 대한 안좋은 기억.....


복날이 가까워 온다고 점심에 삼계탕을 먹었는데

요염한 포즈로 다리를 꼰채 상반신 잠수 상태에 들어간 닭을 보니

초딩 때의 험난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우리집에는 여느 시골집처럼 마당에 닭을 놓아 길렀는데

이 닭무리 중에는 대장격인 수탉 한마리가 있었다...


닭의 습성 중에는

그야말로 닭싸움-.-;;에서 승리한 숫놈이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규칙이 있는데

전제군주제 못지않은 일닭독재와 일부전처제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때문에 최고 위치의 권좌에 오른 수탉들은

대장으로서의 권위와 체면을 세우기 위해 용감무쌍한 생활을 했었고

우리집의 대장닭 역시 충실한 유전자의 지도를 따라

종당에는 사람과 맞장뜰 정도로 겁을 분실한 삶을 살아대고 있었다...-.-;;


당시 우리집 수탉처럼 인근에서 좀 먹어주는 일진회 크라스의 놈들은

웬만한 동네 개들하고 싸워도 절대 꿀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IQ 측면에서 지대한 하자가 있던 이놈들은

자기집 주인도 몰라보는 어처구니없는 안목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가장 많이 공격을 가하는 대상이 주인집 사람들이기도 했다...

물론 어른들한테 앵겨붙다가는 바로 아작이 났지만

그래도 다음 날이 되면 말짱 다 까먹고 다시 결투신청을 해오곤 했었다...-.-;;;


나는 일찌기 놈들을 간식용 조류로 분류하고 우습게 여기기도 했으나

이 전의 대장닭에게 두어번의 기습공격을 당하고난 후부터는

그 집요하고도 대책없는 공격에 적잖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혹시라도 마당에서 마주치게 되면

놈이 "눈깔어 짜샤~" 라는 표정으로 노려보기 전에

미리미리 알아서 마당가로 피해다니는 겸손한 어린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나의 일방적이고도 지고지순한 희생을 바탕으로

닭과 나 사이의 평화가 위태롭게 유지되기는 했으나

그러한 평온도 잠시

그해 봄날 오후 우리는 기어이 물러설 수 없는 결사항전의 순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는데

배가 무지 고팠던 내가 대문을 열어제치고 와다닥~ 뛰어드는 순간

마당에서 한가로이 암탉 치마폭에 뭍혀 농담따먹기를 즐기던 대장닭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암컷에게 총애를 베풀고 있다가 느닷없이 방해를 받게 된 이놈은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해 화들짝 일어섰고

그 순간

그렇게도 피하려고 노력했던 두 눈이 정확하게 마주치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뿔싸~

그놈의 눈에는 이미

분노로 가득한 적의가 치킨집 기름 끓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불과 2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놈은 서서히 모가지 주변의 깃털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분기탱천한 공격의사를 알리는 신호였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제 둘 사이에는 오로지 피 튀기는 격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팽팽히 멈춰선 두 용사의 매트릭스...

정적에 휩싸인 봄날 오후의 마당에는

숨막히는 긴장과 살벌한 서스펜스가 교차하고 있었고

내 몸에도 서서히 닭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 싸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던 숙명의 한판이었다.

이제는 한 집안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살아 있는 것들의 위계 서열을 가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수탉도 오늘을 기다려 왔다는듯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몸은 의지의 명령을 거부한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 땀이 삐질거리는 모드로 돌입하고 있었다...ㅠㅠ


그래...나는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너랑 싸울 의사가 엄써...-.-;;;

에 또 그리고...울 엄마가 싸움같은거 하지 말래떠...-.-;;;

나는 배고파서 이만 먼저 가볼께...ㅠㅠ


사실 놈의 단호한 기세에 지레 겁을 먹었던 나는 -.-;;;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공격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한발짝 뒤로 물러나는 액션을 취했으나

바로 그 순간

놈은 확실히 자기가 기선을 제압한 께임이라고 판단을 했는지

엉거주춤해있는 나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ㅠㅠ


모가지 깃털을 과도하게 부풀린채 나를 향해 퍼드득 뛰어 오르면서

공중 2회전 발톱 찍기와 부리 쪼기를 3단 연속으로 구사하는데 -.-;;

키 작은 나는 거의 얼굴 부위를 난타당하다가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도망을 가는 수밖에 없었다...ㅠㅠ


방금 전 체육시간에 우렁차게 부르고 왔던

“대한남아 가는 길에 초개로구나~”하는 노래는 군인들이나 하는 얘기고

나약한 초딩은 그저 걸음아 나살려라 하면서

닭한테 쫓겨가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ㅠㅠ


(아흐...이 대목에서 비웃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ㅠㅠ

토종 장닭의 위용을 보신 분이라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ㅠㅠ

말이 닭이지...얘들은 거의 독수리급이다...-.-;;;)




그렇게 텃밭 쪽으로 꽁지 빠지듯 도망을 가다가

뒤쫓아 오는 살의를 피하기 위해 간신히 숨어들었던 곳은

그 부근에선 유일한 은폐물인 변소였다....-.-;;;


일단 변소 안에 들어간 나는

문짝부터 단단히 걸어 잠그고 -.-;;

혼쭐이 나서 정신없이 쿵쾅거리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어린 마음에도 이거는 대한 남아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우리 반 여자애들의 모습이 갑자기 청순가련형으로 떠오르면서

불끈~ 새로운 전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오늘 너 죽고 나 죽자!"


그렇게 다시 한번 분연히 떨쳐 일어선 나는

우선 놈의 현재 동태를 분석하기 위해 바깥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변소 문을 1mm씩 살살 밀어내면서 눈동자만 빼꼼히 염탐을 시도하려는데

허거덩!

그놈 역시 바로 코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들이민채

열려진 문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덴장...오늘 임자 만났다 ㅠㅠ"


여전히 모가지 주위의 깃털은 빳빳이 세워져 있었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살기를 돋우는 중이었다...

나가다 걸리면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태세였다.....-.-;;;


더구나 놈 뒤에는

응원나온 패거리 닭들이 우글거리며 호위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병법서에 나오는대로 분석해보자면

놀랍게도 나는 현재 17:1의 절대 불리한 패싸움에 휘말리고 있었던 것이었다...ㅠㅠ


판세가 위험하다고 여겨지자 나는 대략 이 쯤에서 놈과 화해를 하고 싶었다...

변소깐 인질상태에서 무사히 벗어나게만 해준다면

앞으로는 반경 10미터 내에는 절대 얼씬도 하지 않을 거고

방과후에 지렁이나 개구리도 열씨미 잡아다 바칠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놈은 무식한 만큼 집요하기도 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로 문 앞을 떠억하니 지키고 있었다...-.-;;;


아쒸~~

내가 지 암탉 건드린 것도 아닌데

이제 고만하고 쫌 물러나주면 안되나...ㅠㅠ


배는 고프고 자존심은 있는대로 상했는데 선뜻 나가기는 무서웠다...

그렇다고 잉간으로 태어나 닭한테 무릎꿇고 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신을 차릴수록 닭한테 쫓겨 도망다니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일찌기 경험해본 바 없는 극심한 쪽팔림은

당시의 초등학생이 견디기엔 너무도 힘든 심리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불행한 상황보다 더 견디기 힘든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점입가경으로 풍겨대는 변소깐의 냄새와 똥파리 떼의 극성이었다...@.@


나는 살아야 했고 그러자면 일단 변소에서 탈출부터 해야 했는데

빈틈을 노리기 위해 바깥으로 살살 문을 밀어볼 때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놈의 날카로운 부리 공격이 자행되었다...ㅠㅠ



아마도 놈은

1시간 정도만 나를 가둬두면

화생방 공격에 의한 질식사에 도달할 것이란걸 간파한것 같았다...-.-;;;;

정말 무서운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는 자존심이고 뭐고

오로지 살아서 이 변소깐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래...나도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단다...

각오해라 수탉아...


늠름한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죽어도 이 방법만은 동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숨겨두었던 비장의 필살카드를 꺼내들고야 말았다...



으앙~~ 엄마~~~~달구쌔끼 좀 쪼차조~~~ ㅠㅠ"




잠시후

보무도 당당히 쓰리빠를 끌면서 엄니가 달려오셨고

곧이어 강력하고도 처절한 응징이 시작되었다...

우리 엄니의 천하무적 빗자루 철퇴가

오른쪽 상단에서 70도 각도로 휘어지며 놈의 뒤통수에 시원하게 갈겨진 것이다....

꽤꼴락!


헤헤헤...거 봐라 인마!

꺄불고 이써 씨이~~ ...*



6 Comments
석양 2006.08.10 20:29  
  잘봤습니닭! ^^*
쑤우기 2006.08.10 23:20  
  하하하하하 잘봤습니다~~오늘 스트레스 화악 날라갔습니다~~ㅎㅎㅎ
바클리 2006.08.11 12:04  
  ㅋㅋㅋ.. 재미있는글 감사감사
천사 2006.08.11 12:29  
  띠엄띠엄 봐도 재밌네요..
마니마니 웃고갑니다.ㅋㅋㅋㅋ..

동차이 2006.08.11 13:08  
  대단한 글솜씨... 몰입하게 만드네요. ^^
잘 봤습니다. 종종 이분의 글 올려주세요.
Posone 2006.08.12 00:05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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