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비추업소 사라(Sarah)게스트하우스
사라(Sarah) 게스트하우스는 치앙마이 빠투 타페(타페문)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로서 배낭여행객들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추천업소로 올라와있는 업소이다. 뿐만 아니라, 태사랑에도 어느 여자분이 추천업소로
올리면서 '영국 여인이 주인인 게스트하우스로서 예쁜 목조 건물과 정원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라고 소개해서 난 이 업소가 괜찮은 업소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었다.
그래서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항을 이륙한지 한 시간만에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뚝뚝 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면서 사라게스트 하우스로
가자고 했다.
사라게스트하우스는 빠투 타페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툭툭기사 조차도 한번에
찾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골목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길을 알고 나면 빠투 타페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으니까 위치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워낙 복잡한 골목
속에 있는 업소라서 미리부터 이곳을 알고 찾아가는 여행객들이 아니라면 찾기 어려운
그런 업소였다. 건물의 외관이나 환경도 우리나라 어느 여성분이 올린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약간은 음습하고 지저분한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었고. 정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리셉션 앞에 음료수 등을
마실 수 있는 탁자 몇개가 놓여있는 공간이 있고, 그 뒤에 있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
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그 동네에 있는 수많은 싸구려 숙소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방값은 절대 금액만으로 보면 무지하게 쌌다. 싱글룸이 따로 없어서 더블룸에
투숙했는데 방도 꽤 넓었고, 온수 샤워가 가능한 팬(fan) 룸이 일박에 250밧
(약 10,000원)이었다. 속으로 무지하게 싸구나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시설에 그것보다 싼
숙소들이 널려있었다. 일례로 빠투 타페 바로 앞에 있는 다랏(Darat)게스트하우스는
위치는 치앙마이에서 최고로 좋은 위치의 대로변에 있고,일층에 맛있고 저렴한 식당이
있고 그위로 몇개 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는 곳인데 이곳은 비슷한 크기의
방이 싱글은 일박에 130밧(=약 5,000원), 더블은 180밧(=약 7,000원)이었다.
다만, 워낙 위치도 좋고 시설도 괜찮아서 그런지 내가 문의했을 때는 빈 방이 없었다.
비단, 그곳 뿐만이 아니라 그 동네 뒷골목에는 싱글이나 더블룸이 일박에 120밧
(약 4,800원)에서 150밧(약 6,000원)하는 숙소가 널려있었으니 방값으로 봐도
사라하우스는 결코 싼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이드북에 추천업소로 올라와있는 업소니까 믿고 체크인
했는데,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수건이나
비누를 주지 않았다. 수건이나 비누도 필요한 사람은 돈을 주고 빌려야만 했는데,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남아의 여러나라를 여행해봤지만, 수건이나 비누조차 주지 않는
게스트하우스를 난 보지를 못했었다. 기분이 별로였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난 이게
다 사라하우스가 방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그저 감수해야할 부분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더욱 불쾌한 일은 주인인 영국 여자 사라(Sarah)의 태도였다. 사라라는 예쁜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는 예쁘거나 우아하고 친절한 그런 영국 여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여자를 보는 순간 그런 환상은 여지 없이 무너졌다. 바짝
마른데다 머리는 올백으로 뒤로 넘겨서 얼핏 보기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구별도
안되는 그런 인상이었는데, 결정적으로 불쾌한 것은 이 여자가 말하는 태도였다.
나에게 자기 숙소는 모든 투숙객들이 그날 그날 방값을 지불하니까 나도 방값을
선불로 내라고 요구하는데, 이 말을 얼굴에 미소를 띠고 친절하게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예의를 갖춰서 공손하게라도 했더라면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태도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고
불쾌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검사나 수사관이
범죄 용의자를 심문하는 태도가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불쾌한 태도였다.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어느 나라 어떤 숙소에서도 이런 불쾌한 태도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곳은 내가 머물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녀가
생면부지의 나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 그녀가 동양인에 대해서
전부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그녀는 인종차별주의자인게 분명하고, 그렇지 않고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남자들에게만 전부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그녀는
남성혐오론자일지도 모르겠다. 진실이 어느쪽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난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대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감정이 굴뚝 같이 일었지만,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주변의 숙소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가 없었던 터라 일단은
분하고 화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냥 하룻밤 그곳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짐을 방에다 풀고 샤워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주변의 숙소에 대한 정보 탐색에
들어갔다.
그 지역은 좁고 복잡한 미로로 된 여러개의 골목 안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해
있었기 때문에 정보를 구하는데는 그다지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격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사라하우스는 결코 싼 곳이 아니었고, 비슷한
시설에 보다 저렴한 숙소가 주변에 널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난 그 다음날 바로
사라하우스를 나와서 주변의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냥
아무말 없이 체크아웃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모욕적인 대접을 받은데 대해서
도저히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고, 내가 아무런 항의도 없이 그냥 체크아웃한다면
다음에 또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도 내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떤 방식으로든 항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냥 구두로
항의할까? 그러나 그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두로 컴플레인을
하다가 그녀와의 설전이 보다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이건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게다가 영국 여자랑 내가 영어로 말싸움을 해서 승산이 있겠는가? 난 한국
사람이랑 한국말로 말싸움을 해도 말싸움에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글로는 내가 질
이유도 없다. 나는 항의성 컴플레인 레터(complain letter)를 작성해서 그 다음날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침식사 하러 나가는 길에 사라에게 건네는 방법으로 항의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불쾌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가능한 감정을 억제하려고 격식을
차려서 쓰려고 했는데, 여러분들이 참고해 보시라고 기억을 되살려서 아래에 적어본다.
Hi, Sarah,
I'm kind of dissapointed at your services. That's why I'm checking out this morning
soon after I'm back from breakfast. Frankly speaking, I cannot understand at all
why your guesthouse has been recommended in the Lonely Planet. I also feel it
necessary to revise the wrong information about your guesthouse posted on the
Korean website. In order to help you improve your services, I'd like to summarize
my complaints as follows.
1. I travelled many countries, but I have never seen a guesthouse which doesn't
provide its customers with towels or soap.
2. At first, I thought that's because your room rates are very cheap. But, later,
I found it out that there are many guesthouses in this neighborhood whose room
rates are much cheaper than yours.
3. What is worse, you're not kind to your customers, at least to me. That's the
crucial reason why I don't want to stay longer at your guesthouse. In my opinion,
you need to be kinder to your customers.
Thank you for reading.
그러면 별로 싸지도 않고, 써비스도 좋지 않고, 게다가 주인마저 친절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게스트하우가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에 추천업소로 올라와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정보의 허와 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된다.내가 보기엔 인터넷에 비추업소로 소개된 곳은 일단 피하는게 좋다.
간혹 비추업소에 대해서 자신은 여러번 그곳을 다녀봤지만 괜찮았다 하는 댓글도
달리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비추업소를 추천업소로 동시에 소개하는 일도 자주 보게
되는데, 설령 그들의 경험이 주관적으로 사실일지라 해도 일단 비추업소는 피하는게
안전한 방법이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사고 많이 나는 곳'이란 표지판이 붙은 길을
어떤 이는 수백번 다녔어도 사고가 없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그 주변 경치가
기막히게 아름답다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그곳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소개할 수도
있지만, 그곳은 역시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표지판이 붙은 곳이고,
그곳을 수백번 다녀도 사고가 없었던 이들조차도 그곳에서 사고를 당한 이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역시 똑같은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비추업소로 지목하는 곳들은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고 피하는게 안전한 방법
이다.
내가 보기엔 사라하우스가 론리 플래닛에 추천업소로 소개되어 있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주인이 영국 여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론리 플래닛의 저자
들이 영어권 사람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가 잘 안통하는 다른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보다는 여러가지로 편리했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해서 일단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는
책자에 추천업소로 소개되면, 그 다음에는 다른 곳과 비교해 볼 충분한 경험을 갖지
않은 여행자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또 그곳을 추천업소로 올리고, 또 더러는 그곳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조차도 여행책자나 인터넷에서 얻은 간접적인 정보를
통해서 또 그것을 추천업소로 올리는 등의 상승작용을 통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점은 현지에 있는 한국 업소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참고로 치앙마이 현지에
있는 한국인 숙소들의 경우 싱글이나 더블룸도 아닌 도미토리의 방값이 1인당 250밧
(=약 10,000원) 이상이니 현지 숙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비싼 편이다.
그러나 이런 업소들도 인터넷에서는 추천업소로 많이 올라온다. 주변의 다른 외국
숙소와의 비교 경험이 없는 한국분들이 방값이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고 생각하고,
또 그곳에서 한국 음식도 먹고 여행정보도 얻을 수 있고 하는 편의를 받을 수 있으니까
주관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상에 추천업소로 올리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고생하는 우리 교민 업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한다면, 영어가 가능하고 여행 정보나 준비가 충분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비싼 한국인 숙소에 묵을 이유는 없다. 다만, 영어가 잘 안되고
여행 정보나 준비도 부족한 한국 여행객들은 언어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여행정보를
손쉽게 얻고 음식의 애로사항도 해결하는 등의 댓가로 조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국인 업소들을 이용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