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파 솔로 여행자를 위한 카오산 BB하우스!
세상에는 참 많은 숙소들이 있다.
그 중 어떤 숙소에 묵어야 할 건지를 정하는 것은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나라에 보탬이 될까...
를 결정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선택이다...
나라에 보탬이 되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에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가를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게 맞는 숙소를 구하려면
내가 어떤 조건의 숙소를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즉, 나 자신을 잘 알아야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숙소의 숫자만큼이나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하다...
그러므로 남에게 좋은 숙소가 나에게 좋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모르고
무조건 남이 좋다는 숙소에 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꾸로 다른 이는 비추했지만
나에게는 딱 좋은 숙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쉬 결론은,
나 자신을 잘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나 자신을 잘 안다는 건 어떤 것이냐...
이 글을 쓴 내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우선 나는 숙소를 정하는 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요금이고 둘째는 구체적인 조건이다...
첫째 조건인 요금은 예산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쓸데없는 낭비를 피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아침 6시부터 투어 나갔다가
자정 넘어까지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다 오는 이에게
조식뷔페와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가 포함된 고급 호텔은 낭비이다...
내가 정당하게 번 돈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시는 분이라면
휴가 기간에는 조금 고생(?)하시고 아낀 돈을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해주고 싶다...
음... 이야기가 딴길로 샜는데...
암튼 내가 숙소를 정하는 첫번째 기준인 요금은
1인 기준으로 1000밧은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이 기준은 참 애매해서...
말이 1000밧이지 이 요금대의 숙소에는 마땅한 게 없다...
그래서 대개 더 저렴한 숙소에 묵게 되는데
지난 8월 3일~29일까지 여행을 하면서
묵었던 숙소 요금을 따져보았더니 평균 700밧쯤 되었다...
두번째인 구체적인 조건...은 몇 가지가 되는데,
그중 한 가지는 도시에서는 가능하면 에어컨룸에 묵고
시골(휴양지)에서는 팬룸도 마다하지 않는다...이다...
내가 도시에서 에어컨룸을 선호하는 이유는
도시는 매연이 많기 때문에 공기가 상당히 끈적끈적하다...
그 끈적끈적한 느낌을 가시게 하려면 에어컨이 필수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에어컨룸과 팬룸의 요금 차이가
별로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이다...
반대로 시골에서는 공기가 상쾌하므로
에어컨의 그 인공적인 찬바람보다는
약간 후덥지근해도 상쾌한 자연의 공기를 누리려면 팬룸만한 게 없다...
게다가 시골(휴양지)에서는 에어컨룸과 팬룸의 요금 차이가 크므로
경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도 내가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본론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으므로,
더 이상의 구라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BB하우스 소개를 시작하겠다...
BB하우스는 파아팃 거리에서 람부뜨리 거리로 연결되는
골목 입구에 세븐 일레븐과 함께 나란히 있는 숙소이다...
왼쪽에 있는 BB 마크가 BB하우스이다...
가운데 아래에 있는 BB 마크는 BB하우스 2...이다...
예전에는 포선스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는데
얼마 전 이름이 바뀌었다...
포선스하우스라는 숙소가 다른 곳에 아직 있는 걸로 봐서는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주인도 바뀐 것 같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내부 인테리어도 확연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수용소를 방불케하는 담백한 인터리어였는데
이번에 묵어보니 커텐도 아리따운 무늬로 바뀌고
앙증맞은 액자도 곳곳에 부착해놓는 등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커튼과 액자와 벽지의 조화...
상당히 여성스러운, 아니 동화 속의 공주를 꿈꾸는 자를 배려한 취향이다... ㅎㅎ
욕실 거울을 보라... 꽃무늬 테두리로 장식을 해놓았다...
텔레비전도 크기는 작지만 요즘 대세인 모니터형으로 교체했다...
그 옆의 벽에는 어김없이 앙증맞은 액자가...
이 숙소의 장점은 첫째, 위치와 요금이다...
카오산의 신생 도미토리가 400~500밧을 호가하고
지리적으로 외진 쌈쎈의 팬룸도 400밧 이상인 상황에서
요모조모 편리한 위치에, 싱글룸 450밧이라는 요금은
비용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숙소의 두번째 장점은 와이파이가 빠방하다는 것이다...
태국의 대부분 숙소(겟하우스+고급 호텔)의 단점은
로비나 리셉션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는데
객실에서는 영~ 아니올씨다 라는 것이다...
그나마 로비나 리셉션에서도 새벽이나 한밤중에는
어느 정도 속도가 나오지만
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역쉬나 영~ 아니올씨다...이다... ㅠㅠ
근데 BB하우스는 숙소 규모가 작은 때문인지
객실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히는 편이고
그걸 과시하려는지 객실 액자에 와이파이 아뒤랑 비번을 떠억하니 붙여놓았다~ ㅎㅎ
액자 속의 여인은 왜 저리 외로운 걸까?
아님 내가 외롭기 때문에 저 여인이 외로워보이는 걸까?
이 숙소의 세번째 장점은 메뉴얼화된 시스템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숙소는 매일 두루말이 휴지 하나와 물 1병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 숙소에 며칠 묵으면 두루말이 휴지가 쌓인다... ^^;;;
두루말이 휴지를 다 쓰지 않아도
이튿날이면 무조건 또 하나를 제공하는 것이다...
태국에서 겪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가
예측할 수 없는 태국인 & 태국 사회의 시스템인데,
그런 면에서 이 숙소의 소박하지만 메뉴얼화 된 시스템은
투숙객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크기가 작긴 해도 매일 물 1병과 두루말이 휴지 1롤을 제공한다...
게다가 헤어드라이기도 있다!
옷장도 있고 수납장도 있어서 수납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이외에도 로비에 세이프티 금고가 있는 등
이 숙소의 장점은 적지 않다...
밧뜨, 그러나, 하지만, 세상 모든 게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가 있는 법!
이 숙소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으니...
가장 큰 단점은, 어떤 분이 '관 속에 누워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작디 작은 객실 크기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1인용 베드 하나가 덩그러이 놓여 있고
그 옆의 작은 의자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객실의 시설을 중시하는 분에게는
이 숙소의 객실 상태는 치명적인 단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처럼 낮에는 밖으로 싸돌아다니다가 밤에 들어와 잠만 자는,
그래서 객실에서 할일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효율적인 숙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나는 여기서 3박을 했는데, 있는 내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음... 관에 들어갈 때가 가까워진 것인가... ㅡ,.ㅡ)
이 숙소에는 싱글룸과 더블룸(580밧)도 있는데,
싱글룸보다 약간 크지만 창문이 없어서 둘이 묵기에는 답답하고
혼자 묵기에는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숙소의 또다른 단점은, 솔직히 나의 경우
아마 이 단점 때문에 다시 이 숙소를 찾는 걸 망설이게 될텐데...
로비에 들어서면 불쾌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것이다...
물론 객실에서는 맡을 수 없지만,
오래 찌든 카페트에서 풍기는 것과 흡사한 그 냄새는
업소의 얼굴 격인 로비에서 풍긴다는 게 치명적이었다...
어쩌면 내가 냄새에 유난히 민감해서 그런 것이고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다음 방문 때에는 그 냄새가 말끔히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이 숙소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숙소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위치가 좋고 요금 대비 시설이 효율적이지만...
객실이 좁고 어딘가 10% 부족한 관리 상태...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암튼 이상의 다소 장황하고 지루한 숙소평을 기준으로
과연 이 숙소가 내게 맞을 것인지 잘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직접 방문해서 객실을 한번 살펴보면
더욱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명함에는 BB하우스와 BB하우스2가 같이 나와 있다...
당연히 나는 BB하우스2에도 묵어보았는데 이에 대한
절대로 장황하거나 지루하지 않을 후기는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