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짜나부리] 호러블한 시설 but 정원만큼은 어필하는 졸리프록
거의 이십년전에 묵었던 숙소를 세기가 바뀐 지금도 깐짜나부리에 오면 가끔 묵는다. 그만큼이나 이곳이 좋은가? 하면 그건 아니고...
사실 그당시에 묵었을때도 낡았다고 느꼈었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더더욱 낡아가고 늙어가고만 있는 대책없는 숙소이다. 그 긴긴 세월동안 리노베이션은 거의 안하고있는 이 배짱 좋은 숙소는 저렴한 가격으로 긴축재정 여행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에어컨 더블룸이 불과 320밧이고 선풍기 싱글룸은 단돈 100밧이다.
그런데 이 에어컨으로 말할거같으면 요즘은 고물상에서도 그 자취를 캐기 어려운 창문부착형인데다가, 소음은 저 멀리에서 긴꼬리보트가 내는 굉음과 비슷할정도로 막강하고, 찬바람의 세기는 그 덩치와 소음에 비하면 그냥 있으나마나한 정도의 수준... 뭐 그러하다. 전기는 엄청 먹게 생겼는데 토해내는 냉기는 콧김수준이다.
온수샤워 없다. 티비도 없다. 와이파이도 거의 안된다. 가끔가다가 이어지는게 기적인 수준...
수건제공 없고 이 정도면 당연히 냉장고는 기대하면 죄악이다.
방앞에 탁자와 의자가 있는건 아주 좋은 점이다. 이곳에 나와서 맥주를 마시거나 독서를 하는 여행자들도 꽤 되니까...
일단 방안의 분위기는 약간 무당 굿하기 좋은 신당분위기이다. 멀쩡한 사람도 여기 오래 있으면 신내림 받을것만같다. 벽은 위아래로 투톤장식을 해놨는데 상단부분에는 온갖색깔로 페인트뿌리기를 해놓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큰 부채와 액자가 걸려 있으며 창을 가리는 불그죽죽한 커텐... 그리고 당장이라도 갖다버려야 옳은 장농과 화장대가 있다. 그 장농은 문을 여니 쾌쾌한 냄새가 풍겨나와 그 어떤것도 보관해두기 싫은 수준이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짐을 푼 이유는 그 녹색정원이 예뻐서였다.
정원에 마련되어진 의자나 해먹에 늘어져서는 강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기도 했고, 절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숙소에 묵으면서 옛날 생각 떠올려보고도 싶었고...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오래 머물기에는 상당히 부적합한 곳이다. 와이파이도 방에서는 제대로 안되고 아무리 에어컨을 켜도 당췌 시원해지질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루이틀 정도는 레트로한 느낌을 체험해보는 느낌으로 묵어가기에는 괜츈한 곳인듯...
억지로 장점을 하나 더 생각해보자면 이 옹색한 방구석에 있다가 나오는 순간 마치 쇼생크탈출한거 마냥 출소자들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리를 배회하다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감옥에 재수감되는거처럼 느껴지는건 안비밀....-_-;;
깐짜나부리의 경우 절대적으로 저렴한 방... 그러니까 100밧 부터 시작되는 싱글룸이 있는것은 장점인데 전반적으로 깐짜나부리의 숙소 가격은 시골인걸 감안하면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다.
왜냐면 강변 조망권이란게 있으니까 이게 큰 장점으로 적용되어서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800에서 1,000이상은 거뜬히 받는다. 강변에 아주 기본적인 시설을 갖춘 지낼만한 에어컨방이 거의 600밧은 지불해야될 정도...
이건 뭐 시기나 주말에 따라 약간 가변성은 있지만 지금은 우기인데도 방값이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아~ 여러사람의 후기에서 나왔듯이 이 숙소 화장실에서는 바퀴가 종종 출몰하는데 새벽녁 요왕이 목격한바에 의하면 정말 남자 엄지손가락 전체만한 바퀴가 벽에 붙어서는 더듬이질을 하고 있어서... 안그래도 방상태 때문에 부아가 치미는데 그 꼴을 보니 분노가 폭발해 옆에 있는 생수병으로 풀스윙 가격했다고 하니 바퀴가 무서운 분들은 가급적이면 안가는게 정신건강에 좋다.