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필요한건 LCD티비보다 냉장고 ㅠㅠ
요즘들어 새로이 오픈하는 숙소, 또는 그동안 낡은 시설로 잘 벌어먹고 살다가 새숙소 들에게 손님을 빼앗기고 나름 절치부심했는지 리노베이션을 한 후에 새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숙소들은 ‘새숙소라면 LCD TV지!! 그게 바로 요즘 숙소의 상징이라고!!’ 라고 맘 먹은 듯한 모양새이다. 물론 고가격의 호텔이라면 당연 LCD TV가 그 객실에 어울리는 모양새겠지만....
이 신형 텔레비전과 중저가수준의 숙소객실이 상당히 언발란스한것이... 우리가 묵었던 빠이의 새 숙소의 300밧짜리 선풍기방은 그 가격에 걸맞게 방의 면적은 토끼굴처럼 좁고 그외 시설도 수수한편이었는데 티비만큼은 소니의 LCD Smart TV... 그냥 LCD TV도 아니고 더 사양이 좋은 Smart TV다.
티비 영업사원이 '이거 안 달면 새숙소 티가 안나요. 새숙소 인정 불가!!' 라고 아저씨한테 약이라도 판 걸까?
카오산의 숙소들중 최근 우리가 묵은 유니버스앳홈도 그렇고 타라도 그렇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외 숙소등등 다들 LCD TV를 갖춰놨다. 심지어 매쌀롱의 신축 게스트하우스마저도... 거의 40인치가 넘는 LCD TV이다.
그런데 외국인 여행자입장에서는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채널이 우리취향에 맞질 않으면 도통 무소용인데, 여행자입장에서는 당췌 볼만한 채널이 없는거다.
그렇다고 이런 업소들이 태국인대상도 아니고 외국인 대상인데 말이야... 다양한 국제방송채널을 안한거라면 굳이 큰돈 들여 이런 티비를 마련하지는 않아도 될텐데...
차라리 내가 숙소주인이라면 다국적 채널의 케이블 상품을 가입하지 않을바에는 돈이 비싼 LCD TV보다는(뭐 볼게 나와야 말이지), 하다못해 사과궤짝만한 크기라도 미니냉장고를 들여놓는 게 가격대비 훨씬 여행자들에게 어필이 될 거 같은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각종열대과일을 사서 차게해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전날 사놓은 음료수를 담날 아침에 쭈욱~ 들이켜도 좋고, 요거트와 과일을 대충 버무려 먹으면 아침을 그다지 푸짐하게 챙기지 않는 식성의 여행자에게는 나름 충분한 한끼 식사가 되어서 굳이 밖에 나가서 사먹는 수고도 덜 수 있고한데...
벽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최신 티비는 그저 벽에 걸려있는 미인도 마냥 보기는 아주 좋은데 쓸모는 그 가격에 비해서 좀 아리송하다.
그리고 요즘 태국에 작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테리어 기법중의 하나인 노출 콘크리트 스타일
우리나라 제주도의 섭지코지에도 일본의 유명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 있는데 사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다니 좋은 건가보다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예술가가 공들여 선과 면을 설계한 거라서 찬찬히 보면 뭔가 색다른 미가 있어서 괜찮아보이는데...
이게 어느 정도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마감을 해놓으면 좀 세련미와 모던함이 느껴지긴한다. 하지만 태국에선 너도나도 대충 이 기법으로 마무리를 해놓으니 마치... 오픈임박해서 마감처리하다가 인부들이 점심 먹으러 가서는 영영 일터로 돌아오지 않아서 그냥 억지로 오픈해버린듯한 삭막한 느낌이 나버린다.
이건 뭐 지나가는 객이 태국사람들이 자기네 땅에 건축하는 유행에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서도 그냥 개인적인 바램은 게스트하우스는 뭣보다도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였음 좋겠다는게 작은 바램... 태국북부에는 티크가 꽤 많이 나는데 목조건물이 주는 아늑함은 콘크리트에 비할 바가 아니고, 대부분 태국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나무소재가 훨씬 더 좋아보이는데 건축에 대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그저 느낌뿐이다.
근데 어차피 여기 어필해봤자 볼 태국인도 없는데 왜 나는 끄적끄적 하는건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